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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겁습니다.

조회수 : 973
작성일 : 2008-12-16 09:59:17
아래 노인요양병원에 어르신을 모시는 것은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댓글을 보니...요양원에 계신 저희 친정엄마가 생각나네요. 저희도 몇개월 전에 요양원으로 모셨어요. 제가 결혼하기 전엔 아빠와 제가, 그리고 제가 결혼하고 나서는 친정 아버지께서 오년 넘게 엄마를 혼자 감당하셨지요. 아빠는 엄마를 아직도 사랑하시고, 엄마가 정신만 돌아오신다면 집으로 모시고 오고 싶어하시지만...저희 엄마의 치매는 진행만 있지 아직 현대 의학으로 치료는 불가능한 병이라 그러긴 힘들겠지요.

아직 연세가 많지 않으시고 할일이 많으신 친정 아버지가 그 세월을 엄마의 간병에 묶여서 지내시는 것도, 오빠가 아들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어린 새언니에게 큰 짐을 얹는 것도, 또한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돌도 안된 아이가 있는 저 또한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겨져, 제가 주장했습니다. 엄마를 요양원으로 모시자구요.
다들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여러 곳을 알아보고 결정했습니다.
친정 아빠와 형제들이 돌아가며 일주일에 한번씩 엄마를 뵈러 갑니다. 물론 가도 가족을 알아보지는 못하시죠.

저희 엄마도 아빠가 생업으로 인해 집을 비우시면  집에 혼자서 텔레비젼 보시는 시간이 많았구요.
저희가 모신 곳은 그래도 비교적 시설이 쾌적해 보였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어요. 식사 시간에도 가봤는데, 그다지 급하지 않아보였고, 그래도 혼자 식사가 원활하지 않은 분들은 계속 기다릴 수 없으니 간병하시는 분들께서 떠먹여 주시는 것 같았구요.

그 곳,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리고 시설이 괜찮은 곳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부모를 내 집에서 직접 모시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평생 따라다닐 것만 같고....내가 우리 아기를 위해 밤잠 못자고 밤낮으로 보살피듯 우리 엄마도 그랬을꺼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고..엄마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 또한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 쫓아다닐 것만 같은데...소심한 저는..이 아침에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별 생각없이 올리신 댓글 하나에 마음이 저려오고...무겁습니다. 엄마, 미안해....ㅠ.ㅠ
IP : 123.213.xxx.18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12.16 10:12 AM (203.142.xxx.240)

    온가족이 무너지면서까지 엄마를 끌어안고 있는게 사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론 요양원에 계시는 것이 엄마를 위해서도 더 좋은 선택일 수 있구요.
    몸 불편하신 분이 혼자 집에서 TV만 보고
    가족들은 그 순간에도 불안하기만 하고 한 것 보다는
    자유스럽고 답답하지 않은 요양원이 더 나을 수 있어요.

    현대판고려장이라는 말은 어느경우에나 성립되는거 아닙니다.

  • 2. ....
    '08.12.16 10:34 AM (211.187.xxx.53)

    저도 윗님 의견과 같아요 .전 제가 할수있는여건이어서 오줌 똥 받아냈지만
    죄책감갖지마세요 .대신 자주 가셔서 손 자주 잡아드리세요

  • 3. 저두요
    '08.12.16 10:37 AM (220.117.xxx.59)

    무조건 함께 한다고 해서 효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치매이신 울 할머니 집에서 모시면서 우리 가족들 정말 많은 상처를 받았답니다.
    이제는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맘의 상처가 불쑥불쑥...
    울 엄마는 몸도 마음도 많이 상하셨죠.
    치매는 더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랍니다.

  • 4. 윗분
    '08.12.16 10:39 AM (118.32.xxx.61)

    말씀처럼 저도 '온가족이 무너지면서까지' 부모님을 모시는 게 꼭 사랑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님, 자책감을 떨쳐버리세요! 왜 그런 생각을 가지시나요?ㅠㅠ
    그럼 사회복지 차원에서 노인요양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노인들이 노후를 그곳에서 보내는 복지 선진국 사람들은 다 후레자식들입니까.
    오히려 국가 차원으로 양질의 노인 요양 시설을 더 확충하고
    국민들은 무상 혹은 아주 저렴하게 그곳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야죠.

    저는 효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니, '효'라는 말 자체가 아름다운 인간관계 형성에 이바지하기보다는
    역설적으로 서로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님이 괴로워하시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내 집에 모시지 못했다는 자책감'....
    이것 또한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떨쳐내야 할 강박관념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 5. 엄마도
    '08.12.16 11:43 AM (119.196.xxx.24)

    엄마도 정신이 온전하셨다면 지금의 선택을 더 기뻐하셨을 겁니다. 엄마 마음이 그렇잖아요. 제 자식 편하길 바라는 거.. 저희 엄만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나 치매 걸리면 바로 요양 병원에 넣어주라... 치매 할머니를 십년 넘게 모시다가 작년에 보내드렸거든요. 죄책감 갖지 마세요. 엄마가 바라시는 겁니다.

  • 6.
    '08.12.16 11:48 AM (211.224.xxx.227)

    그렇게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지는 않겠지요.
    미안한 마음을 가지시는 것만으로도 님은 괜찮아보입니다.
    당연한 것으로 아는 짐승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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