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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편, 아버지도 있네요.

여인잔혹사 조회수 : 1,218
작성일 : 2008-11-26 09:38:22
아래 친정 어머니의 희생적 삶에 넌더리를 치시는 글을 보고,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네요.
어떤 방법으로든 치유해 나가시기 빕니다.

그런데요...그나마 딸이니 그 황당한 사실을 객관적으로나 보죠.
물론 어찌 보면 피해자이시니 그럴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언젠가 어느 글에 댓글로 조금 얘기한 적 있긴 한데요...

저희 시가는 아들 형제들만 있는 집인데, 시어머니께서 정말 희생만 하시다 돌아가셨거든요.
마치 당신의 희생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너무도 기쁘게 모든 걸 감수하셨습니다.
정말 득도한 모습이 저런 거로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런데, 정작 문제는요...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들과 아직까지도 그렇게 당신 성질껏 사시는 시부께서는 그게 너무 당연한 '엄마', '여자'의 도리로만 안다는 거지요.

어른께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평생 버릇이 그렇게 드셨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생만 하다 가신 불쌍한 우리 부인, 엄마...아무도 이렇게 생각 안 하더군요.
심지어는 수족처럼 부리던 사람이 없어진 아쉬움만 가득하는덴...정말 기함하겠더라고요.

한 번은 남편이...
"아버지께서 밤 열두시에 낙지볶음 드시고 싶다 하셔서 그거 대령 안 하면 집이 박살났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께서 불 꺼진 어물전 문 두들겨서라도 만들어 대령해 드렸다..."
이런 얘기를 즐거운 추억 회상하듯 웃으며 하는 겁니다.

어찌나 어이없고 기막히든지..."그건 여인 잔혹사야..."했다가, 대판 부부싸움했어요.
그렇게 해서 남편이 맛있게 먹게 했으면 된 거지, 무슨 '잔혹'씩이나 얘기하냐고 절대 수긍도, 이해도 못 하더군요.

또 한 번은 생선구이를 먹다가...
"연탄불 위 석쇠에 구운 생선 맛이 최고지. 한 번은 석쇠가 망가져 어머니께서 그냥 다르게 구워 밥상에 올렸다가 아버지께서  난리나셔서 시장에 가서 석쇠랑 갈치 새로 사다가 밥상 다시 차린 적도 있지..."
또 즐거이 회상하는 겁니다. -.-

뭐, 좀 별나긴 하지만, 맛있는 거 먹으려면 멀리 맛집도 찾아가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여기가 요리사이트이니...ㅎㅎ) 하실 분이 혹시 계실 수도 있겠지만....
예전 시가는 시장까지 편도만 삼십 분이 넘게 아주 험한 길을 걸어서 오가야 했습니다.

와, 이런 게 벽이로구나...정말 깜깜했지요.

물론, 우리 남편은 개화기(?) 사람이니, 그렇게까지 심하게 행동하진 않았습니다.
아니, 결혼 초기에는 일면 아버지 같은 면도 있어 제가 숨이 턱턱 막혔던 것 같기도 하지만...지금은 어떤 만행들을 저질렀었는지 세세하게 기억 조차 나지 않을만큼, 저의 끊임없는 교육 덕분에 많이 사람 됐습니다.

시부께서 엄청 급한 성격이셔서 배고프다는데 조금만 늦게 차려도 밥상 날아간 일 부지기수에다...

당신이 잘못한 일때문에 스스로 화나신 걸 아무 관련도 없는 시어머니께서 싹싹 빌어야만 넘어간 일들...

아들들 자기들이 벌어 거의 스스로 컸고요, 간간히 여자 문제 있었다 하고, 간간히 폭행에, 춤추러 다니시고...

외가(시어머님 친정)와 아주 사소한 오해로 꽁하셔서는 십 몇년 넘게 당신 처가에 일절 발걸음도 안 하시고...

저희 결혼 때 방 한 칸도 못 해 주실 형편이라셔서, 그야말로 방 한 칸 우리 힘으로 해결했는데, 결혼식날 늙어보이기 싫으시다고 주름살 제거수술 받으실 돈은 있으시고...

그렇게 일생에 아무 보탬도 없이 손 놓고 계신 분은 지금 호의호식하면서 사시고, 그 이후 운 좋게 집이 좀 풀려 살만해졌건만...가정을 위해 희생만 하시던 분은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것도 일종의 학습효과일까요?
어머니께서 그러셔서인지 아들들이 일절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없어 하늘같이 떠받듭니다. 그러니 계속 성질껏 잘 살고 계십니다.

제 3자이기도 한 며느리는 십 년을 훨씬 넘겨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집안 분위기입니다.
IP : 125.252.xxx.13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런...
    '08.11.26 10:09 AM (121.165.xxx.105)

    제가보기엔 미친 시아버지네요... -_-;;;
    어휴.. 아무리 시대라 하더라도... 그 분이 100살 넘기신건 아니잖아요...
    그시대라고 해서 다 그렇게 산건 아니랍니다... 참... 허허...
    시대가 아니라.. 그 분이 이상한 사람인거예요...
    결국 그 시아버지는 왕따되실일만 남았네요...

    그런 분은 누가 '어른'이라 생각하고 존경할까요...

  • 2. 그 분위기..
    '08.11.26 10:18 AM (203.142.xxx.10)

    이해갑니다.
    울 시댁도 아버님께서 제가 결혼하기 얼마 전까지 그런 모습 보이셨답니다.

    물론 강도는 원글님보단 좀 약하긴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거의 맞춰주면서 사셨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시어머니께서 성질(?)도 간혹 내시긴 하지만 집안 전체분위기는 시아버님이 무엇을 원하던 그걸 맞춰주는 방향으로 갑니다.(가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시아버님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울 시댁도 아들만 둘인지라.. 거의 아버님 요구에 아들들이 가급적 맞춰주는 분위기로 갑니다.

    시어머님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저야 뭐 가끔 시아버님께 대들기도 하고..^^;(집에와서 신랑붙잡고 눈물바가지 쏟기도 했지만.. 시아버님 행동을 맞춰주면서도 신랑 심정적으론 제편인지라.. 넘어가주기도 합니다)

    제가 간혹 시아버지께 심정적으로 부당하다거나 화가나는 것을 넘어가는 이유가.. 모든것을 다 감싸안아버리고 저를 달래시는 시어머니와 그래도 제게 맞춰주려는 시늉이라도 하는 신랑때문에 넘어가곤 했는데.. 시아버지께서도 처음처럼 그렇게 심하게 하지는 않으시네요. 요샌 그럭저럭 잘 지냅니다^^;

  • 3. -_-
    '08.11.26 12:18 PM (125.186.xxx.3)

    죄송하지만 그 시아버님...사람이 아니시군요. 제 눈에는 짐승도 상짐승입니다.
    그나마 아드님은...안그러신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아 정말 읽다가 혈압오르고 욕 나와서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휴...

  • 4. ???
    '08.11.26 12:25 PM (210.90.xxx.2)

    저희 시어머니 경우는,
    자신이 가족에게 희생적?으로 해주는 행위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으시는 분이셨어요.
    이제 남은 건 골병 뿐,
    가족들이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최고로 해바치는(?)...
    물론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지요.
    당신의 그 희생적인 보살핌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뭉친 것 까지는 뭐랄 수 없지요.
    그런데, 며느리에게 당신의 희생에 대한 댓가를 요구하시는 건 어쩌지요?
    그 희생의 결과로 골병든 시어머니의 몸과
    심리적인 상처로 인한 화풀이는 모두 며느리에게로 오더군요.ㅠㅠ
    그리고, 그런 보살핌에 익숙한 반쪽짜리 어른인 아들(남편)은 어쩌라구요.

  • 5. 피장파장
    '08.11.26 1:05 PM (222.236.xxx.99)

    저도 그 시아부지만큼 성질 급한데
    석쇠로 그 시아부지 머리통을 때리고 싶네요.

  • 6. 딩동댕
    '08.11.26 1:33 PM (59.3.xxx.117)

    ??? 님 말씀에 정답 있네요

    어머니가 어떤 마인드로 살았는지를 보는 것도 남편감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사고방식 가지고 계신 시어머니가 키워낸 아들;;; 괴물입니다 여자 가슴에 대못 박으면서도 자신이 뭘하는지 모르는 경우 자주 있습니다

  • 7. 우리 친정
    '08.11.27 11:22 AM (219.250.xxx.64)

    비슷한 집이네요. 저 아버지 보면 얼굴을 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고생만한 엄마.... 연민의 정이 있지만... 친하지는 못합니다.
    비극입니다. 가족간의 친밀한 관계를 아버지가 망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기는 세상에서 제일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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