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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평전--해방직후 지도자들 처신에 환멸

리치코바 조회수 : 173
작성일 : 2008-12-01 15:01:27
장준하는 국내 정국의 흐름이나 임정 국무회의 등을 지켜보면서 점점 실망감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늦은 밤에 자리에 눕기만 하면 몽상처럼 중원 대륙의 수수밭을 헤매이는 자신을 발견했다.

임정 요원들은 매일저녁 개별적인 초청을 받아 분주히 나돌았다. 그간의 고생에 대한 동포들의 따뜻한 접대도 있었지만, 친일파ㆍ민족반역자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요정에서 임정 요원들을 초청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또 정국의 변화와 관련하여 자파세력의 부식을 위하여 불러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장준하는 어느 날 광복군 국내지대로부터 귀국한 광복군의 환영회를 갖는다는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 장소는 일정 때 유명한 요정 명월관이었다. 이미 그곳에는 국내지대 간부 30여 명이 모여 있고, 그와 비슷한 수의 기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분위기로 보아 잘못된 곳에 온 줄 알았지만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술잔이 돌고 노래와 춤이 이어지면서 장준하가 노래를 부를 차례가 되었다.
“우리가 중국에서 광복군 기치 아래 모인 것은, 이런 환영을 받는 광복군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오늘 이 자리는 기쁘다기보다는 괴로운 자리이다.” 라고 소감을 밝히고, 독립군가를 불렀다.

“요동 만주 넓은 들을 쳐서 파하고 / 청천강수 수병 백만 몰살하옵신 / ….”로 이어지는 군가였다. 그리고 몸이 아프다고 핑계대고 서둘러 요정을 빠져 나왔다.

이런 식의 환영 파티는 위 아래 가리지 않고 연일 계속되었다. 임정 요인(요원) 들과 연결을 가지려는 자(세력)들이 집요하게 달라붙고, 여기에 빠져드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장준하는 걱정했다.
“환영만 받다가 버림받을 처지임이 적어도 내 안목으로는 명백한 것이었다.” (주석 5)

장준하의 고심은 점점 깊어갔다. 환국 20여 일이 지났지만 임시정부는 무력함만 보여주고 있었다. 국무회의는 연일 계속되었지만 이렇다할 결론도 없었고 방향 제시도 없었다. 국민의 관심은 점점 식어갔다.

12월 19일 ‘임시정부 개선환영회’가 서울운동장에서 열렸다. 임정 요인과 수행원들이 모두 참석했지만 장준하는 사무실을 지키겠다면서 빈 사무실에 혼자 남았다. 마음이 외롭고 괴로울 때면 최기일을 만나 심경을 토로하고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일이 낙이 되었다.

두 사람은 김구 주석과 이승만 박사가 결속한다면 어려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김 주석의 의견을 이박사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강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바로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하여 두 사람이 각기 김주석과 이박사의 진영에서 일하게 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운명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풋내기’에 불과한 이들이 끼어들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구나 이승만이나 자신들이 추구하는 노선과 추종세력이 있었고, 이념과 이해를 달리하는 수많은 정파, 여기에 전승국 미국이 설치한 미군정이 해방정국을 요리하는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

장준하의 성정에는 정의감과 감성적인 양면이 자리잡고 있었다. 정의감은 이미 성장배경이나 일군 탈출과정에서 드러난다. 감성적인 면은 자서전이나 각종 기록을 살펴보면 센티멘탈리즘이 적지 않이 나타난다. 20대 청년시절에 누구라도 센티멘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만은 장준하의 경우는 좀더 심했던 것 같다.

해방공간의 혼란기에 겪은 정치지도자들의 권력추구와 이합집산ㆍ사리사욕에 대해 장준하는 대단히 비판적이었다. 그는 이미 중경에서 임정요인들에게 ‘청사폭격’ 발언까지 할 정도로 격정적이지만, 그 반면에는 서정 시인과 같은 센티멘탈리즘의 정서가 배어있다.

육중하게 내리눌리는 대기 속에 유독 솟아오른 북악산의 의지가 가슴에 밀물처럼 몰려 왔다.
나는 산과의 대화로, 나의 회의를 추적해 보고 싶었다.
“왜, 회의하는가?”
“조국에 돌아오지 않았는가?”
“임정의 각료가 전부 입국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북악은 말이 없었고, 나 또한 대답이 없었다. (주석 6)

“우리들의 의지가 환영으로 대접받기 위한 것이었던가?”
비로소 나의 체내에 움트고 있던 회의의 초점이 드러났다. (주석 7)

장준하가 회의와 좌절감에 빠져들고 있을 때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12월 어느 날 동생 명하와 익하가 찾아왔다. 장준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삭주에서 풍편으로 장준하가 무사히 귀국하여 김구 선생의 경교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려운 고비 끝에 우선 명하와 익하를 월남시킨 것이다.

2년 여 만에 만난 동생들이다. 모처럼 가족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장준하가 일본군에서 탈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족이 일경에 심하게 시달렸다는 소식이었다.

이듬 해 4월에는 장모가 아내 김희숙을 데리고 어렵게 넘어왔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17세 소녀이던 그녀가 19세의 성숙한 모습이었다.

어느 날 장준하의 아내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구 주석이 경교장으로 부인을 한번 모시고 오라고 했다. 경교장을 찾은 김희숙은 김구 주석에게 큰 절을 올렸다.

“굉장히 무서운 어른으로 짐작했는데 정반대이셨습니다. 큰 절을 올리자 선생님께서 당신 손가락에 끼었던 금반지를 빼시더니 저한테 주시더군요.” (주석 8)

이 반지는 ‘임시정부 환국환영위원회’의 부인들이 김주석에게 한복을 지어다 드리면서 함께 선물한 반지였다.

6월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ㆍ어머니ㆍ막내동생 창하가 38선을 무사히 넘어 서울로 왔다. 2년 여 만에 온 가족이 다시 만난 것이다. 온 가족을 다시 만나 한없이 기쁘면서도 살아나갈 일이 막막했다.

서울에 아무런 연고도 없고, 그렇다고 이북에서 내려 올 때 재산이 될 만한 것은 전문 안내꾼의 도움을 받느라고 대부분 써버린 형편이었다. 당시에만 해도 남북한에서는 돈을 주면 3ㆍ8선을 넘거나 뱃길을 통해 안내해주는 꾼들이 있었다.

글: 김삼웅
출처: 오마이
IP : 118.32.xx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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