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가 학교에서 얇은 노트급의 조사서같은걸 가져왔더군요
충남에서 하는건지 천안에서 하는건지 암튼 아이에 대한 자세한 인적사항과 부모에 대한 꼬치꼬치 질문으로 이루어진거였어요
작성하면서 보니 ADHD에 대한 어떤 경향같은걸 알아보려는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리고 조사서를 살펴보고 발달상의 문제가 되는 아이군과 정상으로 보이는 아이군을 선별하여
좀 더 자세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한다고, 조사대상이 되면 찬성하겠냐는 문항도 포함해서요
몇가지 아이에게 직접 묻고 작성해야 하는 것이 있고,
맨뒤에는 아이가 직접 작성하면 더 좋은 문항이 있었는데, 그게 주로 아이의 느낌에 대한 얘기더군요
직접 하겠다해서 볼펜 넘겨주고 다른 일 하다가 나중에 작성한걸 보고 뿌듯해졌습니다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평소 자신에 대한 느낌, 자신감, 자존감 그런걸 볼 수 있는 것 같았거든요
'나는 대체로 무슨 일이든 잘 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대부분의 일을 잘 한다고 느낀다'
'나는 공부를 잘 하는 편이다'
'나는 친구가 몇 있지만, 좀 더 많이 사귀고 싶어한다'
'나는 내 외모가 만족스럽다'
등등....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했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이것도 못하냐'는 마음과 '그거면 충분해'라는 마음이 공존해서
사실 괜히 혼란만 심어주는거 아닐까 심경 복잡한 적도 많았는데, 어쨌든 잘 가고있나보다 싶더라구요
이 아이는 공부를 잘 하는 편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조금 아닌 것 같고,
외모는 아빠를 지대로 판박이로 박았는데 스스로 자기에게 만족스럽다하니 참 고맙네요
(아빠가 나름 괜찮다면 요런 얘기 안하겠지요 ^^;)
그리고 동시에 아이와 거의 비슷한 나이였을 때
내가 못생겨서 거울이 보기 싫다며 거울을 정면으로 보지 못했던 제 어린시절도 스쳤습니다
그때 나는 공부도 꽤 잘한다고 얘기할 수 있었고, 얼굴도 못생겼다 소리 듣지 않을 정도였는데도 말예요
자세한 나의 느낌은 기억 안나지만, 거의 평생을 두고 내가 괜찮다고 느껴본적이 없었던게 새삼 떠올랐어요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제 스스로에 대한 느낌이 많이많이 좋아졌는데
제가 그래도 하나뿐인 딸은 그럭저럭 잘 키우나보다 싶어서 진짜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서른이 넘으면서 저의 모토였던 '조상신으로부터의 대물림을 끊는다'가 제 눈에 결과로 보이는 느낌이었달까요
제 어린시절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길 바랐던 걸 조금 이룬거 같아서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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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2 딸아이 자신에 대한 느낌
어제기분좋았던일 조회수 : 328
작성일 : 2008-11-27 00:29:59
IP : 116.40.xxx.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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