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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 우울증

서글픈 조회수 : 1,094
작성일 : 2008-12-07 16:31:14
한 3달쯤 후 결혼 예정입니다.

상견례 마쳤고 날도 잡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하고 슬픈 걸까요..

부모님이 대학교 입학할때쯤 투자를 잘못하셔서 신용불량자가 되셨고

등록금 마련하느라고 나쁜짓 말고는 안해본 일이 없었어요.. 하다못해 2일에 한번씩 잠을 잤어요 잠자는 시간을 아껴서 돈을 벌어야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으니까요.. 과외도 한달에 4~5개씩하고 학원 강사도 하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편의점에서 일했어요.

등록금 마련하면서 혼자서 서울에서 살아간다는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대보름이란빵 아시죠? 그거에다가 맹물에다가 먹으면서 배고픔 참고 일하고 편의점에서 날짜 지난 빵 먹고 그랬네요
거의 비몽사몽으로 살고..그때 정말..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지금 몸이 정말 많이 안좋습니다..

고생 고생해서 돈 잘버는 전문직 여성이 되었고. 지금껏 백화점에서 옷 한번 사본 적 없고 항상 아끼고 모으면서 부지런히 모은 돈으로 부모님 편히 주무실 집은 마련해 드렸습니다. 잘못한 거라면 펀드 투자를 많이 해서 꽤 많은 돈을 날렸다는거..그거고..그거 말고는 제가 살아온 인생. 진짜 고생 많이 했고 노력 많이 했기에 떳떳합니다.

좋은 남자를 만났고 그 사람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려고 하는데 ,,
왜 이렇게 못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인사를 갔는데 남자들은 다 거실에서 티비보고 여자들은 계속 부엌에서 일하더군요.. 치마에 정장입고 가서 거실에 앉아만 있기 뭐해서 치우는거 거들었는데 이게 뭔가..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시집에 한달에 얼마씩 줘야한다..그런 말씀 형과 누나가 하는데 당연한 말이고 우리 부모님도 벌이가 적어서 지금껏 제가 계속 생활비 원조를 했던지라 그쪽 집에 드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으나..

뭐랄까 어깨에 짐이 더 얹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다른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는거.. 여자로서 살아야 한다는거.. 내가 지금껏 고생하면서 이렇게 성공했는데..결국 나도 이렇게 되는구나... 남자들 티비보고 그럴때 묵묵히 음식하고 설겆이하고 치워야 하는 그런 인생이 되는구나.. 서글프네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서글픈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은 남친에게 하루종일 혼자 있고 싶다고 선언하고 제일 좋아하는 사우나 가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왔습니다.. 멍하니 앉아 있는데 자꾸 눈물이 나서 눈물만 주룩 주룩 흘리고..있었네요.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습니다...
IP : 124.57.xxx.7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로얄 코펜하겐
    '08.12.7 4:46 PM (121.176.xxx.77)

    정말 열심히 사셨군요.
    이제부터 몸관리 하셔야해요. 삼십 넘어서부턴 건강하던 사람도 삐긋거리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뭔가 많이 억울하고 아쉬워요 한국의 결혼은.
    능력없는 백수 여자가 시집가도 웬지 억울한.. 돈걱정 없는 부잣집에 시집가면 덜 억울한..

  • 2. 추억묻은친구
    '08.12.7 4:47 PM (152.99.xxx.13)

    행복한 결혼식을 앞두고 왜 그런 마음이 들까요?
    님이 너무 고생해서 성공했는데 아내로,며느리로 사는것에 대한
    회의가 있는것이 아닌가?
    또 내가 결혼하는것에 대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닌지요?

    저 한테 쪽지로 메일 알려 주세요
    합천 해인사에 계시다 열반하신 성철스님의 주례사를 보내드릴께요
    한번 읽어 보세요
    결혼생활에 도움이 많이 될겁니다.
    참고로, 성철스님은 평생 3번의 주례를 봤다고 합니다.

  • 3. 부잣집에
    '08.12.7 4:50 PM (211.192.xxx.23)

    시집가면 안 억울할것 같지만 그 나름대로 억울한거 있답니다,시집돈은 절대로 거저가 아니거든요 ㅎㅎ
    원글님 많이 서글프셨을텐데..시집가서 일하고 남자들은 앉아서 티비보고 ,,거기에 열받지 마시구요,,집에와서 2배3배로 부려먹으세요.,
    그리고 양가 생활비 조금씩 줄여가시면서 2세한테 신경쓰시구요..
    어른들 아직 나이 있으시면 자식들한테 안 기대도 되는데 너무 일찍 드려버릇하면 감당안되요,,
    너무 세게 거스르지도 마시고 약하게 끌려다니지도 마시고 요령껏 정도껏만 하고 몸관리 잘하세요..

  • 4. .
    '08.12.7 5:57 PM (219.250.xxx.192)

    친정 부모님께도 할만큼 하셨으니
    친정,시댁 합쳐 두 분 수입의 1/10 넘지 않는 액수를 생활비로 드리는 게 맞아요.
    (그것도 많아 보여요...)
    아이 교육, 노후 누가 책임져 주나요?
    본인 건강도 챙기셔야죠...
    저도 친정에 꽤나 챙겨 드린 편인데
    내 가족이 우선이에요(그래야 남편도 불만 없을 거에요)
    친정에 마음 쓰여도 기댈 데 없으면 다 알아서 하실 거에요.
    남편 될 분과 이야기해서 선을 정하지 않으면
    평생 봉이 될 거에요...

  • 5. 아..이 글을 읽고
    '08.12.7 6:16 PM (59.21.xxx.25)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동시에 원글 님을 존경하게 됬습니다
    훌륭하신 분이네요
    저도 원글 님 마음 공감 백배입니다
    시댁에서 여자들은 일만 하고~ 이부분이 정말 공감갔어요
    저 역시 결혼 전 똑같은 마음이 들었으니까요
    특히 결혼 후 시댁까지 생활비를 일정하게 드려야하니
    또 한 개의 짐이 더 얹혀지는 정신적인 부담 충분 이해갑니다
    님..
    부모님께 효도 하시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님 부모님들께, 님의 효도가 절대적 개념으로 자리 잡힌다면
    안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아무리 부모님께 잘 해 드리고 싶다해도
    나를 계속해서 희생해 가며 지나친? 효도는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원리가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도를 넘으면 화가 된다는 원리..
    무엇이든지 적당한 것이 가장 좋다는 원리..
    이 부분을 받아 들이기 나름인데요
    내가 있고...
    부모님이 계시고..
    또 그 다음 존재가 있다는 것이 재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님과 똑 같은 길을 걸었던 인생 선배로서 말씀드립니다
    님은 저 처럼은 되지 마세요..
    착한 자식 컴이 있다면 과감히 버리세요

  • 6. 저도...
    '08.12.7 8:39 PM (219.255.xxx.111)

    원글님처럼 18살부터 32살까지 그렇게 고생하면서, 혼자 돈 벌어 공부해 가면서... 살았답니다.
    너무 고민 많이 하지 마시구요... 사실, 모든 결혼을 앞둔 신부들은 무지 고민들을 한답니다. 심지어 도망도 가고싶죠^^
    성철스님의 주례는 언젠가 한번 읽어본적이 있는데, 참 감동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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