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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 아이를 이렇게 키우고싶어요.

아이키우기 조회수 : 1,008
작성일 : 2008-11-22 11:18:55
남편이나 저나 고향이 시골입니다.
전 참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온통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자라
같은 나이의 도시 애들이 누리는 것은 누려보지도 못했고
원없이 과자한 번 먹어보지 못했어요.

과자 자체도 거의 먹지 못했고
어쩌다 엄마가 읍내 장에 나가시는 날이면
혹시라도 풀빵을 사오실까  기대를 하며 엄마를 기다렸지요.
싼 값의 풀빵이라도 맘껏 먹어보지 못했네요.

그런데도 참 희안한 것은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한다고
너무 가난하다고  부모님을 원망해 본 적이 없었어요.
가난해서 싫다라고 느껴본 적도 없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이나 말을 할 수도
있었음이 분명한데  전혀 그러지 않았지요.

아마도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시며 농사지으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어렸지만 그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물론 제가 그런 곳에서 자랐을때는 적어도 시골마을에 같은 또래들이
참으로 많았고 같이 어울렸고
그래서 심심하지 않았고  심심할 시간이 없었지요.
지금하곤 많이 다른 시골 모습이었네요. 그땐.


저희 부부.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이를 안낳겠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맞벌이하면서 살고있고  둘다 비슷한 가정에서 자란터라  재산이있는 것도아니고
맞벌이지만  수입도 작고요.   하지만  열심히 저축하면서 살아요.
그런 저희 부부의 하나의 공통된 생각은
나중에 내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면  그 아이가 세상에 발을 딛을때가 되면
자연에서 키우고 싶다는 거에요.  
생활 자체를 시골로 옮기겠다는 것 보다는

남들이 하기 때문에 해야 할 거 같아서  학원을 보내거나
꼭 또래들하고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에 유치원을 꼭 보내야 한다거나
그런 것들 보다는
자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자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거에요.
사실  지금 형편으로  또 앞으로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지 않을테지만..
아이 유치원비로 50-60을 내기는 저흰 힘들어요.
국비지원을 받으면 좀 낫겠죠.    
또 아이가 원한다면 힘 닿는데로 노력해서 해줘야 하기도 하겠쬬.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시사철 나뭇잎이 어떻게 변하는지.
비온 후 땅속에서  어떤 버섯들이 나오는지.
무당벌레가 어찌 생겼고   반딧불이는 어찌 생겼는지.
봄에 산에는 어떤 것들이 솟아 나오는지
흙냄새는 어떠한지.

아이 손잡고 자연과 가까운 곳을 돌아다니면서
작은 시냇물 소리는 흐르는 소리가 어떠한지.
그런 모든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유치원비로 들어가는 비용,  학원비로 들어가는 비용 대신
그렇게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하고 싶거든요.


참 어찌보면 어리석고
어찌보면  부부인 저희가 그리 자라서 시야가 좁은 것일수도 있고요.
근데 저는  지금껏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어렸을때 그렇게 자연속에서 놀았던 시간이에요.
물론 그 후로 또다른 행복들이 있었겠지만요.

사계절마다 바람의 냄새가 다르고 달빛이 다르다는 것을.
자연속에 서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알려주고 싶어요.

하긴.  그것도 아이가 좋아해야 하겠지만요.
저는  컴퓨터에 빠진 아이의 모습이 아닌
자연속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항상 생각해요.
아이 손 꼭 잡고 솔내음 나는 산 길을 걷는 상상도요.

IP : 218.147.xxx.11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산골출신
    '08.11.22 11:35 AM (122.100.xxx.69)

    저와는 반대시네요.
    저도 남편도 산동네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라
    그런곳이 고향이라는 것에 너무 감사한 사람들이예요.
    그런데 아이는 그런곳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요.
    다만 그런 자연 환경을 느끼게는 해주고 싶죠.
    저는 중학시절까지 자라면서 도시와의 문화적 환경땜에 열등감 많이 느꼈어요.
    지금 아이한텐
    생활은 도시에서 하고 양쪽 집안에 자주 가서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있어요.

  • 2. ,
    '08.11.22 1:40 PM (220.122.xxx.155)

    어렸을적 정서가 풍요롭고 안정되었던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 힘든 순간에 어려움을 잘 극복한다 하더군요. 어렸을때 안정이 힘이 되는거지요. 저 역시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사람으로써 자연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 여유가 생깁니다.
    도시건 시골을 떠나서 어렸을때 기억이 행복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그 힘을 가질수 있다 생각합니다.

  • 3. 어릴땐
    '08.11.22 3:01 PM (122.42.xxx.21)

    시골에서 자라게 해주는것도 좋을것 같아요
    저도 시골에서 자랐는데 우리아들에게 저처럼 어릴때 기억을 주고싶어 외가에 자주 데려가고 한 일년정도 살고 싶기도 했지만 먹고 살려니 그것도 힘들더라구요
    용기 있으시네요 아이에게 좋은선물일것 같아요

  • 4. 어디선가
    '08.11.22 3:35 PM (122.34.xxx.54)

    인터뷰였는지 기사였는지 김혜수가 한말을 본적이 있어요
    타짜에서 유해진이나 조승우 같은 배우와 같이 연기할때 그배우들한테는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흉내낼수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그들이 시골에서 자란 유년시절이 있기때문인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본인도 아이들은 꼭 시골에서 키우고 싶다고 한걸 본적이 있어요

    자연이 주는 풍부한 정서는 한 인간이 인격적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그 무엇으로도 대체되어질수 없는 소중한 가치임에는 분명한것 같아요

  • 5. ...
    '08.11.22 5:37 PM (221.162.xxx.34)

    아무리 그렇게 키우고 싶어도,
    세상이 부모와 아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아요~~~

    부모가 소신있으면 된다구요?
    나름 소신의 결과에 아이가 절망한다면요?

    아이 키우는게 부모 소신만으론 되지 않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답니다!
    아이가 한살 한살 자라면 더 몸서리치게 느끼게 됩니다.

  • 6. ..
    '08.11.22 10:54 PM (121.134.xxx.151)

    직장은 서울이지만,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키웠어요,
    어린이집 옆에 바로 산이 있고 밭이 있고 좀 걸으면 논도 있는 곳.
    까맣고 표정이며 노는 모습 완전 시골아이.

    아이랑 등산하는데. 아이가 이거저거 먹는 겁니다. 나무열매, 풀,, 먹어도 되는 거라네요.
    아이에게는 밖에서 신나게 놀지않은 날은 시시한 날이지요.

    계절의 변화와 하루의 변화를,땅의 힘과 바람..밖에서 자연에서 느끼게 하는 거.
    당연한 건데 우리가 잊고 사는 거지요.
    큰 작가는 모두 시골출신이라고 듣기도 했어요.

    이제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지요.글도 못 깨치고 간 학교지만, 잘 지내구요.
    튼튼한 마음와 몸, 스스로 찾아놀줄 아는 아이랍니다.

    그런데 요즘 시골아이들은 오히려 돌봄을 받지못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고 하데요.

    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힘과 뜻을 합치면, 너무 어렵지않게 아이를 키우실수있을 겁니다.
    또래친구도 챙기고 같이 해야 더 재밌으니까 품앗이를 하시든 시골학교를 보내게 되시든
    꼭 님의 소신대로 하셔서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시기를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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