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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들을 떠나보낼때...

고슴도치엄마 조회수 : 1,563
작성일 : 2008-11-11 11:12:52
오늘은 빼빼로데이
우리 집은 생일을 특별히 챙기지 않는 집이다.
'평소에 잘하자' 라는것이 나와 남편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래서 나도 남편 생일을 특별히 챙기지 않고
남편도 내 생일을 신경쓰지 않고 산다.
그러나 남편은 아주 자상하고 모범적인 사람이라
남편으로 인해 속상해 본 적이 아직 없다.
아이들의 생일도 크게 챙기지 않는다.
평소에 잘 해야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므로...

그런데 어제 저녁 퇴근길에 예쁜 곰돌이 두마리가
빨간 소쿠리에 초콜렛이랑 빼빼로랑 함께 들어있는
것을 사 들고 오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엘리베이트 앞에서 마주쳤다.

난 웃으면서 "엄마가 차 태워줄텐데 말하지.
날도 추운데 거기까지 걸어갔다왔구나." 했더니
멋적다는 듯 뒤통수를 긁으며 말이 없었다.

집에 들어와서 누구 줄 거냐고 물어봐도 괜찮겠냐고 하니
여름방학때 영어캠프에서 같은조였던 여학생 아무개에게 줄거란다.
8월에 학교마다 몇명씩 같이 했던 무료 영어캠프가 생각났다.
아~ 그때 얘기했던 학생이랑  연락하고 지낸다더니

오늘 방과후에 집근처에서 주기로 했단다.

그런데 내가 걱정이 되었다.
시커먼 남학생들만 있는 교실에 저 예쁜걸 들고갔다가는
한나절도 못가 박살이 나지 않을까?

아들도 은근 고민하는 눈치였다.
다시 집에 와서 가지고 갈까? 그러면서 가방에 넣었다 뺐다 한다.

그래서 내가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ㅇㅇ 집까지는 우리집에서 좀 머니까 버스도 두번 타야되고
엄마가 저녁에 데려다주면 어떨까?
그러면 망가지지 않게 잘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들이 잠시 후에 "그렇게 해 주세요." 한다.

처음 본 아들의 변화된 모습에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뭔가 허전한 느낌
이젠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구나.
나도 모르는새 훌쩍 자랐구나.

말로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독립해야 된다 고 늘 하면서
정작 마음으로는 독립시킬 준비를 별로, 아니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옛날 자전거를 배울 때 뒤에서 자전거를 잡고 있던 손을
몰래 살짝 놓아주면 비틀비틀하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잘 달려갔던 기억이난다.
그것처럼 이젠 아들이 탄 자전거에서 손을 살짝 떼고
뒤에서 지켜봐야 할 때인것 같다.
관심은 가지되 부담은 주지 말고 지나친 간섭도 말고

오전내내 아들과 빼빼로바구니를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런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운건 또 왜일까?


IP : 59.23.xxx.14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들엄마
    '08.11.11 11:36 AM (211.232.xxx.148)

    중학생 아들에게서 벌써 그런 걸 느끼시나요?
    아드님이 결혼이라도 하나? 했답니다(제목만 보고)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정을 떼 주는 일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저도 외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스스로가 책임을 많이 느끼는 듯 합니다.

    이제부턴 자식한테 무엇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무심코라도 '뭘 하고 싶다' 뭘 사고 싶은데...'그런 얘기도...
    얼마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우리집에 오시고 싶다고 하셧다는데
    그때 아들이 고3이라 동생들이 말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요.지금도 그렇습니다.

    가끔씩 많이 아픕니다.

  • 2. 또다른
    '08.11.11 11:45 AM (211.57.xxx.114)

    느낌으로 와 닿네요. 저는 딸만 둘인데,,,, 아드님이 참 이쁘게 자란것 같아요. 저 빼빼로를 받는 여학생은 행복할 거에요. 남자친구와 어머니의 정성이 듬뿍 담긴 빼빼롤테니까요.

  • 3. 언젠가는
    '08.11.11 11:55 AM (211.178.xxx.148)

    저도 그런 감정 느낄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네요.
    초4 아들래미 왜 그리 봐도봐도 예쁜지..

  • 4. 미소
    '08.11.11 12:02 PM (221.139.xxx.69)

    우리딸 중1인데요~ 읽으면서 제가 맘이 훈훈해지네요..
    울딸도 님의 예쁘고 고운맘의 아드님 같은 남친한테 초코렛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소가 떠오르네요~

  • 5. ..
    '08.11.11 1:34 PM (125.138.xxx.220)

    이쁜 감정과 마음을 표현할줄 아는 아이로 키우신 님이 부럽습니다.저희 아들아이도 그렇게 컸으면 좋겠네요.실은 저도 아침에 중딩 딸내미가 이쁜 종이로 커다랗게 접은 하트안에 엄마 살찔까봐 칼로리 신경쓴 빼빼로;;를 주고 가길래 큰소리로 남편에게 딸이 엄마 아빠에게 주더라..라고 말했어요.관심도 없고 절대 선물할일 없는 남동생것도 챙겨주고요..우리딸은 오늘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해집니다..

  • 6. dd
    '08.11.11 1:49 PM (121.131.xxx.92)

    아...섭섭해라...정말...섭섭해요. 우리 이쁜 아들내미..이제 독립하겠군요
    하지만 막내인 나..결혼할 때 하지 말라도 아니고, 딱 일년만 더 있다 하라고 엄청 붙잡고 심술부렸던 울 엄마 생각이 나서...난 울 아들...잘 보내줄라요...
    그래도..넘 이쁜디..저걸..누굴 주나 너무 이뻐설랑...아고 아까버라..

  • 7. 원글
    '08.11.11 1:50 PM (59.23.xxx.146)

    점 두개님 -예쁜 딸에게 선물 받으셨군요.
    제가 평소에 잘 안 챙기는 사람이라 아마 아들이 제 건 준비 안한거 같은데
    사실은 제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것두 좀 서운하더군요.
    애미것두 하나 200원짜리라도 사 주지 싶은...
    이젠 뭐 해 줄땐 생색을 팍팍 내야 할까봐요^^
    이따 저녁에 선물 든 아들 태우고 갈 생각하니
    벌써 설렙니다.

  • 8. ,,
    '08.11.11 1:55 PM (121.131.xxx.43)

    마음이 찡~ 하네요..
    세살인 우리아들.. 지금은 엄마를 못살게 귀찮게 하지만 이때가 지나면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겠죠?

  • 9.
    '08.11.11 4:00 PM (222.237.xxx.27)

    이 글을 읽고 나니 눈물이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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