[한국에 살아보니]일그러진 국회
호사카유지 | 세종대교수·일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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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놓고 여야가 국회에서 격돌했다. TV뉴스를 보니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좌관이나 당직자들을 동원한 격렬한 몸싸움, 드릴·해머 등을 동원하여 회의장 문을 부수고 안으로 돌입하려는 사람들, 그들이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인지를 생각할 때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여야 격돌이 심하다고 해도 선진국 국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국회는 국가의 과거·현재·미래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신성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그곳을 모독하는 무리들로밖에 비쳐지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어떤 이유를 대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
정치는 대화로 여야가 타협해서 국가 진로와 민생을 챙기는 장이다. 그러나 현재 여야는 거의 모든 사안을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그 종국은 물리력의 동원이자 심각한 대결상황이다. 법질서란 눈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다. 법보다 인간의 물리적인 힘이 우선이니 법을 어겨도 문제없고 기물을 파손해도 상관없다는 식이면 내전상태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너도 나도 지쳐 있는 형편인데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키는 국회의원들의 추한 행태, 말이 통하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실력행사라는 방식은 무법천지 그대로이다. 결국 힘이 강한 자가 살아남는 약육강식이 한국 정치권의 스타일이라면 한국 전체가 대화를 무시하고 힘의 논리의 대결구도 속에 함몰될 수밖에 없다. 문민정부 이래 한국의 민주화는 과속화되었고 법치주의가 정착되어 왔다. 그러나 요즘 돌아가는 상황은 민주화가 멈추었거나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국회가 타협의 기술이 없다는 것은 국민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전체가 대립구도로 치닫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60년대 초 격렬한 정치권의 대립 속에 정치무용론을 외치면서 군사정권이 탄생했다. 물론 현재 상황은 당시와는 다르고 이제 과거처럼 군사쿠데타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심화되어가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서 볼 때, 내가 귀화해서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세계에 드러내는 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외국에서 이런 사태를 지켜볼 때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선진국들은 한국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것으로 한국의 이미지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18일 우리의 국회를 더럽힌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한다. 정치권이 안정되어야 대외신용도가 상승되고 경제에도 청신호가 켜진다. 국내적 안정과 경제성장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선비의 나라가 왜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는가? 그리고 자신의 뜻만 관철하겠다고 우기고 비타협을 일삼는 잘못된 태도는 대립만 낳을 뿐이다. 조직폭력배 같은 국회 내의 싸움은 이제 여야 모두 반드시 고쳐야 한다.
<호사카유지 | 세종대교수·일본학>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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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국회
리치코바 조회수 : 141
작성일 : 2008-12-20 13:48:04
IP : 118.32.xxx.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국회의원이
'08.12.20 1:53 PM (122.42.xxx.12)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것 같아요
국민들은 미래로 나가는데 그들은 70년대로 돌아가고 싶으니 타임머신 있으면 보내주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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