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펌글이에요. 정치색 다분한글이니 싫으신분은 패스하시길..
개인적으론 키친아트 애용해야겠어요 ^^
원글은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110519400...
"'스텐 냄비' 같은 노동자 기업, 여기 있습니다"
[권은정의 WHO] '키친아트' 박선태 전무
2008-11-06 오전 10:52:00
'일꾼이 주인 되는 세상'. 가능할까? 유토피아처럼 저 멀리 손닿지 않는 데 있을 듯한 세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있다. 한국의 노동자 자주 기업. 키친아트. '주방 속의 예술'이라는 문구로 주부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기업이다.
인천 주안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키친아트로 가자고 했다. 공장 건물을 예상하고 갔지만 사무실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현관 머리에 사훈이 큼지막하게 내걸려 있다. '공동 소유, 공동 책임, 공동 분배'. 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인 게 분명해 보였다.
박선태 전무이사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방안 선반에 냄비며 프라이팬, 각종 주방기구가 진열되어 있었다.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을 한 마흔 중반의 박 전무는 별스럽지 않은 경영인 같아 보였다. 모두들 그가 키친아트의 노동자 자주 기업 역사를 가장 잘 대답해줄 것이라고 했다. 키친아트는 언제부터 노동자 자주 기업이었는가?
▲ 박선태 키친아트 전무이사. 모두들 그가 키친아트의 노동자 자주 기업 역사를 가장 잘 대답해줄 것이라고 했다. 키친아트는 언제부터 노동자 자주 기업이었는가? ⓒ프레시안
"2001년 4월부터 경영을 시작했으니까 그때부터라고 할 수 있겠지요."
키친아트의 전신은 경동산업이다. 경동산업은 1960년에 양식기 수출 기업으로 설립되어 승승장구하여 85년부터는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 4000명 규모의 공장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동화 설비 등 700억 규모의 과다 투자로 인해서 기업이 크게 흔들렸다.
"그때 설비 투자를 올바르게 했더라면 저희들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지금도 그대로 경영주들이 하고 있겠지요. 100억 정도만 정상적으로 투자되었지요. 나머지는 비자금 등으로 빠져 나갔던 것입니다."
경동산업은 결국 부도를 맞았다. 40년 넘는 기업이 죽게 되었을 때 그 회사를 살리기로 한 이들은 주로 그동안 생산라인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이었다. 최종부도 나던 날, 노동조합이 채권에 관한한 모든 권리를 이전 경영진으로부터 넘겨받았다. 기계와 브랜드 등에 관한 양도양수 계약서를 받았다. 그때부터 노동조합원들이 실제 경영을 맡았다.
"별 문제가 없었어요. 영업 부문에서도 기존 영업사원들과 그대로 함께 일해서 그랬는지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가 해고당한 뒤에 복직되었을 때 서울 영업소 근무를 했었거든요. 그 경험이 있었던 게 참 다행이었지요. 우리가 첫해부터 흑자를 냈어요!"
그런데 경동산업 계산서로는 당연히 영업이 계속될 수 없었다. 두어 달 고민한 뒤 조합원들이 독자적인 법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조합원 모두의 퇴직금을 모으기로 했다. '키친아트'라는 브랜드로 법인을 만들었다.
▲ 키친아트(주)가 설립되면서 370명의 조합원(지금은 276명)은 바로 주주가 되었다. 노사가 완전히 일심동체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개인의 회사가 아닌 모두의 경영으로 직원과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결의하였다. 따라서 이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프레시안
"그때 노동자 자주 기업에 대한 자문을 구하려고 전국의 변호사를 찾아다녔지요. 아무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어요. 학술적으로 연구된 것도 없었고요. 우리가 처음이었어요. 우리 뒤에 생겼지만 망해버렸고…"
키친아트(주)가 설립되면서 370명의 조합원(지금은 276명)은 바로 주주가 되었다. 노사가 완전히 일심동체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개인의 회사가 아닌 모두의 경영으로 직원과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결의하였다. 따라서 이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그게 참 아이러니지요. 아무도 만들 생각을 안 합니다. 다들 월급을 받지만 또 주주이기도 하니까, 허 참…."
박 전무는 매우 쑥스러운 표정이 된다. 그는 경동산업 당시 노동조합위원장 출신이다. 부도 위기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무노조 기업은 정말 비정상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 더구나 그는 현재 임원이다. 현재 4명의 이사진이 있는데 다른 3명은 경동산업 당시 현장 관리직에서 일했던 이들이다. 노조 출신은 박 전무 혼자다. 그가 '정체성의 혼란'을 어찌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처신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처음 1년은 술밖에 안 먹었어요."
맨 처음엔 잠바 입고 마티즈 타고 다니면서 일해도 될 것 같았는데 그렇게 하니 다들 웃더란다. 생산 공장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사람들이 뜨악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고. 회사 간부가 워낙 '운동적인 언어'를 많이 쓴 탓에 어리둥절했을 것이라고 그가 설명을 덧붙인다.
"그런데 가장 견디기 힘들고 괴로운 것은 주위 선·후배들이 임원이니 좋은데 다니며 잘 먹고 잘사는가 보다 그렇게 보는 것 같아서요. 그런 눈초리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뭣 하러 이걸 하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들기도 하지요. 근데 주주들 때문에 버티고 있습니다. 여기서 20년, 30년을 일했던 분들입니다. 마지막까지 퇴직금 걸고 회사를 살렸는데 내가 그분들 위해서 회사를 지켜야하지 않는가, 그 생각이 항상 제 머릿속에 꽉 차있습니다."
박 전무는 1983년에 경동산업에 입사했다. 지금은 키친아트를 위해 온몸을 바칠 자세가 되어 있지만 당시 그는 그저 공단에 시커멓게 나붙은 모집 광고를 보고 무작정 입사했다. 특히 기숙사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단다. 처음 들어간 작업 부서는 수저 생산 라인이었다.
박 전무가 서랍에서 숟가락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는 손닿는 모든 곳에 주방용품을 늘 놓아두는 것 같다.
"이걸 노라에 넣고 넓히는 일이지요. 두 개의 큰 볼이 돌아가는데 그 사이에 수저를 방향을 바꿔가며 넣는 거지요. 그 다음에 프레스 가다에 넣어서 찍고, 이바리 제거하고, 광내고… 수저 하나를 만들어내는데 전부 40가지 공정을 거칩니다.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박 전무는 군대 다녀와서 1987년에 재입사했다. 그때도 수저 부서에 있었다. 그는 수저 만들기의 달인이었다. 하루 2만 개의 수저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상상이 안 될 정도다. 손이 얼마나 빠르면? 그는 지금도 수저를 딱 보면 안다. 어디가 어떤지, 불량인지 아닌지 한눈에 들어온다.
"수저는 스텐 27종을 써야 해요. 국내 식당에 가보면 주로 24종을 쓰는데 녹이 슬어서 안 좋지요. 함량이 있어야 제대로 된 거죠. 자석에 붙으면 그건 미달인 거고.. 똑같은 수저라고 해도 두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 손으로 만들다 보니…."
그렇게 사람의 손으로 수저를 만들다 보니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잘리는 일이 허다했다. 오죽하면 잘린 손가락을 위한 제사를 지내기까지 했을까. 공단버스 승객 중에 옷소매 안에 손을 숨기고 있는 이들은 전부 경동산업사람들이었단다. 지금도 키친아트 주주 중에 손가락 없는 이들이 꽤 있다.
▲ "사실 굳이 노동법 안 꺼내더라도 이미 너무 힘들었어요. 어떤 아주머니는 철야를 23개까지 했어요. 매일 새벽 세시까지 하다가 결국 돌아가셨지요. 노동법을 공부해보니 세상이 달리 보이더군요, 이거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레시안
1980년대 인천 공단에는 노동운동의 거센 바람이 젊은 청춘을 흔들어 깨웠다. 언젠가 사업을 하리라 마음먹으며 수저를 만들고 있었던 그였지만 우선 눈앞의 세상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위장 취업한 노동운동가들과 그와의 교유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학출들이 워낙 많았지요. 노회찬 전 의원도 우리 공단 쪽에서 일했지요. 고향 후배가 와서 노동법은 이런 거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사실 굳이 노동법 안 꺼내더라도 이미 너무 힘들었어요. 어떤 아주머니는 철야를 23개까지 했어요. 매일 새벽 세시까지 하다가 결국 돌아가셨지요. 산재 사고도 많았어요. 사업을 하려던 내 눈으로 봐도 너무 하더라고요. 노동법을 공부해보니 세상이 달리 보이더군요, 이거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삶을 노동운동에 바쳐도 괜찮을 것 같았다는 말이다. 그의 결심이 얼마나 굳세었는지 군대 가서 휴가를 회사로 나올 정도였다.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운동정신이 바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재입사한 뒤 본격적으로 운동에 매진했다. 1989년 9·4 투쟁당시 위원회위원장이었던 그는 구속되어 4년 3개월 형을 살았다. 노동자 중에 단일형으로 그가 가장 오래 살았을 것이다. 그는 복직 투쟁 1년 만에 들어와 일하다가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그때 가장 먼저 한 일이 구내식당에 한식 수저를 내놓는 일이었다.
"그전까지는 양숟가락과 포크를 썼어요. 왜 군대에서 쓰는 포크 있잖아요. 글쎄 우리가 수저 만드는 공장인데 그게 아까워서 못쓰게 했다니까요."
한때 한쪽은 구사대로 다른 쪽은 노조 조합원으로 맞선 적이 있었던 이들이 이제는 함께 일한다. '다들 회사를 살리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라는 말에 그간의 시간이 녹아 있는 듯했다.
박 전무는 요즘도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오면 팔을 올리며 같이 부르는데 왠지 팔이 그전보다 높이 올라가지 않는 것 같아서, 또 옆에서 '넌 팔이 왜 그래?' 할까봐, 신경 쓰인다고 고백한다.
전무 박선태 씨는 경영과 조합 활동의 중간 어디쯤에 서있는 것 같다. 결국 양쪽 세계가 그의 안에서 자연스레 용해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키친아트는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면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애초 이익금의 일정 부분을 사회로 환원할 것을 원칙으로 못 박았다. 매월 11월초에는 인천 지역 각 단체, 어려운 분들 공부방 등에 대한 장학금 전달식이 있다. 매년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액수가 1억 원이나 된다.
키친아트의 경영 방침에는 '주주 중심 경영'이 또렷하게 명시되어있다. 조합원이었던 주주들에게 회사가 약속을 지킨다는 약속이다. 현금을 확보해서 신제품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싶지만 배당금 지급은 더 시급한일이기도 하다. 주주들이 대부분 60이 넘은 분들이라 노동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주방용품 기업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키친아트의 기업 방식은 하청 중심으로 이뤄진다. 생산 품목을 하나하나 열거하면 총 3000여 종에 이른다. 4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해야만 가능한 규모다. 각 품목 별로 하청기업들이 생산해내면 본사에서 조립 완성하여 제품을 시장으로 내놓는 것이다. 키친아트는 현재 우리나라 주방용품의 대명사가 되어있다. 꾸준하게 주방용품 제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키친아트를 사랑해주시는 소비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도 박 전무는 앞서는 걱정을 털어놓는다.
▲ "외국 주방제품들이 들어오면서 국내 업계가 많이 죽은 게 사실이에요. 워낙 외제 주방용품을 좋아하시니까. 아주 미치겠어요. 물론 좋은 것도 있지만 제품의 질이 우리 것보다 훨씬 못한데도 훨씬 비싸게 사 가시는 것을 보면 안타깝지요." ⓒ프레시안
"외국 주방제품들이 들어오면서 국내 업계가 많이 죽은 게 사실이에요. 워낙 외제 주방용품을 좋아하시니까. 아주 미치겠어요. 물론 좋은 것도 있지만 제품의 질이 우리 것보다 훨씬 못한데도 훨씬 비싸게 사 가시는 것을 보면 안타깝지요. 요즘 유명 브랜드도 상표는 그대로지만 중국 공장에서 만들잖아요. 그곳 공장에서 똑같은 재질로 만들어 상표만 다르게 찍어 나오거든요. 그런데 외국 상표는 우리 제품보다 몇 배 더 비싸게 팔린단 말이에요. 실제 이런 사실들을 방송에서 와서 다 촬영해간 적도 있어요."
그는 이야기 도중 연신 냄비와 프라이팬의 밑바닥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그렇게 하는 모습이 아주 편안해 보인다.
"넌스틱(Non-stick) 프라이팬은 길어야 수명이 6개월이거든요. 아무리 좋은 브랜드 제품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외국 제품이 그러면 그냥 넘어가는데 우리 제품은 이거 불량 아니냐고 막 따지고 그러세요. 하아 참…."
요즘 저가 중국 제품이 들어오면서 모두들 한탕주의로 가려는 상술에 속이 탄다. 기업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가격을 지키고, 품질을 지키는 일이 기업과 소비자를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일한다. 키친아트는 그동안 국내 제조만을 고집했다. 일부 제품을 중국에서 만들어 들여온 지 4년 되어 간다. 꼼꼼한 눈으로 살피는 일은 상표를 지키는 데 있어서 필수다. 디자인과 좋은 재질로 승부한다고 박 전무가 자랑한다.
주방용품을 구입하러오는 고객들은 맨 먼저 키친아트 제품부터 찾는다고 한다. 고객 만족 브랜드로서 확고한 지위를 지키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 우리 사회에 드문 사훈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뚝심. 이만하면 노동자 자주 기업으로서 이상을 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까지는…아닌 것 같습니다. 성공을 한 것인지 진행형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주식을 상장하자고 하기도 하는데, 외부 자본이 들어와서 좋은 이미지의 기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우리는 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주식을 많이 가진 이들이 저걸(사훈을 말한다) 붙이고 있을까 싶은 거지요. 우리 주주들이 평생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들의 인생이 바로 이 회사인데 말이지요. 이게 내 회사다, 내 땅이다, 자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게 그분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거지요."
이야기를 마칠 무렵 박 전무의 주위에는 각종 주방기구들이 즐비하게 늘어나 있다. 박 전무가 스텐 냄비 바닥을 두드리며 크게 말한다.
"우리도 100년 가는 주방용품 회사 하나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공동 소유, 공동 책임, 공동 분배'. 그것을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노동자 자주 기업 키친아트가 삼중바닥, 오중바닥 스텐 냄비처럼 굳건하게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면 우리도 100년 가는 주방 용품은 덤으로 얻게 될 것이다.
권은정/전문 인터뷰어, 사진=손문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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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 냄비' 같은 노동자 기업, 여기 있습니다" (정치색有)
퍼온글 조회수 : 377
작성일 : 2008-11-06 20:53:32
IP : 222.236.xxx.5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11.6 10:30 PM (121.138.xxx.147)스텐 냄비 두세트나 있어서 살 수는 없지만, 키친아트 보면 왠지 사고싶네요
2. 레이디
'08.11.7 8:55 AM (210.105.xxx.253)스뎅제품 사야 하는데, 무조건 키친아트 꺼 사야겠어요.
좋은 기사 퍼와주셔서 고맙습니다.3. @@
'08.11.7 10:31 AM (122.40.xxx.102)저도 다음부터 키친아트꺼 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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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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