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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남편을 만들어보아요.

우리~ 조회수 : 804
작성일 : 2008-11-10 14:15:12
남편은 아침밥과 일요일 저녁식사를
저는 저녁밥을 책임집니다.
결혼한 후로 쭉 그렇게 해왔어요.


아침에 누룽지를 끓여먹기도 하고
빵에 잼을 발라 먹기도 하고
프렌치 토스트를 해먹기도 하고
간편하게 생과일 쥬스를 먹기도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내일 아침은 무엇을 먹고싶냐고 제게 묻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커피를 끓이며 저를 깨워줍니다.
쓰고보니 저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있군요.
남편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남편은 결혼전에 집에서 별명이 황태자였다고 합니다.
어머님께서 아주 귀하게 키우셨다고 아가씨들이 그러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아침의 부엌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 아이들은 라면같은 종류는 "엄마말고 아빠가 끓여주세요." 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저의 노력이랄까 전략이랄까 그런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칭찬'과 '방관'입니다.
남자들은 여자와 센서가 좀 다르게 작동을 해서
설겆이감 많이 내놓으면 자기가 요리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엌을 집들이 손님치른 부엌을 만들어놓죠.
이 때 부엌은 쳐다보지도 말고 해 준 음식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표정으로 먹어주는 겁니다.
당신이 해 준  이 김치찌개(멀겋고 싱거우며 곰솥 가득~ 든)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으며 매끼 이걸 먹겠다.
그리고 열심히 먹어줍니다.
이 때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액션 필수입니다. "오오오오오오오~~~"
남편은 연신 "정말 그렇게 맛있어? 진짜? 진짜?" 하고 묻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고 지겨워질때쯤 남편이 자진해서 말합니다.
"양이 너무 많다. 다음부터는 제일 작은 냄비에 해야겠어."
그럴 때 나는 별 상관없지만 원하면 그렇게 하라고 말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요리 연구가마냥 자신감에 차서 요리를 합니다.
내가 한 요리가 어찌 맛이 없을수 있겠느냐는 표정으로.
이런 요리는 일요일 저녁에만 하는 것이니 별 부담은 없는 듯 해요.

커피도 밖에서 차를 마실때면 저는 절대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합니다.
집에서 당신이 끓여주는 커피를 마시겠다고. 그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그러면 아주 의기양양하게 라떼 그까이꺼 하면서 만들어줍니다.

라면은 제가 제 입으로 '내가 끓인 라면은 세상에서 가장 맛이 없다'고 토나온다고 합니다.
제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쇄뇌를 시킵니다.
하루는 세미나때문에 밤 11시에 들어온 남편이 개수대를 보더니 "여보! 미안해!"하고
단발마 비명을 지르기에 놀라서 가봤더니
아이와 낮에 끓여먹은 라면찌꺼기가 개수대에 남아있는 것을 보고
당신이 라면을 끓여먹는 상황까지 몰고간 자신이 너무 싫어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ㅎㅎㅎ



이쯤되면 저의 요리실력이 꽝일 것이라고 생각하실까요?

저 요리 못하지는 않습니다.  
남편과 관계된 분들이 저희 집에서 식사하시는 것을 참 좋아하셔서
혼자 괜히 신나서 열심히 합니다.
식구들이, 손님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부른배로 만족하며 웃고 떠들 때
참 행복합니다.
가스레인지 4구를 몽땅 다 켜고 바삐 음식하고
가마솥에 밥을 지어 얼른 퍼놓고 누룽지를 눌려놓으면
남편이 "누룽지가 예술이네~" 하며 시끄럽게 와그작와그작 먹는 소리도 좋습니다.
매발톱님의 식빵레시피대로 따라구워놓으면 식힘망위에 있는 빵을 호시탐탐 노리다가
맛봐준다는 핑게로 왔다 갔다하며 뜯어먹는 가족들이 사랑스럽습니다.


쓰면서도 이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이 되네요.
별것도 아닌 내용인데
글을 막상 쓰고 있으니 어지러워요.
무대공포증 뭐 그런 종류처럼요.
제가 쓴 것은 그저 몇가지의 예에 지나지 않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랑을 주기만 하지말고
조금은 여우처럼 받기도 하자는 것이예요.
사랑을 받는 법을 아는 것도 기술이라지요.
제 부족한 글이 이제 가정을 꾸리고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분들이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기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IP : 59.3.xxx.14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
    '08.11.10 2:19 PM (123.248.xxx.28)

    참 지혜로우신 분이시네요. 한 수 배워갑니다.

  • 2. 현명
    '08.11.10 2:22 PM (220.120.xxx.193)

    하시네요.. 전 아직 그게 잘 안돼요.. 성질나면 얼굴에 다 쓰이고.. 기분나쁜표정 숨기질 못하고...칭잔에 야박하고.ㅠㅠ 이러니 울신랑.. 더 승질냅니다.. 잘 다슬려서.. 우렁남편 만들어야되는데.. 그래도 아침출근준비로 바쁠때..제가 간밤에 밥만 해놓으면 대충 아이가 먹을 도시락 만듭니다..ㅋㅋ

  • 3. ..
    '08.11.10 2:23 PM (222.106.xxx.64)

    저처럼 꼭 내손이 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이거꼭 명심해야겠네요...
    방관...요게요게 잘 안되죠.

  • 4.
    '08.11.10 2:24 PM (71.248.xxx.91)

    여자들도 여러 과 있다고 하죠.
    생긴것도 곰인데 하는 짓도 미련 곰탱이 곰.
    생긴건 곰 같지만 실상은 약을대로 약은 여우.
    여우같이 생겼지만 하는건 미련 곰탱이 곰.
    여우같이 생겨 하는짓도 완전 불여시.

    내 몸 움직여 만들어 먹ㄴ느게 속 편해요.
    남편이 해 주는 음식, 어쩌다 한번은 맛나게 먹지만,계속 이래 산다면 나 스스로에 질리거 같아요.
    <난 생긴것고 곰, 하는 짓은 더더욱 미련 곰탱이>
    님같이 사는거 잠시 몸은 편할지만 것도 피곤할듯 하네요.

  • 5. 지혜
    '08.11.10 2:36 PM (58.231.xxx.100)

    배워야 사느니라...오늘부터 칭찬모드로 돌입.

  • 6. 님같이
    '08.11.10 2:42 PM (211.57.xxx.106)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저는 그러지를 못해요. 그런 지혜야말로 돈주고 사야하는데 말입죠. 님 너무 행복하신거 아녀요?

  • 7. 본인이
    '08.11.10 2:50 PM (221.162.xxx.86)

    좋아서 몸이 아파도, 아무리 힘들어도 꼭 아침밥 차려주고 싶다는 분들이야 상관없죠.
    하지만 정말 너무 힘들고 남편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는 분들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그냥 차려줘라...라는 건 이상합니다. 이런 글이 도움이 되지요.
    원글님 행복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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