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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네르바' 루비니 "한국, 금융위기 직전"

미네르바 조회수 : 1,218
작성일 : 2008-11-21 18:33:08

'미국의 미네르바' 루비니 "한국, 금융위기 직전"
"美 경기침체 24개월 지속 가능성, 바닥 아직 멀었다"
기사입력 2008-11-21 오후 3:39:05

    
한국에서 '미네르바'라는 비실명 인터넷 논객이 신뢰를 받게 된 것은 실명으로 속시원하게 그리고 대체로 정확하게 경제의 향방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간혹 몇몇 전문가가 실명으로 예측을 하지만 대체로 뒷북치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경제전망을 하는 데 영향력까지 확보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네르바는 이런 위협 속에 절필을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어떨까.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실명으로, 그것도 미네르바가 울고갈 극단적이며 비관적인 전망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다 맞추고 있다"며 찬사를 받는 전문가가 있다.

▲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미국 등 글로벌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로이터=뉴시스

바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다. 그는 2년전 미국발 금융위기 전개의 12단계를 제시했으며, 모든 단계가 그의 예측대로 진행됐다. 이미 미국발 금융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개됐으며, 마지막 12단계인 '금융기관의 강제 청산, 자산 헐값 매각 등 악순환의 반복'이 현재진행 중이다.

루비니, 한국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과 동급 취급

문제는 도대체 그 바닥이 어디냐는 것이다. 최근 루비니 교수가 운영하는 경제전문 온라인사이트 'RGE모니터'에 게재된 'Where is the bottom'은 바로 그 해답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게다가 이 내용은 루비니 교수가 지난 9월30일 전미기업연구소(AEI)에서 진행된 강연을 녹취(원문보기)한 것이지만, 지금에서 보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많은 '실명'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례없는 대책이 나오고 증시가 반등하면 '이제 바닥이 온 것인지 모른다'는 식으로 낙관론을 지피려든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글로벌 금융위기로 순식간에 비화시킨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건'이 일어난 9월 중순 이후에 미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런 낙관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반등은 일시적일 뿐 전체적으로 주가는 폭락세를 이어갔다. 20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8000선이 붕괴됐고, 국내 코스피 지수는 950선이 다시 무너졌다.



루비니 교수는 AEI 강연에서 왜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가 계속되는지 세밀하게 진단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금융위기 직전(on the verge of a financial crisis)에 몰려 있는 나라들로 세 나라를 거론하며, 한국을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와 동급으로 취급해 충격을 주고 잇다.

다음은 이 강연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미국의 금융위기는 단순히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아니다. 기업과 개인 신용 등 대출이 있는 모든 곳에 엄청난 거품이 있다. 기업의 경우 6조 달러에 불과한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보험(CDS)이 무려 55조 달러어치나 발행됐다. 기업 파산이 이어질 경우 이것은 또다른 시한폭탄이다.

내가 미국의 금융위기에 따른 손실이 최소한 1조 달러, 보다 더 가능성이 높게는 2조 달러라고 추산했을 때, 사람들은 지나치다고 생각했지만, 불과 몇 주 뒤에 IMF가 9540억 달러라는 추정치를 발표했고, 골드만삭스가 1.1조 달러, 다시 IMF가 1.4조 달러로 수정 발표했다.

손실이 정확히 얼마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1조 달러는 최소치이고,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통상 10개월 정도 지속됐다. 지난 두 번의 경기침체 때는 각각 8개월 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게다가 2001년 경기침체 때는 경기 위축 규모도 미미했다. 경기침체 때 국내총생산(GDP) 감소는 평균 2%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는 4~5% 정도의 감소가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은 50년래 최악의 수준이다.

주택시장 위축이 바닥에 닿으려면 아직 멀었다. 신규주택 건설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수요는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신규 및 기존 주택의 재고가 공급 과잉 상태가 되어 주택가격을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40%까지 떨어질 것이다. 1991년 주택가격 하락이 고점 대비 5%였다. 지금까지 20% 떨어지고 다시 40%까지 떨어진다는 것은 대공황 이후 보지 못한 현상이다. 이미 주택의 자산총액은 6조 달러가 감소했다.

주택가격 하락이 이 수준으로 진행되면 내년말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산 미국의 주택 중 40% 정도는 주택 가격이 대출금보다 밑돌 것이다. 모기지를 안고 있는 5100만 채 중 2100만 채가 이런 상황을 맞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모기지는 연대보증이 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택을 잃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보수적으로 추정해 20%만이 주택을 잃게 된다고 가정해도 4000억 달러의 금융 손실이 추가로 발생한다. 만일 40%가 주택을 잃게 된다면 금융손실은 8000억 달러에 달한다.

세계 경제 속에서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경제국이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경기침체로 가고 있다. 미국 경제는 이미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4분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신흥시장에서 금융위기로 몰리고 있는 10여개 국가가 있다. 유럽에서는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터키,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을 들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이 곤경에 빠져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이 이런 나라들에 속한다. 이처럼 전세계가 경기침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책결정자에 대한 신뢰 상실

걱정스러운 것은 정책결정자들이 더욱 더 과감한 정책을 펴고 있고, 또한 그 방향이 옳다고 해도 시장은 이미 정책결정자들이 올바른 일을 할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금융과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특단의 유동성 공급 조치가 단행됐을 때 시장에서의 효과는 8주간 지속됐다. 지난 7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국유화 조치가 이뤄졌을 때 시장에서 4주간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AIG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가 있었어도 증시에는 반등조차 없었다. 오히려 5% 폭락했다.

심지어 7000억 달러 구제금융이 상원과 하원에서 잇따라 통과된 이틀간 주가는 연일 폭락했다. 그 다음주 연준의 추가 유동성 공급 조치들을 내놓았으나 주간 내내 증시가 하락해 20%나 빠졌다.

금융시스템 자체가 붕괴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 이때서야 정책결정자들은 단계적 대응조치는 위기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시스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금융기관들은 파산을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결정을 최우선으로 내렸다.

정책결정자들,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실책" 결론

즉, 그들은 리먼브라더스를 파산시킨 것이 실수였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유동성 경색을 풀기 위해서는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우선주 매입으로 금융업체들의 자본을 확충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금융업체들의 부채를 보증해주는 등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후 시장에는 온갖 악재들이 쏟아졌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 50년래 최악으로 떨어진 소비자 신뢰지수, 주택가격지수의 지속적 하락 등이 그것이다.

이제 금융시장은 기능이 마비됐다. 펀더멘털이나 가치평가는 무용지물이 됐다. 시장의 흐름만이 지배하고 있다. 대대적인 정책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매도세가 매입세를 압도하면서 시장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바닥이 아직 멀었다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이번 경기침체가 8개월 정도가 아니라 24개월 지속되고,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된다면 소비, 투자, 주택, 고용, 산업생산 등의 지표가 충격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이런 충격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금융업체 뿐 아니라 비금융업체들까지 충격적으로 악화된 실적들을 기록하며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다.

헤지펀드 300~600개 동반 파산 가능성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협요소들도 많다. 내년에 기업 파산이 대대적으로 일어날 가능성, 그럴 경우 CDS 시장이 붕괴돼 금융시스템에 대대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수많은 헤지펀드 업체들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1988년 LTCM처럼 대형 헤지펀드들이 아니어도, 한꺼번에 300~600개의 헤지펀드 업체들이 파산하고, 부채 자산들을 매각하게 되면 자산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금융위기에 노출된 많은 신흥경제국들도 시한폭탄이다. 이들중 어느 한곳이라도 국가부도 사태를 맞으면 세계화로 인해 연결된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다른 나라들도 흔들릴 수 있다.

아이슬란드를 예로 들면, 인구 30만 명에 불과한 조그만 섬나라인 이 나라는 GDP의 12배가 넘는 외채를 끌어들여 MBS(모기지담보증권), CDO(부채담보증권) 등 위험한 파생상품 채권들을 사들였다.

은행들이 파산하자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들을 구제할 재원이 없으므로 이들 업체들은 부실화된 자산을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은 시장에 대량 매각해야 할 것이다.

헝가리, 아르헨티나, 또는 한국 등 다른 경제들의 국가부도 사태는 차치하고 아이슬란드 같은 조그만 섬나라도 자산가격에 연쇄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몇 개월 동안 사람들이 항상 바닥을 얘기해 왔지만, 시장은 중요한 조치가 있을 때 반짝 반등한 뒤 더 크게 하락했다.

우리는 모기지 부실위기의 바닥에 온 것도 아니고, 금융위기의 바닥에 온 것도 아니다. 심각한 경제위기의 바닥에 온 것도 결코 아니다.
/이승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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