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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님이 고단수...

낚였음.... 조회수 : 2,712
작성일 : 2008-11-29 09:07:40
아래 김장 글 읽다가 든 생각.... 우리 어머님이 고수시네... ㅎ

저요, 첨 결혼한 담에 시댁 김치 먹는데, 넘 맛이 없는 거예요.
울 엄마는 시원하고 깔끔하게 담그시는데, 시댁 김치는 영 퍼렇기만 하고, 김치에 요상하게 깨가 들어가 있고(깨 넣는 김치 많다는 거 이제는 알지만, 엄마 김치만 먹어온 저는 그게 정말 이상했어요.ㅋ )
맛도 없고.... (객관적으로 맛없다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먹어왔던 맛과 달랐던 거라는 것도... 지금 알았지요..)

암튼, '네 입맛에는 어떨지 모르겠다'하시며 굉장히 조심스럽게 한통 주셨고...
그뒤로는 달라고 할 때만 주시고, 그 전엔 절대로 안 주셨죠.

물론 김장 오라는 소리도 안 하셨고....
오라고 해도 저도 안 간다고 남편하고 싸웠을지도 몰라요.
난 그 김치 먹고 싶지 않아.... 어쩌고 하면서요.

그러고는 애를 하나 낳고, 둘 낳고....
그때마다 애 있으니까 올 것 없다...
김장 하느라 애 볼 사람도 없는데, 네가 안 오는 게 오히려 도와주는 거다....

그래서 몇 년을 김장 면제...
슬슬 엄마는 아프고 편찮으시다며 김장을 안 하시기 시작하고
그러다보니 친정 김치는 끝, 시댁 김치만 먹기 시작하는데....

이상한 게...
우리 어머님이 점점 김장 솜씨가 느시나? 점점 맛있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ㅋㅋㅋ
설마 몇십년차 주부가 그제서야 김장 솜씨가 점점 나아졌겠어요?
제가 점점 어머님 김치 맛에 길들여진 거지요.

결국은 작년부터는 어머님 김치 맛있다. 더 없소? 더 내놓으시오~~~
하면서 막 달라고 해서 가져다 먹게 되었네요.

그러자 올해!
아들은 못 와도 며느리는 꼭 올 것!
지령이 떨어졌습니다.

어쩌겠어요...

여지껏은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도저히 힘들어서 안되겠다고 하시는데

직장 다니는 시누도 휴가까지 내고 간다는데

우리 아이들도 이젠 다 커서 지들끼리 알아서 놀 수 있도록 손이 안 가는 나이가 되었는데

나도 어머님 김치가 맛있어서 못 얻어먹으면 큰일나는데....

ㅠ.ㅠ

꼼짝없이 내려가서 1박 2일 김장하고 왔어요..

물론 김장이 1박 2일 가지고 되는 건 아니라서 밑준비는 어머님이 전부 해놓으셨지만...
이런 추세로는 몇 년 뒤에는 밑준비부터 불려가는 건 아닌지....

초반 기싸움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물스물 그렇게 김치 맛에 젖어들다가
앞으로는 꼼짝없이 김장 하러 가야 하는
결혼 8년차 주부입니다. ^^;

IP : 121.131.xxx.9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11.29 9:11 AM (218.52.xxx.15)

    어머님이 굉장히 지혜로우신분 같아요.
    단숨에 며느리를 휘어잡기 보다는 햇볕 정책으로 ㅎㅎㅎ
    서서히 목줄을 다셨네요 ㅋㅋㅋ

  • 2. 낚였음....
    '08.11.29 9:20 AM (121.131.xxx.94)

    또 하나...
    매년, 김장 하러 가야 한다고 투덜대는 친구들한테
    "난 우리 어머님이 오지 말래. 그래도 가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절대로 오지 말라고 하셔." 자랑자랑 해놓아서
    울 시집은 천사표 시어머니로 굳어졌거든요. 그래서 이제 와서 흉도 못 봐요.
    뭐라고 꿍얼거려도
    "야야, 난 니네 어머님만큼만 해주시면서 그러시면 다 해드리고 업고 다니겠다"라고 핀잔만 돌아오네요.....

    얼굴도 모르는 며느리 친구들까지 다 자기 편으로 포섭하신 무서운 분이셔요... ㅡ.ㅡ;

  • 3. ㅎㅎㅎ
    '08.11.29 9:20 AM (121.139.xxx.98)

    김치 담근다는게 장난아니게 힘들더군요.
    그렇다고 초보가 힘든 만큼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젊은 사람도 힘든데 연세 드신 어머님들은 더 힘드시겠죠.

  • 4. ^*^
    '08.11.29 9:22 AM (121.165.xxx.55)

    어머니가 담궈준 김치 15년재 먹고 있는데 힘들다고 함께 하자고 한지 몇년...김장 담그는거 정말 힘드니 좋은 맘으로 도와드리고 맛난 김치 드시고 건강하세요

  • 5. 낚였음....
    '08.11.29 9:24 AM (121.131.xxx.94)

    글게요.. 김장 힘들지요. 올해 가서 해보니 진짜 힘들더라고요...
    이 힘든걸~~ !! 하면서 그동안 안 시키신 것에 대해 새삼 감동이 밀려오며 충성을 다짐!...
    (완전 낚였습니다... ㅎ)

    아마 결혼 첫해부터 하라고 하셨으면
    "맛도 없고, 힘들기만 하고!~~~ " 불만이 가득했을 거예요.
    나름 저도 요리 좀 하는데 아마 "어머님, 저희집 김치는 그냥 제가 제 입맛에 맞게 담가볼게요"했을지도 몰라요.

  • 6. ㅎㅎㅎ
    '08.11.29 11:21 AM (59.3.xxx.65)

    행복한 낚임인 것 같네요.
    보기좋은 고부사이인거 아시죠?

  • 7. 그런데
    '08.11.29 11:47 AM (59.22.xxx.32)

    어머님이 고단수시라기보다는 그냥 본인 뜻이 그러하신 것 아닌가요.
    며느리 낚을려고 머리 굴리신게 아니라 그냥 자기 먹을 것 자기가 하면서 살자 하시는.
    요구나 강요도 않으시고 대신 베풀려고 애쓰시지도 않고.

    그냥 본인도 베푼다 생색내고자 하시지도 않고 대신 불필요한 요구도 않고
    독립된 가정으로 살아가고자 하신게 어머님의 뜻이셨는데
    며느리가 자기가 김치 필요해서 얻어가다가 이젠 힘이 부쳐서 너 먹을 건 같이 담자고 하신.

    고단수라기 보다는 독립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이겠지요.
    이렇게 서로가 자연스럽게 필요해서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의는 없이 강요에 의해 모든 일이 진행되니 모두들 힘들어하시겠지요.

  • 8. 낚였음.....
    '08.11.29 12:11 PM (121.131.xxx.94)

    그런데님....
    제가 어머님 의중이 사실은 이랬구나... 꼬아서 생각한 건 아니고요...
    감사하게 생각하는데(위에 '충성을 다짐'에 밑줄... ^^)
    아래 김장 때문에 분란 일어난 글 읽다보니
    야, 우리 어머님이 결과적으론 고단수네... 생각이 들어서
    웃자고 '낚였다'는 둥 하면서 쓴 거예요... 제가 좀 개그 본능이 있어서 같은 글도 좀 웃기게 쓰고 싶어하네요...

  • 9. 양성평등
    '08.11.29 1:49 PM (125.132.xxx.147)

    아래글에 김장때문에 신랑이랑 싸웠다하여 글 올렸는데
    제가 말하고 싶었던 가족분들이 여기 계셨네요........ㅎㅎ

    그 60넘은 강사 할머니 말씀대로네요.
    아들이건 딸이건 키우면서 독립을 위한 생활방법을 평등하게 가르치는게
    진정한 양성평등이라고요......................

    장성하면 독립을해서 당당하게 살면서 서서히 정도 쌓아야지
    급하게 집안 가풍, 음식맛, 효도를 강요하면 탈이 나는게 당연하데요.

    자식이 결혼하면 신혼을 만끽하게 즐기게 멀리 떨어져서 자유를 주고
    손주가 생기면 그때 전배로써의 도움이 필요하니 조금의 관심과 도움을 주면
    서서히 정도 쌓이고 여유도 생기고........서로서로 좋다네요.

    원글님 현명한 부모님덕에 행복하시겠습니다.......^^

  • 10. ㅎㅎㅎ
    '08.11.29 2:55 PM (124.111.xxx.224)

    낚였다는 건 웃자고 하는 말씀이고... ㅎㅎㅎ
    저랑 같은 분 또 계시네요.
    서서히 시댁 음식에 젖어들어서는 10년 넘으니까
    어머니 방식을 우리식이라고 말하는 저를 발견했다니까요.
    어머니 김치나 반찬 주시면 신혼 땐 그냥 그랬는데
    요샌 너무너무 고맙고 반갑답니다. ㅎㅎㅎ
    저도 형님도 어깨 아파서 못 오시고
    제 남편 데리고 어찌 김장하시나 걱정돼서
    애들 데리고라도 간다고 하니 오지 말라시네요.
    작은애 아토피 도진다고...

  • 11. 맛있는 김치
    '08.11.30 12:39 AM (125.53.xxx.194)

    그 김치 먹고싶네요,
    읽는 내내 입에서 침이 고이네요,,,
    맛있는 김치 먹어본지 너무 오래되서리,,,
    님이 부럽네요,,

  • 12. 삼남매
    '08.11.30 4:46 AM (59.14.xxx.63)

    어린 삼남매 키우는 저는 작년에 세째가 6개월이었을 때 김장을 제외하곤, 단한번의 예외도
    없이 김장에 불려갔습니다...^^;;
    심지어, 둘째 낳았을때는 산후조리도 안 끝났는데, 김장하라해서 목욕탕에서 울며 스텐 다라이
    닦던 생각이 나네요...ㅠㅠ
    원글님 시어머님은 참 마음이 따뜻하신 분 같네요...부러워요~~

  • 13. 시어머님이
    '08.11.30 5:57 AM (121.134.xxx.102)

    참 좋으신 분이네요.

    저흰 원글님 댁과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시집와서 맛본 시어머니표 김치가 정말 맛있더군요..
    맛있다고 아무리 얘기해도(차마 대놓고 달라고는 못하고...),손 작은 저희 시어머니는 난 내가 먹을 것만 조금씩 담가 먹는다며,김치든 반찬이든 전혀 주시는 법이 없었답니다.
    김장때도 부르는 법이 없더군요...난 내가 먹을 10포기만 한다...하시면서..
    ...
    제나름대로, 임신해서나,애들 올망졸망 키울때나, 열심히 알아서 김치 해먹고, 알아서 해결해나갔죠....(물론 명절때는 3박4일로 불러 일 시키시더군요..ㅠㅠ )
    김장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김치 사먹기도 하면서,20년이 다됐는데, 몇년전부터, 시어머니가 당신이 힘드셔서 김치를 해먹기 그러니 담가달라는 식으로 얘길하시는거예요...

    게다가 명절은 제게 넘기셨어요....힘들다고,못하시겠다고 하는데, 실랑이하기도 그렇고,어차피 20년동안 시댁에서 했을 뿐 내가 거의다 장보고 ,상차리고 했었기에(그러면서도 당신이 다 한 것처럼 생색은 내십니다.)알았다고 하고, 저희 집에서 명절 치른지가 몇년 되었어요.
    명절날 남은 음식과 반찬들은(제가 넉넉히 해요..전 손이 좀 큰폍이라..) 또 시어머니와 시누네 싸주거든요...그럼 저희 시어머니는 고맙다고 하시면서 가기고 가는게 아니라, 며칠 반찬 안해도 되겠다 하시면서 당연한 듯이 가져가시죠.
    얄미워서...그러고 있었는데...

    이젠, 시어머니가 김치까지 대달라는 요구를 간접적으로 하시는거예요...(늙어서 힘들어서 김치 못해먹겠다고..)....살림도 음식도 잘못해 간도 잘 못맞추던 그 어린 시절에도, 아파서 쓰러져있던 시절에도,애낳고 누웠어도...반찬은 커녕, 김치 한보시기는 커녕,미역국 한그룻도 안챙겨주셨던 분이....
    여우(?...죄송ㅠㅠ)처럼 그러시는데....
    딱 기가 막히데요..

    전 들은 척도 안했구요, 3년 가까이 만날때마다 김치얘길 하시대요...남편이 지쳐서 "엄마 우리도 김치는 사먹거든요.."해버렸답니다..

    남편이 시어머니표 김치를 정말 좋아하고, 늘 "우리 엄마 김치가 제일 맛있어"하는데도...20년간 당신 아들 먹이라고 김치 한 번 안챙겨주신 그런 분도 있어요....
    제가 요즘은 남편한테 그럽니다...당신 어머니는 참 특이하다고...아들이 그렇게 좋아하는데도(정말 김치는 맛있어요...)김치 한그릇 안챙겨주시는 당신 어머니 보면 이해안된다고...전 제 새끼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해서 먹이고 싶던데...
    ...
    이런 시어머니도 있어요...
    뻔뻔하지만(?죄송) 더 고단수 시어머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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