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검사가 노건평씨 수사검사가 됐습니다.
극악범죄자조차도 철저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대한민국에서,
일단 범죄자로 공표하고 죄와 증거는 나중에, 안 나와도 범죄는 성립하는
위대한 법질서의 지배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 정연주 수사에서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땐 어처구니없는 배임죄라는 이름을 갖다붙일 정도는 되었으나...
- 그조차 감사원과 법원의 조정결정에 따른 행위를 배임죄로 몰았습니다.
-노건평씨는 그조차 갖다붙일 것이 없는가 봅니다.)
그래서 BBK 검사는 다시한번 개콘을 능가하는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목적어는.. '우리에게'입니다.
(우리... 여기에 포함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이 지겹도록 악몽같은 시대에 분노하는 자는 포괄적으로 '우리'일 것입니다.)
검사가 형사법에 새로운 조항을 써넣고 있는 역사적 순간.
이제야 지난 여름, 우리가 왜 거리에서 그런 취급을 받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이 대한민국 시민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분노했습니다.
경찰, 검찰, 보수깡패들, 언론, 심지어 KBS 청경들까지도 우리를 모욕했고 몰아냈고 쫓아냈으며
차로 깔아뭉개져도, 몽둥이에 뼈가 부러져도, 회칼로 찔려 사경을 헤매도
우리는 아무 권리가 없었습니다.
법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그런 폭력을 가한 자들을 단 한번도 제대로 심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도로를 걸어서 도로교통법 위반범, 차를 몰아서 도로교통방해범이 되었습니다.
소리만 질러도 공권력에 도전한 죄였고, 피켓만 들어도 국가적 범죄가 됐습니다.
유모차는 장갑차를 능가하는 흉악한 테러장비였고
우리의 전화질은 굴지의 대기업을 생사의 기로에 모는 엄청난 협박행위였습니다.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우리는 그때 이미 '포괄적 공범'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저것들이 치를 떨며 두려워하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범죄의 포괄적 공범이었고
저것들이 무시한 국민건강권을 수호하려는 범죄의 포괄적 공범이었던 겁니다.
이미 오래 전 지난 여름에 '포괄적 공범'은 그렇게 막강한 형사법상의 죄명이었던 겁니다.
포괄적 공범이신 여러분.
분노에 혈압 끓어올리다간 언제 어떤 범죄에 같이 엮일지 모릅니다.
저들은 언제나 우리의 상식적 반경을 넘어 상상하는 그 이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역시 저의 비관적 신세한탄죄의 포괄적 공범이 될 것입니다.
즉... 길지만 영양가없는 이 신세한탄은 결국 <우리는 왜 이렇게 무력한가>로 귀결될 겁니다.
지금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은 단 한 톨도 없습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위대한 민주주의 공화국의 주민인 우리는,
언감생심, 모욕과 핍박과 울분을 눌러 참느라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냅니다.
이럴 때 그나마 유용한 건 우리가 버텨내야 할 이 개떡같은 상황의 의미를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포괄적 공범이라는, 관습헌법 이후로 다시 한번 세계 법역사에 남을만한 법개념을 창출하고,
그것이 실제로 써먹힐 수 있는 이 개떡같은 경우가 어떻게 왜 가능한지 말해주는 책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야 몸으로 겪어서 다 알고 있지만 일목요연하게 개념화시켜 정리해줍니다.
간단하고 훌륭하게 요약된 서평을 보시고, 내친 김에 책도 쭈욱 읽으면,
최소한, 우리 자신에게 이런 위안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 네 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거리를 하는지 우린 다 안다규.
우린 뭐가 뭔지 분간 못하는 멍청이들은 아니라규. 똑바로 지켜보고 죽어도 잊지 않겠다능.
이건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이라능."
(물론 포괄적으로 '우리' 안에 포함되지 않는 분들-여름날 개꿈같은 헛소리를 반복하며 우리에게 개떡같은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읽을 필요 없습니다. 좋은 책은.... 적절한 사람에게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분들은 '신화는 없다'나 읽으라능....)
이게 저 혼자 궁리한 <포괄적 공범의 시대에 버티고 살 준비>입니다.
아는 게 힘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24701.html
법의 지배, 곧 법치란 사람의 지배, 곧 인치에 대립하는 말이다. 전제권력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멋대로 통치하는 것이 인치다. 이 인치를 대체한 것이 법치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법치의 기능은 정교해지고 중요해진다. 최상의 상태는 법의 지배가 민주주의와 일치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높은 수준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이 밑받침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모습은 현실에서는 구현되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는 대립 관계에 놓이기 일쑤다. 문제는 그 대립이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거나 무력화시키는 경우다.
이 책은 법의 지배가 등장하는 맥락을 권력 독점의 해체에서 찾는다. 권력이 한곳에 집중돼 있을 때 법은 기껏해야 누군가의 지배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상호 갈등적인 정치적 행위자들이 법에 따라 갈등을 해결하려 할 때” 그때가 바로 법의 지배가 등장하는 때다. 이때 법이 정치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중재하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판관 노릇을 한다면, 민주주의 체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법이 그런 구실을 하려면 사법부의 독립은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은 사법부의 독립이 자동적으로 법의 공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법이 공정성을 구현하지 못하는 상황은 몇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중략)
법이 공정성을 구현하지 못하는 상황은 몇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사법부의 독립이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져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독재적 권력자의 손아귀에 들어 있을 경우다. 이럴 때 ‘법의 지배’는 말 그대로 껍데기일 뿐이며, 지배자는 법을 앞세운 지배, 법을 수단으로 삼는 지배를 행하게 된다. 법은 권력자의 뜻을 합법으로 포장하는 수단에 머무르게 된다.
둘째, 법원이 정치싸움의 도구가 되는 경우다. 힘이 약한 야당이 법에 호소하려 하거나 반대로 여당이 법원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 하는 경우, 법정은 곧바로 정치투쟁의 장이 된다. 문제는 집권세력이 법의 힘을 빌려 반대파를 봉쇄하고 침묵시키려 하는 경우다. 정부가 야당을 무력화하고, 정부에 적대적인 사회운동을 탄압하고, 비판 여론을 억누르는 일이 법의 지배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것이다. 법원이 집권세력과 결탁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셋째, 사법부가 민주주의 가치에 적대적인 경우다. 민주주의 제도가 낳은 합법적 공간에 들어선 사법부가 그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나치의 집권 과정에서 독일 사법부가 보인 행태가 바로 이 경우다. 이들은 ‘법의 지배’를 앞세워 자신들의 판결을 사회에 강요하지만, 그때의 ‘법의 지배’는 ‘나쁜 법’의 지배일 뿐이다. 계몽된 시민이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법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들이미는 것이다.
..................
그렇죠.
법 시스템은 언제나 시집간 첫날밤의 새색시처럼 곱게 차려입고서 권력의 시녀가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간절히 서방님을 기다리다 나이먹은 노처녀처럼,
(참... 남자보는 눈도 지*맞지...... 어쩜 하필이면 저런 넘을 말입니다.....)
첫날밤을 보내는 그들은 가히 물불 안 가립니다.
체면이고 교양이고 없습니다. 그냥 들이댑니다.
서방님을 위해 온몸을 바쳐 우리를 제물로 삼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첫날밤의 현장을 생생하게 시청하고 있는 셈이구요.
첫날밤 신방행사의 구경꾼들은 그저 구경하는 재미만 보면 되지만,
우린 고스란히 그 치정의 구정물을 뒤집어쓰고 감내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라는 점만 다른 셈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법과 민주주의를 공존시키는 주권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요.
그 방법이란 게 지금 우리에겐 너무 요원해보여 사실 슬픕니다............
그래도 아는 게 힘이다..........^^
(덧)
서평의 기사들이 아이들 (논술?) 공부하기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쟁점과 정보, 사전 지식들이 들어있어서
다른 건 몰라도 서평기사는 꼭 스크랩해서 읽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관심이 가면 책을 사서 읽는 거...괜찮더군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포괄적 공범의 시대를 버틸 준비
고양이를 부탁해 조회수 : 471
작성일 : 2008-12-03 14:59:11
IP : 124.49.xxx.21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고양이를 부탁해
'08.12.3 2:59 PM (124.49.xxx.213)2. 사랑이여
'08.12.3 3:18 PM (210.111.xxx.130)힘이 없어 고칠 수는 없을지언정 분노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분노합니다.
언젠가는 그 하나의 분노가 화산폭발로 나타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날 분노의 강이 모든 악의 들판을 휩쓸 것으로 확신하면서 살아갑니다.3. ...
'08.12.3 4:16 PM (218.51.xxx.28)차곡차곡 쌓이고 있죠.
어디까지 언제까지 버티나 줄다리기 하고 있는 심정입니다.
반대편은 탱크로 줄을 끌고 있고, 우리는 끊어지려는 썩은 줄을 잡고 있는 것 같지만
줄을 놓지 않는 이들이 민주화를 이뤄냈었고 지키려 노력하는 이들이겠죠.
대학교때도 밖에서 구경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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