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풍찬노숙의 심정으로 살면 뭔들 못하리?

리치코바 조회수 : 218
작성일 : 2008-12-16 18:57:06
[이사람] ‘궁핍한 시대의 개그맨’ 일본 울리다
‘홈리스 중학생’ 지은이 다무라 히로시


  김도형 기자  

  

» 다무라 히로시(사진)

  

14년전 가족 해체…풍찬노숙 솔직담백 담아
225만부 베스트셀러…“희망 느끼고 힘 솟길”

“보는 바와 같이 무척 유감스럽게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매정하다는 건 알지만, 앞으로는 각자 알아서 열심히 살아 주세요. 해산!!”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종업식 날, 파산해 살던 집까지 압류당한 아버지는 온 식구를 모아놓고 돌연 가족해산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14살 다무라 히로시(사진)의 처절한 노숙생활이 시작됐다. 인근 공원에서 미끄럼틀을 지붕 삼아 자고 때론 풀과 골판지를 뜯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야 했다. 아버지, 형과 누나도 각각 자기 흩어져 자력으로 어떡하든 살길을 찾아야 했다.

그로부터 14년 뒤인 2007년 9월 다무라의 체험담은 <홈리스 중학생>이란 책으로 묶였다. 고교 졸업 뒤 개그맨(2인조 기린)이 돼 노숙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빈곤개그’를 선보이며 이럭저럭 이름을 알리고 있던 그는 유명해지면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초판 8천부만 팔려도 다행이라 여겼던 책은 출판 2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더니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으로 선정됐다. 올 들어서도 11월 말 현재 225만권의 판매부수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7월 후지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데 이어 영화로도 나와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다무라의 형도 10월 자신의 체험을 담은 <홈리스 대학생>을 펴냈다.

지난 10월 말 국내에서도 씨네21북스를 통해 ‘다무라의 이야기’가 번역출판됐다. 취재를 신청한 지 1년 만인 지난달 28일 도쿄 신주쿠 요시모토흥업의 공연장에서 국내 언론으론 처음 그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눈을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수줍어하는 그에게서 개그맨답지 않은 순수함과 솔직함이 묻어났다.

한 방송사에서 제작한 아버지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극적으로 아버지와 만난 그는 “책이 많이 팔린 것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연금과 아르바이트 생활로 겨우겨우 생활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버지가 무책임하고 원망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오히려 이해를 표시했다. 한편으론 “개그맨 이미지보다 작가로서 이미지가 커져버려 예전처럼 빈곤개그 같은 소재가 더는 먹히기 힘든” 유명세는 그에게 부담이 되는 듯했다.

일본 사회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개그맨의 자서전이 이렇게 많은 눈길을 사로잡은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차례 캐물었으나 그에게선 속시원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문장력 같은 것은 지금 다시 읽어도 한심하다는 느낌이다. 중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고 표현도 특별한 게 없다. 혹시 읽기 쉬운 것이 오히려 팔리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계상황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지 않고 때론 경쾌하게까지 그려낸 책 속의 14살 다무라와 28살 개그맨 다무라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길지 않은 만남을 통해 그의 책이 왜 이렇게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읽히는지 짐작할 수는 있었다. 가족간의 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노숙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친구 부모의 도움을 잊지 못하는 그의 마음자리가 가족해체가 심화되고 점점 각박해지는 일본 사회를 울린 것이다.

한국의 젊은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부탁하자 “아버지에게 집을 사 드리고 싶은데 일본에서는 인세를 70%나 떼여서 충분치 않다. 한국에서도 많이 읽혀 집 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개그맨다운 익살과 함께 진지함을 잊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이나 꿈, 저력같은 것을 느끼고 힘이 솟는다면 좋겠고요.”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IP : 118.32.xxx.2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3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74
    682632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40
    682631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22
    682630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73
    682629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1
    682628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77
    682627 꼬꼬면 1 /// 2011/08/21 27,410
    682626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04
    682625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89
    682624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48
    682623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91
    682622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14
    682621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92
    682620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97
    682619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08
    682618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30
    682617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77
    682616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54
    682615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24
    682614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58
    682613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89
    682612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43
    682611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40
    682610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37
    682609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56
    682608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18
    682607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07
    682606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31
    682605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79
    682604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34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