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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얼마나 깨끗이 하냐는 글 보고

갑자기 울컥~ 조회수 : 1,555
작성일 : 2008-12-20 06:34:35
저희 집 딸들은 참 착하고 순하고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꽝입니다.

자신감이 없고 너무 얌전해서 다른 애들한테 치이고 살아요.

가방의 열쇠고리를 하도 빼앗아가고들 해서 아예 빼놓고 다닐 정도입니다.

며칠 전에 다른 일로 글 올렸었는데 아이 소극적인데 너무 관심없다는 질책을 많이 받았던 맘입니다.

뭐 그건 오해였지만..


어제 놀이치료엘 다녀왔는데 저번에 유사자폐 검사(ADOS)를 했었어요.

그 결과가 정상인지 유사자폐인지 애매모호하다고 더 자세한 검사(ADIR)을 해보자고 하시네요.

전 그걸 태교 때문이라고 탓을 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 남편을 만나고 한달만에 프로포즈를 받았었습니다.

그러고 5년을 사귀었었는데 시댁의 반대가 극심했고 결국 혼전임신을 했는데도(- -;) 선뜻 날짜를 잡아주질 않으셔서 임신 5개월 넘어서 결혼했어요.

양쪽 집안에선 혼수 문제로 갈등이 심했구요.

제가 첫 결혼이라 친정에서도 뭘 잘 모르셨던 거죠.

그 와중에 저희 언니가 고시공부를 하는데(2차) 저 맨날 찔찔 우는 게 신경쓰인다고 나가라고 해서 정말 보따리 두개 들고 쫓겨나 신혼집 먼저 얻어 나가있었죠.

결혼을 해야 출산휴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태교는커녕 누구한테 들킬까 매일 배에다 힘을 잔뜩 주고 직장생활했네요.

직장에도 결혼 전에 이런저런 사정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매일 입덧으로 인상 구기고 다니니 금방 왕따 되더라구요.

헉... 그전 부서에서 잘 했던 것은 아무 소용도 없더군요.





또 제가 둘째 낳을 무렵은 한 2년간 시댁 윗층 빌라에 살았었어요.

멀리 떨어져 살다가 갑자기 같은 빌라에 살게 되니 얼마나 조심스러웠던지..

제가 이사오는 바람에 버스를 한시간 가량 타야 직장에 갈 수 있었는데   만삭이어도 자리 양보해 주는 사람 몇 없었고 매일 버스에서 왕복 2시간을 배가 땡땡 뭉쳐서 직장엘 다녔네요.


또 임신 8개월때는 집에서 한달 쉬었었는데, 그때 맞춰 어머님 무릎관절수술하셔서 누워 계시는 바람에 위아래층으로 부른배 안고 살림살았던...

또 때마침 길건너 빌라짓는다고 굴착공사를 하는 바람에 전화벨 소리도 잘 안들릴 정도로 시끄러웠었구요~

둘째 낳을 때도 사정상 출산예정일을 넘겨가며 직장엘 다녔는데 겨우 출산휴가 얻은 날 시댁 집에서 잔치를 벌여 배는 땡기는데 암말도 못하고 잔칫일 돕다가 그 담날 아침에 애낳았네요.

둘째 낳고는 휴직을 했었는데

또 시부모님은 아무때나 문 벌컥 열고 들어오시는 스타일이셔서

한시도 긴장 늦추지 못하고 집안 번쩍번쩍하게 해두었었어요. 장난감 하나 바닥에 널부러진 것 없게..

어머님은 그냥 큰애가 착해서 치우기도 잘 하지...라고 아시고 계시더군요.

여름에 애기 목욕시킬 때에도 저는 옷을 다 갖춰입고 있어야 했구요.

어머님은 4살 조카애를 돌보고 계셨는데 외출할 일 있으시면 종종 저한테 맡기시곤 했는데

전 애기 병원데려가야 해서 큰애 맡길 때 빼고는 한번도 부탁드렸던 적 없구요.

출퇴근 산후조리사 3주 썼지만.. 이래저래 산후조리가 힘들어서 골반뼈가 틀어져 한쪽 다리가 벌어지질 않았었는데

저 병원 가니 갓난쟁이 봐주시라는 소리가 안 나와 그냥 8개월 걸려 자연치유했네요.

암튼 시부모님께 너무 완벽해 보이려고 신경쓰다 보니 순한 둘째는 첫째보다도 많이 놀아주질 못했어요.

엘레베이터 없는 빌라4층에 유모차까지 올려다놓아야 하는 조건이라 바깥바람쐬기도 힘들었었구요...

둘째는 발달도 몇달씩 늦었어요. 제 생각엔 임신때 제가 너무 힘들어서 배가 많이 뭉쳐있어 그랬던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는 저도 나름대로 잘나가는 캐릭터였는데 유독 신혼때는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네요....ㅜ.ㅜ


다 지나간 이야기이고

지금은 시부모님과도 사이 좋지만...

유사자폐 재검사 이야기를 듣고 와서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청소에 대한 글을 읽다가 그 시절이 떠올라서 만감이 교차하네요...

저번주엔 시댁에 소나타 일시불로 뽑아 선물해 드렸어요. 저희도 집사느라 아직 빚이 많은데...

여기 익명게시판 맞죠?

이렇게 사정이야기 자세히 써도 되는 거죠?

겁나요....
IP : 125.128.xxx.9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12.20 9:31 AM (121.134.xxx.222)

    원글님 글보니 좀 안타깝습니다.

  • 2. ...
    '08.12.20 9:49 AM (125.189.xxx.27)

    저도 임신해서 힘들게 직장다니던 때가 생각나네요
    원글님 안봐도 보여요
    착한신 분인거 다 보여요
    내가 조금더 불편하고 말지 어른들한테 함부로 안하시고 혼자 무던히 애쓰셨죠?

    그 복 아이들한테 다 갈거예요
    엄마 사랑 먹고 무럭무럭 잘 컬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런데 왜 제가 눈물이 나죠

  • 3. 임산부 몸으로 너무
    '08.12.20 12:37 PM (117.123.xxx.113)

    고생 하셨네요ㅜㅜ.토닥토닥...^^
    사연이 너무 맘아파서 짠하네요.ㅜㅜ
    근데요..결혼생활이나 시부모님께 100점 맞을려고..완벽하시려고 너무 애 많이 쓰지 마셨음해요..(저 결혼 15년차 아줌마)
    그거..나만 죽어나지..상대편 사람은 당연하게 알거나 아님 몰라줘요..ㅜㅜ
    내몸도 아끼시면서...하고 싶은거 하시면서..못하겠다 안하겠다는 소리도 좀 하시면서...한 60점정도만 하시고 사셨음 좋겠어요.
    며느리가..아내가..엄마가.. 슈퍼우먼은 아니니까요...
    님은 소중합니다~~^^

  • 4. 원글
    '08.12.20 9:32 PM (125.128.xxx.93)

    생각지도 못하던 따뜻한 위로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마음고생하면서 뭉쳐 있었던 게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든 한 번은 풀었어야 할 이야기였나 봐요.

    그때는 왜 그렇게 미련하게 남의 손 한번 안 빌리고 혼자 한다고 뛰어다녔나 몰라요...

    그래도 그때 시댁어르신들께 점수따서 여태 이쁨받고 산답니다.^^

    정말 본의아니게 제가 아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가계부를 들킨다든지~ ㅎㅎ

    제 능력 이상으로 너무 인정을 받는 바람에.... 막내임에도 나중에 저희가 시부모님 모실 것 같은 두려움이 있네요.

    혹시 모시더라도 그땐 가사도우미 쓰면서 같이 재미있게 지내볼까 해요. 잘 될진 모르겠지만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5. 힘내세요
    '08.12.20 10:18 PM (118.36.xxx.167)

    엄마가 밝고 건강하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면
    자녀들도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님은 소중합니다~~!!!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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