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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주는 엄마

햇살모아 조회수 : 2,836
작성일 : 2008-11-29 11:54:10
저는 아이옷 파는 일을 합니다.
어제 오전에 한 엄마가 아이둘을 데리고 제 매장에 들어오셨어요.
저 기억하세요?? 하며 들어오시는데 작년 겨울에 오셔서 여름옷 잔뜩 사가셨던 분이더군요.
뉴질랜드에 사시면서 일년에 한두어번 나오시는것 같았어요.
어머..네.~ 기억합니다 벌써 일년이 흘렀나요? 하며 반갑게 맞이해 드렸고 사실 반가웠어요.
기억하고 들려주시는데 당연 고맙지요..

음..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두 아이중에 한 아이가 가방을 사고 싶어 했습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조르고 엄마 따라 다니며 사달라고 떼를 쓰더군요.
이 상황에서 제가 늘 봐왔던 엄마들은
안돼 니가 이게 뭐가 필요해..또는 집에 많이 있잖아..하며 단칼에 아이의 의견을 무시 하고
아이가 심하게 때를 쓰면 아줌마한테 혼난다...하며 필요없는걸 사달라고 한다며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혼내는게 흔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엄마는
조용한 목소리로
네가 이 가방이 왜 필요한지 엄마한테 말해봐.
엄마 생각엔 필요가 없을것 같아.
필요한걸 사야지 눈으로 봐서 이쁘다 이거 이쁘다 저거 이쁘다 해서 사는건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해.
유치원 가방있고 어디 갈때도 별로 필요하지 않을것 같은데...
그래도 아이인지라 떼를 쓰더군요.
생각해보고 엄마한테 네가 이 가방이 왜 필요한지 말해봐 들어보고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면 사줄께..
하는데 아이에게 전혀 다그치거나 서두르거나 하는 모습없이 기다려 주더군요.
제가 많이 봐 왔던 엄마들은 절 의식해서라도 아이를 달래서 얼른 가려고 하거나 얘가 왜 이래..하며 무시하고 필요한걸 사가시는게 대분이었거든요.
절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아이의 의견이 나올때 까지 기다려줬어요.
저도 아이키우는 입장이라  그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놀라워 하며 같이 기다려 주었습니다.
아이는 생각을 했고 가방을 포기 하고,
필요한 옷을 사가지고 갔습니다..
가면서 그 엄마 저를 보고는 웃으면서..죄송했습니다..하며 가시더군요..
우리 나라 대부분의 엄마들은 나가면서 내가 너때문에 못살아...다시는 너랑 쇼핑안온다...하며 소란을 피웠던
부분에 대해선 저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아이를 야단치며  덮어버리곤 가버리시거든요.

아침에 이 모습을 보면서 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엄마의 육아 스타일인지,아니면 뉴질랜드 나라가 그런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아이의 의견을 기다려주는것엔 익숙하지 않거든요.
급하게 서둘러서 얼른 결론내야 하고 아이의 생각은 필요하지도 않고 아이의 생각이 내 생각으로 봐서
옳지 않으면 바로 잘라 버리려고 하고...전 그렇거든요.

그 엄마모습을 제 머리속에 그리며 아이의 생각에 귀 귀울여야 겠어요.
그 엄마 참 멋지더군요..
존경스러웠어요..^^
IP : 125.130.xxx.112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멋진
    '08.11.29 12:20 PM (125.184.xxx.193)

    어머님이시네요... 저도 제 아이에게 그런 엄마가 되어 주자고 수없이 다짐하지만...핫핫핫..

  • 2. ...
    '08.11.29 12:23 PM (125.241.xxx.10)

    저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네요...

  • 3. ...
    '08.11.29 12:33 PM (222.109.xxx.112)

    저도 조급증에 미칩니다... 부럽네요..

  • 4. ..
    '08.11.29 12:53 PM (220.233.xxx.126)

    전 지금 호주사는데, 여기 사람들은 거의 다 그래요.....아이의 의중을 먼저묻고,
    아!!! 근데, 전 맨날 미치겠어요...머리로는 되는데, 마음으론 절대안되서.....아-
    나도 기다리는 엄마가 되고싶어요

  • 5. 저도
    '08.11.29 1:21 PM (222.238.xxx.146)

    기다리는 엄마 ㄱ되고 싶은데 현실은...

  • 6. 멋지네요
    '08.11.29 1:33 PM (121.188.xxx.35)

    그런 엄마가 되지 못하고 아이들이 다 커버렸어요~ 아이들에게 미안~

  • 7. 쉽지 않아.
    '08.11.29 1:38 PM (125.184.xxx.8)

    애들 생각을 기다려주고, 애들 판단을 기다려주고....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 판단이나 결정권을 아이들에게 자꾸 넘겨지면, 나중이 참 편할수도 있습니다.

  • 8. morning
    '08.11.29 2:15 PM (222.239.xxx.101)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항 중의 하나이지요. 기다려 주기.
    엄마의 조바심이 아이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저도 참 안되는 일 중의 하나이지요.
    글 감사합니다. 이런 글 읽고 또 한번 마음 다지고, 도움이 됩니다.

  • 9.
    '08.11.29 4:10 PM (222.106.xxx.209)

    저 그런 엄마인데
    막상 그렇게 하면
    주변에서들 조급증 냅니다..
    특히 친척들.
    왜 아이를 혼내지 않느냐..어쩌구..하면서.

    전 저런게 전여 혼낼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 10. ..
    '08.11.29 5:07 PM (211.237.xxx.199)

    외국 엄마들은 거의 그래요
    옆에서 무조건 기다려주고 대화하구요
    하지만 거기서도 무지막지한 엄마들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대다수가 ㅠㅠㅠㅠ

  • 11. 제가그래요
    '08.11.30 8:40 AM (116.120.xxx.105)

    그러면 친언니가 옆에서 야단안친다고 뭐라 그래요..
    야단안치면 유난하다고 그러고 야단치면 엄마가 못돼쳐먹었다 그러고 좀 간섭좀 마세요..
    아이에게 심하게 하지 않고 애정이 있다는걸 알면 엄마에게 놔두는게 맞는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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