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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섭섭해서..

조회수 : 758
작성일 : 2008-11-26 18:17:23
우울한 기분에 몇자 적어봅니다.

어제가 제 생일이었습니다.  43세 되었네요.
남편과 아이들한테 축하받고, 시아버님은 용돈을 쪼개서 제게 주셨네요.

남편은 그닥 다정한 편은 아니지만 결혼기념일과 마누라 생일은 꼭 기억하고 챙겨줍니다.  고맙죠.

저는 어릴적부터 부모님이 생일이라고 따로 챙겨주시는 거 없었습니다.  미역국 정도.
워낙 무심한 스타일이셨어요.  사는게 힘들어서 더 그랬겠지만요.
그래서 생일이라고 선물이며 케잌이며 신경쓰고 일찍 퇴근하는 남편이 좀 유난스러워보이기도 합니다.

뭐 필요하냐고 뭐 갖고싶냐고 종종대는 남편한테 저는 오히려 아무것도 필요없고 맘 써주는 걸로 족하다고 하죠.
진짜 선물 없어도 잊지 않고 챙겨주는 마음 하나로 충분합니다.

생일인 어제는 내내 집에 있었는데...엄마한테서 그래도 전화는 한통 올줄 알았는데...참 서운하더군요...저녁 8시반쯤 되어서야 문자가 왔어요..생일 즐겁게 지냈냐고.  순간 울컥 서러운 것이 도대체 울 엄마는 자식에 대한 정이 있는 사람인지 막 화가나고 이 나이에 그런 걸 섭섭해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더군요.
생전 그런 거 서운하지 않더니 이번에는 왜 그런지..

남편에게 말했더니, 당신이 이제 늙나보다, 그러네요.

결혼하고 아이낳아 지지고 볶고 살다보니 내 부모님이 얼마나 힘든 세월을 몸으로 마음으로 인내하며 살아왔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 안스런 마음도 듭니다.
그렇지만 살기가 팍팍해도 자식들(4남매) 한번 안아주고 토닥거려주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원망스럽습니다.

너희들이 잘 사는 지 자나깨나 걱정이다...얼마전에 그런말 하시더군요.

엄마가 정말 우리들 걱정을 저렇게 한단 말인가? 저는 내심 의아했습니다.
저도 엄마이니 내 엄마의 맘을 헤아릴 수는 있게 되었지만 참 이해할 수 없기도 합니다.
저한테는 꼭 전화할 일이 있을때만 전화하고(1년에 서너번), 저 15년 직장다니는 동안 김치며 반찬이며 한번도 해주신 적 없습니다.

무심하게 자라서 그런지 저 또한 부모님께 살가운 딸은 못됩니다.  궁금하고 걱정되서 수화기를 들었다가도
그냥 내려놓습니다.  막상 통화하면 별로 할 대화가 없더군요.

속정은 깊은데 겉으로 표현을 못해서 그렇다...여지껏 그렇게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늘은 마음을 가눌길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철없는 아줌마의 넋두리였습니다.
IP : 220.88.xxx.24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위로가 될라나요?ㅎ
    '08.11.26 6:22 PM (61.66.xxx.98)

    결혼전에 생일이라고 미역국 챙겨주신건 딱 한번..
    기억하신 적이 없으세요.
    그런데 며느리 보신후에 제 생일 며칠 지난후 전화 주십니다.
    오늘이 니 올케생일인데...생각해보니 며칠전이 니 생일었더라...깜빡했네...
    남의딸 생일은 기억하시는데 제생일은 번번히 그냥 지나가세요.
    그나마 며느리랑 몇달 차이 났으면 아예 기억도 못하셨을라나요?

    그러려니 하고 삽니다.
    원래부터 생일 챙기는 성격도 아니었구요.

  • 2. 구름
    '08.11.26 6:30 PM (61.98.xxx.35)

    저랑 비슷한 감정을 엄마한데 가지셨네요. 딸 때문에 마음 많이 다스리고 엄마감정 이해 하려고
    애쓰지만 저도 자식인지라 가끔 엄마의 정이 그리워요.
    어느날 엄마가 전화해서 " 별일없니 아픈데 없고? 추운데 감기조심해라 " 이런말....욕심인가봐요

  • 3. 에구
    '08.11.26 6:38 PM (61.105.xxx.66)

    마음 많이 아프시죠? 다독다독^^
    어쩌겠어요.. 그래두 내 핏줄이걸...일단 오늘은 다 잊으시고 밥 맛있게 해서 많이 드세요.

  • 4. 별사랑
    '08.11.26 6:39 PM (222.107.xxx.150)

    울 엄마는 월요일에 혼자 김장 다 해놓으셨어요..어제 제가 올케거랑 가져오고..
    큰집 조카딸(제 사촌언니) 거까지 택배로 다 보내시고..
    지금도 제가 집에 가면 콩밥 좋아한다고 콩만 몰아서 담아내 주시고..정말 대단한 엄마
    그런데 저는 성격이 좀 툭툭한 편이라서 성질을 부리죠..울 딸이 엄마는 나중에 절대
    외할머니처럼 자기에게 그렇게 못 해줄 거라고..^^; 이 글 읽으면서 마구 찔려요..ㅠㅠ

  • 5. 늦었지만
    '08.11.26 8:46 PM (121.88.xxx.109)

    축하드려요.
    그런데 아우 그 맘 저 알아요.
    저희도 오빠 생일만 챙기고 전 미역국도 몇번 못 얻어먹었다는 ㅎ
    고입때도 외고나왔는데요 저 혼자 시험보고 머 입학식도 혼자 ㅎ
    결혼준비도 엄마 미국 이모네 놀러가셔서 결혼 일주일 전에 도착 ㅎ

    머 그밖에 다양한 사연이 있지만 머 이정도요 ㅋㅋ
    저희는 4남매도 아니고 딸랑 2이였다는...
    그래도 남편분이 살갑게 챙겨주시고 넘 좋으시네요
    힘내시고 아자아자 해용~

  • 6. 저도
    '08.11.27 1:53 AM (125.187.xxx.90)

    축하드려요.
    마음푸셔요.
    저도 원글님 마음 알거같아요.비슷해서...
    어릴적 엄마한테서 못받았던 사랑... 이젠 잊어버리세요.
    남편복있는게 더 좋은거죠.

  • 7. 잠깐만요
    '08.11.27 1:49 PM (211.40.xxx.42)

    전 좀 다른 방향으로.....
    있잖아요. 제가 보기엔 보통의 엄마 같은데요. 제가 사랑별로 못 받고 자라서 그런가

    혹시 갱년기를 좀 일찍 시작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도 그래왔는데 새삼 서럽고 눈물까지 난다 하시니
    전 우리옆집 친구 생각이 나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더니 갱년기라네요

  • 8. ....
    '08.11.27 7:07 PM (58.227.xxx.123)

    전 47살인데 우리 친정엄마도 그래요 이젠 그럴려니 해요
    그래도 생일챙겨주는 남편 있잖아요 맘 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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