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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 특별대우 받는다 빈정거리는군요.

예민맘 조회수 : 745
작성일 : 2008-12-09 11:10:15
공학 관련 일을 하는 27주 임산부입니다.

최근에 발주처에서 온 미국인 엔지니어들이 몇 명 있고 그 중 한 명이 한국교포입니다. 한국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이민간, 나이 많은 분이죠.
이 분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물 마시는데 원두커피를 왜 새로 끓이지 않았냐 뭐라 하시더군요.
그런 일은 자기 개인 비서나 사무 담당에게 이야기해야지, 제게 뭐라 할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저는 임산부라 커피 마시지도 않아요)
속으로만 약간 언짢았을 뿐, 별다른 이야기는 안했습니다만.

조산 위험에 임신당뇨가 겹쳐셔 회사에 교체인력을 요청했는데, 아직 교체인력이 오지도 않았고
교체인력이 온 후 인수인계를 한 달 정도 해야 합니다. 최소 한 달은 근무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예요.
급한 일은 일단 끝나서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야근 없이 퇴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끝나고 정리하다 보면 퇴근 시간에서 1시간 가까이 지나고 집으로 가요.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하고, 바깥에서 먹으면 혈당이 잘 잡히지 않아서, 좀 늦어도 집에서 먹으려 애씁니다.)

어제 퇴근하다 그 분을 만났는데, 저를 보더니 대뜸 한 마디 하시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일하고 있는데, 혼자 퇴근하네?"
그냥 웃으면서, 어쩌다 보니 일찍 퇴근하네요.. 정도 이야기하니 한 마디 덧붙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여성은 특별대우하나봐? 여자라고 이렇게 막 퇴근해도 되는 건가?"
그리고 자기 갈 길로 가더군요.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어이도 없고, 억울하기까지 한 겁니다.
지금 여기 파견 나온 미국인 엔지니어 중 야근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다들 정시퇴근합니다.
제가 퇴근 시간 전에 나간 것도 아니고, 근무 시간은 종료한지 꽤 됐고
지금껏 성과품을 안 준 것도 아니고
막말로 제가 일찍 퇴근하든 말든, 제 상사도 아닌 그 사람이 가타부타할 상황은 아니거든요.

저 첫 애 가졌을 때는 몸 상태 좋아서 야근 했고 출산 3일 전까지 근무했어요.
지금 제가 괜히 몸 사리느라 일 안하는 것도 아니고,
저도 이런 저런 소리 들어가면서 출퇴근하느니 쉬면서 관리하고 싶은데 상황이 안되는 거라구요.

자고 일어나면 떨칠 줄 알았는데 근무시간인 지금까지도, 기분이 좋지 않네요.
다른 사정은 다 개인적인 거니 그렇다 쳐도,
임산부가 야근없이 퇴근하는 게 여성이라 받는 특별대우란 소리를 들을 정도인가 싶기도 합니다.
일이 산적해 있는데 떠맡기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 해도 그 분이 해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예요.

스트레스 때문인지 똑같이 먹고 움직였는데 혈당은 어제보다 더 오르네요.
남편 말대로 쓸데없이 예민한가봐요, 저.

그 분 딸은 미국에서 임신해서도 추가 수당없이 매일 야근하고 퇴근한 건지. 휴..
IP : 165.243.xxx.5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시하삼...
    '08.12.9 11:17 AM (211.109.xxx.9)

    여자의 적은 여자인건지.... 저희 회사에서도 여자상사들이 유부녀들에게 더 몰인정하게 대하는 경우 종종 보여요.
    자기한테 폐를 끼친것도 아닌데 사사껀껀 시비조로 나오는 그런 사람들있어요. 아마도 성격인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은 또 세게 나오는 사람들한테는 싫은 소리 잘 못하죠. 더군다나 외부에서 파견 온 주제에 밤나라 대추나라 간섭이라니..... 매너가 아닌듯.
    내 맡은 일만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맘 잡으시고 곁다리 시비조는 과감히 무시해 주삼.

  • 2. ㅎㅎ
    '08.12.9 12:38 PM (211.226.xxx.76)

    임신 여직원은 법률로 시간외근무를 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저는 똑같이 야근하고도 시간외근무수당 못챙기는 24주차 임산부지만..
    저 야근하고 있으면 오히려 동료들이 부담스러워하던데요.
    일찍 들어가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 최소한 앞에서는 대견하다들 얘기하는데..
    이상한 사람 말로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또 그러면 "당신이 상관하실 일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고 그냥 퇴근하세요.

  • 3. 아모레
    '08.12.9 7:34 PM (116.37.xxx.48)

    가끔 미국 건너갈때 그 사고 그대로 이야기 하는 분들이 계세요.
    여자도 승진을 하니 좋아졌다는둥...

    반 농담으로 그럽니다.
    "어머... 하드 업데이트 좀 하셔야겠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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