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네, 구구산법(九九算法)을 아는가?"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보통생선(菩筒笙仙) 노가리(魯 鯉)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독두혈왕(禿頭血王) 대모리(垈貌璃)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구구산법을 아느냐고 물었네."
"무, 물론이지요. 하지만 그건 왜…."
"그럼 육일(六一)은 무엇인가?" "육(六)이지요."
보통생선은 대답하면서 내심 불쾌하였다.
'이건 황실 창고에 보관된 차(茶)의 수량을 파악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하급관리인
시다바리(侍茶把吏)나 하는 일이거늘,
그렇다면 내가 니 시다바리가?'
그러나 보통생선이 불쾌해 하건 말건 마치 선문답(禪問答)
같은 독두혈왕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육이(六二)는?" "십이(十二)입니다."
순간 독두혈왕은 탁상을 내리쳤고 그 서슬에 술잔이 쓰러지면서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틀렸어. 틀렸어.
그런 구태의연한 사고로는 도저히 저들을 당할 수 가 없는 것이야.
발상을 전환하여야 해.
발상을... 잘 듣게.
지금부터 자네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서 사람들을 철저히 세뇌시켜야 하네.
그래서 자네가 육이(六二)는 구(九)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만들어야하네.
이를 명심하게." "육이구(六二九), 육이구라구요?"
"그렇지. 그러기 위해서 자네는 이제부터 부지런히
지방색공(指防色功)을 연마하도록 하게.
그리고 이걸 받게.
" 독두혈왕이 내미는 것은 길이가 대략 일 촌(寸) 정도 되는 나뭇가지였다.
"이것은 촌지(寸枝)라는 것으로서 언론방(焉 幇) 방주의 신물(神物)이네.
내 일찍이 이런 날이 올 것을 예상하고 언론방을 키웠거니와,
이것을 내보인다면 자네의 말에 모두 따를 것이니 이를 잘 활용하도록 하게.
사실 이 모든 것들도 저들 삼대세가가 합공(合攻)을 한다면 소용이 없지만
워낙 스스로 오만한 자들이므로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걸세. 하늘이 우리를 돕는다는 것이지."
심모원려(深謀遠慮)라더니 실로 독두혈왕의 안배는 빈틈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가 더 있네. 보통생선, 내가 자네를 믿어도 되겠는가?"
"예? 무슨 말씀을…."
"자네가 나를 이어서 우리 구대타문(九大打門)의 수호자가 돼 줄 수 있겠느냐는 말일세."
"그, 그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이 사람, 믿어주세요."
"좋네. 그렇다면 나를 밟고 서서 저들을 꺾게나."
"예?"
독두혈왕은 말없이 소매에서 치자나무 통으로 만든 자색(紫色)의 금(琴)을 꺼내들었다.
"그, 그것은…."
"그렇다네. 무림 삼대음공병기(三大音功兵器)의 하나인 통치자금(筒梔紫琴)이지.
이것을 자네에게 주겠네.
알다시피 이것을 탄주하는 자는 그 내공이 삼 갑자 이상 늘어나는 반면,
이를 듣는 자들은 탄주자에게 혼을 뺐기고 그의 수족처럼 변하는 가공할 병기이지.
자네가 가진 대선자금(大仙紫琴)과 비자금(秘紫琴)에 이것까지 갖추었으니
앞으로 자네의 음공(音功)이 완성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걸세.
그리고 이제 돌아앉아서 이것을 가지고 자네의 그
배사매무초(背死梅無招)를 탄주하도록 하게."
"주, 주군. 서, 설마?"
"어서! 시간이 없네. 이제 얼마 후면 나의 무학이 가진 숙명적인 결함인
래임독(萊淋毒)이 온 몸에 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것마저도 물려줄 수 없어."
"주, 주군…."
-화미남자(무협작가),
*******************
아침에 책장 정리하다가 희망 혹은 상식 이란 책이
손에 잡혔지요..
책장정리는 물 건너 가고
잠시 당시의
대권무림에 빠져들었답니다..............역시나
혼자 킬킬거리다 남편도 같이 킬킬거린 대목..
대단한 작가님..존경스럽습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어쩌다 또 주워 읽은 책,,뒤집어집니다.
잠시... 조회수 : 1,479
작성일 : 2008-11-23 13:55:36
IP : 211.206.xxx.4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11.23 1:59 PM (220.64.xxx.97)정말...이런 책이 있단 말씀이신가요? 절묘한 풍자네요.
독두혈왕 대모리, 보통생선 노가리에 구대타문,대선자금,비자금,통치자금 삼대자금을 갖추고...
래임독에 배사매무초라... 웃는게 웃는게 아닙니다만...ㅎㅎㅎ2. ..
'08.11.23 3:19 PM (218.158.xxx.148)확 땡기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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