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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子에게 小年은 부담스럽다. by 노희경
중간에 보면
이제는 기억도 아련한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때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영화의 상우 같았었다. 그처럼 유머를 모르고 눈치없고..맹목적이고 답답했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하나. 비 오는 날 추리닝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그의 집 창문 앞에서 오기를 부리며 떨고 있던 내 모습. 그 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도 은수처럼 표독(?)했었다. 꽁꽁 언 발을 번연히 보면서도 그는 끝끝내 제 방으로 나를 이끌지 않았다. 이별에 대한 선전포고를 이미 했으니 그뒤의 감정수습은 모두 내 몫이라는 투였다. 당시엔 그 상황이 너무도 서러워 코 끝이 빨개지게 울었었는데.. 이제 그 추억은 그냥...멋쩍을 뿐이다
라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어제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준영이가 지오 찾아가는 장면에서 저 글이 생각 났었어요
女子에게 小年은 부담스럽다. by 노희경
아직도 십센티는 더 클 것 같은 소년 유지태가 이제는 사랑을 조롱할 수도 있을 만큼 농익을 대로 농익은 여자 이영애와 커플이 되어서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는 것이.. 처음부터 나는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둘은 헤어졌다. 다행..이다
한때는 상우처럼.. 지금은 은수처럼.
이제는 기억도 아련한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때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영화의 상우 같았었다. 그처럼 유머를 모르고 눈치없고..맹목적이고 답답했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하나. 비 오는 날 추리닝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그의 집 창문 앞에서 오기를 부리며 떨고 있던 내 모습. 그 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도 은수처럼 표독(?)했었다. 꽁꽁 언 발을 번연히 보면서도 그는 끝끝내 제 방으로 나를 이끌지 않았다. 이별에 대한 선전포고를 이미 했으니 그뒤의 감정수습은 모두 내 몫이라는 투였다. 당시엔 그 상황이 너무도 서러워 코 끝이 빨개지게 울었었는데.. 이제 그 추억은 그냥...멋쩍을 뿐이다.
인생을 살면서 절대 잊혀질 것 같지 않은 장면들이 잊혀지고.. 절대 용서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용서되면서 우리는 여자로 혹은 남자로 성장한다.
누구는 그러한 성장을 성숙이라고도 하고 타락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나는 다만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무조건 어른이 되고 싶던 비린 미성년 시절.. 나는 찐한 사랑 한번에 여자가 될 줄 알았었고 실연은 절대로 안 당할 줄 알았었다. 이제는 그런 내 바램들이 당치않은 기대였던 것을 안다.
사람들은 언제나 당면한 입장에 서서 상황을 이해하는 생리가 있다. 상우의 나이를 지나 은수의 나이에 서니, 상우보단 은수가 이해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순리다.
"라면이나 먹자".."자고 갈래"..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은수의 말을 이해 못하고 정말 라면이나 먹고, 잠이나 자는 상우는 어쩌면 처음부터.. 은수에겐 버겁게 순수한 남자였는지도 모른다.
조금은 날긋하게 닳은 여자에게 순수는 반갑지 않다. 순수가 사랑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모르는 사람만이 순수를 동경한다. 사랑이 운명이나 숙명이 아닌 일상의 연장선에 있다고 믿는 대개의 경험있는 사람에겐 (사랑의 열정을 몇번씩 반복해서 느껴 본 사람) 순수는 정돈된 일상을 방해하고 그로 인해 사랑을 좀슬게 한다.
상우의 순수가 은수의 일상을 방해하고 사랑을 버겁게 느끼게 하는 요소는 곳곳에 있다.
늦잠을 자고 싶은데 상우는 제가 한 밥을 먹으라고 재촉하고..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새벽녘 서울에서 강릉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포옹을 요구하며.. 맨정신으로 약속을 하고 찾아와도 안 만나줄 판에 술 취해 급작스레 찾아와 철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른다.
게다가 엉엉대며 울기까지... 그 대목에 이르면 은수가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도 은근슬쩍 짜증이 인다. 저만 아프고 저만 힘들지.
어린 남자는 그렇게 이기적이다. 사랑만 하기에 인생은 너무도 버겁다.
다수의 사람들은 은수가 상우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현실적인 가치 기준의 잣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박봉에 초라한 개량 한옥에서 사는 홀시아버지와 매서운 시고모를 옆에 두고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모셔야만 하는 정말 누가봐도 최악의 결혼조건을 가진 그 남자와 연애는 몰라도 결혼은 절대 할 수 없다는 계산이 은수에게 있었다고 말한다..
나는 그 이유에 반박한다. 은수는 그 남자의 처지보다 무료해지고, 생계가 치명적인 걸 이미 아는 여자에게 사랑만이 전부인 남자는 부담스러웠을 뿐이다.
이제 이 나이에 "사랑이...어떻게 변하니?" 라고 상우처럼 묻는 남자가 내게 온다면.. 나 역시 은수처럼 당연히 그 남자를 피해갈 것이다. 아직도 사랑이 안 변한다고 사랑이 전부라고(직장마저 그만둘 만큼) 생각하는 남자와 격한 인생의 긴 여정을 어찌 헤쳐나가겠는가. 은수와 상우의 결별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도 다행한 일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고 말했던 사람이 있었다
20대 초반 오래동안 사귀던 사람을 뒤로하고 그냥 알던 사람과 결혼한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느순간 이해를 하던 그 순간부터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에 '사랑은 변해'라고 한치의 망설임없이 말하게 되버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며 쓴 술을 마시던 그 사람에게 '사랑은 변하는거야 정확히는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걸수도...'라고 했다 그게 사실이겠지 진리이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떠나가는 이의 뒷통수에 대고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라고 따지는 걸거다
상우처럼 모든걸 다 내보이고 정말 회사 때려칠 정도로 사랑하는것도 은수처럼 그게 부담되서 발을 빼는것도 이해가 간다 사랑은 서로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니까
1. 너무
'08.12.3 2:08 PM (125.241.xxx.1)공감이 가네요.
역시 노희경 작가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빤한 줄거리라서 영화를 보지는 않았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까
그런 속에서 한편으론 그 순수햇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정말 막연하게 한번 그리워만 해보는 경험을 해보고싶어서,
잠시 추억에 잠겨 미소 한 번 지워보고 싶어서
영화가 보고싶어집니다.2. 아나키
'08.12.3 2:13 PM (123.214.xxx.26)노희경작가를 좋아하는 저...요즘 그사세 보는 재미가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기대감까지...
3. .
'08.12.3 2:15 PM (125.186.xxx.138)그들이 사는 세상 어제 못봤는데 보고 싶네요. 그러게요, 너무 순수해서 자존심만 추구하고 초라함을 못견디는 현빈이 자기 한계에 부딪혀 그렇게 이쁜 준영이를 차버리네요.
4. 홍이
'08.12.3 2:56 PM (118.221.xxx.162)그 영화 ..
재미있게 보진않았는데..
기억에 참 남는 영화였어요
이영애가 유지태 화분들고 쫓아왔다가 ...유지태가 거절하자..멋적게 뛰어가던 장면 생각나네요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저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했는데 ^^살다보니 변하는게 당연하게 생각되는 나이가 됐네요5. ㅠ/ㅠ/
'08.12.3 3:47 PM (222.237.xxx.105)흐린 기억속의 영화네요,,
6. 충분히
'08.12.3 6:22 PM (121.131.xxx.127)이해가고 공감가는 글입니다.
7. x-girl
'08.12.3 8:59 PM (220.117.xxx.104)전 어린날 봄날을 봤는데도 이영애가 이해가 가더라구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말을 그때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서 괴롭더라는. 노희경 작가의 글을 보니 다시 와닿습니다. 송혜교 울 때 너무 슬펐어요.
8. 공감이
'08.12.4 4:16 AM (72.140.xxx.77)많이 가는 글이네요. 글빨이 좋아요. 노희경씨 글, 어디서 읽을만한데 있을까요? 좀 더?
9. 저도
'08.12.15 1:27 PM (202.136.xxx.180)저도 노희경 매니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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