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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적 성의식의 이중적인 잣대

성의식 조회수 : 810
작성일 : 2008-12-15 20:22:16
결혼한지 십년되어가네요..
저때만 해도 요즘처럼 매스컴이나 사회전반적인 인식이 결혼전 성에 대해 관대하지 못했고 터부시되었던
경향이 강했었어요.
저 또한 엄격한 부모님아래서 교육받고 누구보다도 착한 아이, 얌전하고 도덕적인 아이로 칭찬받으며
자란 숙녀였죠..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에 저도 연애란걸 몇번 해봤죠.(물론, 성인이었어요.)
그중 몇번의 관계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관계가 있은 날 집으로 돌아오면 부모님 얼굴을 도저히 쳐다볼 용기가 나질 않았어요.
마치 큰 죄를 지은 사람마냥... 늦게 들어온 이유를 거짓말하고.. 좀더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거짓말하고...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안다면 날 어떻게 볼까... 내 자신이 아주 죄인처럼 느껴지기만 했었죠.
그리고 나이가 차서 결혼을 했고..
지금의 남편에게 큰 불만도 없고 사이도 좋은편이지만, 솔직히...
성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요.
너무 기간이 오래되면 의무방어전?으로 마치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응하긴 하죠.
남편도 그 부분에 있어선 그리 적극적인 사람도 아니고,
서로 오누이 같달까..
이성으로 애정보다는 가족같은 끈끈한 정이 더 깊어진 사이...
그렇다고 저도 그런 쪽으로 불만 없구요.
우리 부부사이 문제는 없다고 봐요. 적어도 저는...
서로 아껴주고 위하는 마음은 어느 부부못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왜..
결혼전엔 순결을 강요하는 분위기였다가, 단지, 결혼했다고해서..
적극적으로 성을 즐겨야 하는게 의무고, 당연한 거라고 하시는지..
혼란스러워요.
그 이중적인 잣대가 조금 우습달까요..
저 대학다닐때 여자아이들...
뒤에서 걸* 라고 욕당하던 아이들.. 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거 보면..
내가 느꼈던 그 죄책감들... 그럴 필요까진 없지 않았을까..
나란 사람도 유교적인 성의식의 피해자중 한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 들어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IP : 125.187.xxx.9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감
    '08.12.15 8:32 PM (124.49.xxx.213)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할 거에요.
    연애하는 것조차 부모님한테는 좀 어색했던 적이 있었죠.

    그래서 제가 결혼하고 제일 이해가 안됐던 것이...
    남여가 동침하면 그렇게 이상하고 큰일난 듯 했던 것이 결혼식장 문턱을 넘는 순간
    모두가 다 우리의 동침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결혼하면 누구나 잠자리를 한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결혼식이고,
    그 형식을 넘으면 매일 밤 남자(물론 남편이라는 이름)와 같이 자는 게 당연하다는 사실
    한동안 이걸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나의 지난 밤을 알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알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니까 왠지 잠자리가 싫어졌습니다.
    남들이 나의 사생활을 안다는 게, 알고 있는대로 하는 게 싫다는 이상한 오기.
    남편도 너무 낯설고, 왜 이 남자가 내 옆에 누워있나 하는 별 괴상망측한 느낌.
    그야말로 삐뚤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에요.
    생각하니 참 우습네요..^^

  • 2. .
    '08.12.15 9:04 PM (121.166.xxx.51)

    저랑 제남편은 30 넘어서 숫처녀 숫총각(뭐, 제가 알기론..)으로 결혼한 천연기념물들이긴 한데요,
    '결혼전엔 순결, 결혼후엔 성을 즐기는 게 의무' =>이건 결혼생활에 대해서 인간이 만들어낸 이상이자 환상이에요.
    솔직히 남자나 여자나 결혼전에 상대방이 성관계 왕창 많았던거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러니까 순결에 대한 이상이 있을테고,
    결혼후에는 결혼이란게 사랑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환상아래 또 부부는 성관계를 즐기는 게 좋다는 바램..
    그런 바램과 희망들이 결합되어서 결혼전엔 이래야 하고 결혼후엔 저래야 한다, 하는 바람직한 이상향이 설정되는 거죠..
    하지만 결혼해 살아보면 이상과 현실이 얼마나 다르게 가는건지 다들 알죠 ^^ 세월의 흐름은 우리의 이상을 지켜줄 수 없기에..

    남자는 경험많아도 괜찮고 여자는 걸*취급받고 그런 의식은 어쩌면 유교랑은 큰 상관 없다고 생각해요.
    처녀성에 대한 동경은 동서를 막론한 얘기니까요. 서구에도 예전에는 처녀성에 대한 그런(?)인식이 있었죠.
    성기결합시 물리적 요철(凹凸) 형상에서 연상되는 인식도 있고,
    무엇보다도 동양이나 서양이나 남자가 여자 위에 군림하며 파워가 있었던 시절에 형성된 인식이니까요.
    서양야동에도 보면 아직도 teen virgin, her first time 뭐 이런말 많이 나오구요, 영화 위험한 관계(1988) 에도 보시면,
    바람둥이인 존 말코비치가 글렌 클로즈와 내기를 걸어,
    다른 남자와 약혼한 순진처녀 우마 서먼을 꼬셔서 관계하고 나서,
    '이제 그남자는 중고품을 갖게 되었군' 뭐 이런 비슷한 대사를 하죠..

    결혼한지 10년되어서 남편에게 성적인 매력이 팍팍 느껴진다면 심장마비 걸릴 거 같아요 전..
    지금 부부사이에 문제가 없다면 그것대로 괜찮은 거 아닐까요?

  • 3. 아무래도,,
    '08.12.15 9:32 PM (222.237.xxx.105)

    님글에 찬성하는 바입니다만 생각보다 적은 사람이 글을 남기시네요,,,
    콕 찝어 잘 말씀하신 듯해요,, 언변없는 제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을 꺼내신것 같아서 좋네요,
    저두 역설적인 성이 참 불쾌하거든요,,,

  • 4. 내 생각
    '08.12.15 9:57 PM (219.251.xxx.254)

    처음 결혼해서는 이정도 되는 것으로 몸조심하라고하고 잘못된 여자를 죄악시 했었나 어쩔수 없이 선을 넘어 원치 않는 결혼을 한친구들을 생각하면 속상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의 평생 남편과 지켜야할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해 스스로 마음이 편해집니다.
    세상이 바뀌어도 나이가 들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로 순결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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