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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 <아침독서> 왜 좋은가?

리치코바 조회수 : 555
작성일 : 2008-11-03 19:21:39
[일본 현지취재 20] <아침독서> 창시자, 하야시 히로시 선생 면접취재(인터뷰)

    신향식 (shin1)  

10월 30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한 시간 거리인 치바현 지하철역. 열차에서 내려 대합실을 빠져나오자 도로 한켠에 ‘林(하야시)’라고 적은 쪽지를 차창에 부착한 소형 승용차가 보였다.

일본에서 <아침독서> 운동을 일으킨 하야시 히로시 선생(65)과 부인 유미코 여사(61)였다. 1988년에 <아침독서> 운동을 시작해 2008년 현재 일본 전국 25,000여 개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할 수 있도록 이론적인 배경을 만들고 실천 방법을 전파한 주역이다.
  
▲ "반대하던 동료들도 나중엔 <아침독서> 신봉자 변신" <아침독서> 운동를 창안한 하야시 히로시 선생. "<아침독서>를 처음 시도할 때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냐"는 질문에 “교장과 동료교사들이 처음에는 이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시범 실시한 <아침독서> 효과를 본 뒤로는 열렬한 신봉자가 됐다”면서 활짝 웃었다.  
ⓒ 신향식  하야시 히로시

“저는 한국 탤런트 욘사마(배용준) 팬입니다. 드라마 ‘호텔리어’를 보고 감동을 많이 받았지요. 그래서 한국을 방문해 그 드라마 촬영지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 쉐라톤 호텔에서 한강을 바라본 적도 있어요. 욘사마가 출연한 ‘첫사랑’, ‘겨울연가’가 무척 재미있었는데 ‘태양사신기’는 별로였어요.”

운전대를 잡은 유미코 여사는 배용준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 주었다. 궁금한 것은 <아침독서> 운동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갑자기 기자가 ‘욘사마 열풍’을 취재하러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욘사마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로인해 한국과 일본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독서> 창시자, 하야시 히로시는 누구?

<아침독서> 운동 제창자인 하야시 히로시 선생은 1943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다. 1968년 명문 도쿄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하야시 선생은 첫 직장인 출판사(다이와쇼보)에서 근무한 뒤 이치가와 학원 강사를 거쳐 1971년부터 후나바시학원 여자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영어와 사회 선생으로 일하며 독서 지도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였다.

하야시 선생은 1988년 후나바시학원 여자고교에서 수업 전 10분 간 학생과 교사 전원이 책을 읽는 <아침독서>를 처음 시작해 그 중심 역할을 해 왔다. 현재 일본 전국 아침독서연락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으며 ‘아침독서가 기적을 낳았다’, ‘아침독서 실천 매뉴얼’, ‘아침독서 원점을 찾아서’ 등 수많은 독서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일본 전역에서 열리는 강연회 등에 연사로 참가하며 <아침독서> 운동 전도사로 활동했다. 현재 일본 전국 초-중-고 25,000여 개 학교에서 <아침독서>를 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아침독서>를 실시한 각급 학교는 ‘교내가 정숙해지고 학생들의 집중력이 좋아졌다’, ‘지각이 줄었다’, ‘기초 학습능력이 향상됐다’ 등 교육효과를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하야시 선생은 <아침독서> 제창자로 공로를 인정받아 <제44회 기쿠치 칸 상>을 받기도 했다. 일본 유명 작가이자 <문예춘추>를 창간한 기쿠치 히로시의 이름을 딴 <기쿠치 칸 상>은 권위있는 문화 관련 상으로 꼽힌다.

59세에 교직에서 은퇴한 뒤 일본 전국을 돌면서 <아침독서> 강연을 하던 중 지난해 7월부터 노환으로 도쿄 근교 치바현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지난  70년, 첫 직장(다이와쇼보 출판사)에서 동료로 만나 결혼한 부인 유미코 여사(61)와 2녀를 두었다.

“한국 목욕탕에서 때밀이 체험도 하고 한국 음식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번은 길을 찾고 있는데 한국 학생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더군요. (자기 일만 신경 쓰고 남에게 무관심한 편인) 일본에선 이런 일이 드물지요. 한국이 정말로 친절한 나라라고 느꼈어요.”

유미코 여사는 욘사마에 이어 한국 칭찬으로 화제를 바꿨다. 승용차는 깔끔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 한적한 시골길을 달렸다. 원래 목장 자리였는데 10여 년 전에 주거 단지로 탈바꿈했다고 했다. 가을걷이에 나선 들녘이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 하야시 히로시 선생과 부인 유미코 여사 하야시 히로시 선생이 <아침독서> 운동에 헌신할 수 있도록 내조한 부인이자 동지인 유미코 여사(오른쪽). 이들은 지난 70년 하야시 선생의 첫 직장인 다이와쇼보 출판사에서 동료로 만나 결혼한 뒤 20년 간 <아침독서> 보급에 정성을 기울였다.  
ⓒ 신향식  하야시 히로시
  
▲ 하야시 히로시 선생 등이 저술한 <아침독서> 관련 서적들.  
ⓒ 신향식  아침독서

운전석 옆 좌석에 있던 하야시 히로시 선생은 아무 말도 없이 기자와 자기 부인이 나누는 대화만 듣고 있었다. 마치 잔뜩 화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원래 말수가 적은 것일까, 아니면 욘사마 이야기에 끼어들기 싫어서일까.

의문은 하야시 선생 자택에 도착해서야 풀렸다. 대화를 하기가 힘겨울 정도로 몸이 불편한 상태였다. 하야시 선생은 도쿄 근교 치바현 자택에서 요양하던 중에 기자의 면접 취재(인터뷰) 요청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7월 일본 벳푸에서 열릴 예정이던 독서 강연을 준비하다 쓰러져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걷는 것도 약간 불편하고, 언어 장애 증세도 보인다. 부인에 따르면 뇌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정확한 병명은 알려주지 않았다. 부인은 “한때 건강이 좋아졌다가 최근에 다시 악화됐다”면서 “아픈 몸 때문에 이번 인터뷰에 응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기자를 만나겠다고 해 수락했다”고 말했다.

하야시 히로시 선생은 1988년 봄에 <아침독서>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후나바시학원 여자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하야시 선생은 독서에 관한 영어권 서적 번역본을 보고, 이 운동을 착안했다. 학업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아침마다 책을 읽도록 하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학업성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 "화제가 됐던 대담기사" 하야시 히로시 선생이, 자신의 대담 기사가 실린 'MOKU'(2002년 3월호)를 들고 있다. <아침독서> 성과를 소개한 이 기사를 계기로 하야시 선생은 텔레비전에도 자주 출연해 독서 중요성을 전파했다고 한다.  
ⓒ 신향식  하야시 히로시

이 같은 독서교육방식을 신문과 방송에서 보도하면서 유명세를 탄 하야시 히로시 선생은 일본 전역을 돌면서 <아침독서>를 전파하는 데 헌신했다. 마침내 20년 만에 일본 전국  25,000여 개 초중고에서 이 운동에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면접 취재는 기자 질문에 하야시 히로시 선생이 간단하게 핵심어 위주로 답변하고, 부인이 이것을 부연·보충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구두로 자세하고 정확하게 답변하기 어려운 대목은 관련 자료(책자, 간행물)를 대신 제공해 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면접취재 내용.

- <아침독서> 운동을 착안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이 많아서 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눈에 띄는 학습효과가 나타나더군요. 독서를 통해 공부하는 능력을 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 <아침독서>는 언제 시작했나요?

“일본 후나바시학원 여자고등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88년 처음 시도했습니다. 당시 외국 서적에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책을 읽으면 학습능력이 향상되고 인성을 함양하는 데도 좋다’는 내용을 보고 <아침독서> 운동을 생각해냈습니다.”
  
▲ "한국에도 아침독서 운동이 퍼졌으면 좋겠군요." 하야시 선생이 요양 중인 일본 치바현 자택 입구에서 부인 유미코 여사와 함께 기자를 배웅하는 장면. 하야시 선생은 "한국에도 <아침독서>를 소개한 책이 두 권 정도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에서도 <아침독서> 운동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신향식  아침독서
  
▲ "<아침독서운동> 평생 동지" 하야시 히로시 선생 부인인 유미코 여사는 <아침독서운동>을 일본 전역에 전파하던 남편을 내조한 평생 동지다.  
ⓒ 신향식  유미코

― <아침독서>를 한 효과는 무엇인가요?

“이전까지는 학생들 이해력이 크게 부족했습니다. 많은 학생이 교과서는 물론이고 짧은 글도 독해하지 못했고, 당연히 성적도 부진했습니다. 하지만 아침독서를 시작한 뒤로는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독서를 통해 생긴 이해력과 사고력이 수업시간과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죠.”

- <아침독서>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반대하지는 않았나요?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 교장과 동료 교사들이 처음에는 이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습니다. 독서보다는 교과서로 공부하는 게 낫다는 단선적인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런 분들도 시범 실시한 <아침독서> 효과를 본  뒤로는 열렬한 <아침독서> 신봉자가 됐습니다.”(웃음)

- 학부모들 반응은 어땠는지요?

“무척 환영했습니다. 자녀들이 집에서까지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죠. 이전에는 짧은 문장도 잘 읽으려 하지 않던 학생들이 귀가해 책을 꺼내드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는 학부모가 많았습니다. <아침독서>에 참여하면서 학생들 정서와 가정 생활도 훨씬 안정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 책 읽기의 장점은 무엇인지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독서만큼 이해력과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은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알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당연히 생각이 깊어지고, 삶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책이 없었다면 요즘 사람들이 과거 일본이 저지른 전쟁과 그로 인해 발생한 여러 가지 비극적 상황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텔레비전도 있지만, 책만큼 진실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것은 없습니다.”

- 일본에서도 최근 활자 매체를 멀리하는 현상이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무척 안타깝습니다. 과거에는 없던 휴대전화, 인터넷, 게임기 등 사람들이 빠져들만한 것이 늘긴 했지만, 독서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런 것들은 찰라의 즐거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책읽기 만큼 깊이있는 사고를 하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 자녀에게도 독서교육을 했는지요?

“두 딸이 있습니다만, 어릴 적부터 책을 읽어주며 책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보육원에서 추천하는 도서는 꼭 구입해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상상력을 길러줬습니다. 지금도 두 딸은 바쁜 직장생활 가운데서도 틈만 나면 책을 손에 잡는 독서광들입니다.”(웃음)

- 어릴 적부터 독서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책 읽기 습관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책을 접해야 성인이 돼서도 책을 가까이 합니다. 또 어릴적 일찌감치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은 뒤늦게 독서를 시작한 사람보다 독해력이나 사고력이 월등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일본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활자문화진흥법안’을 2005년에 제정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요?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활자문화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얘기니까요. 활자문화가 없었다면 오늘날 찬란한 인류문명도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활자매체를 점점 멀리하는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문화의 마지노선’을 친 것인 만큼 이 법을 높게 평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일본 치바현에 있는 하야시 히로시 선생 자택을 방문하여 면접 취재한 기사입니다. 하야시 히로시 선생이 밝힌 <아침독서> 방법을 약 10여 회로 나누어 연재할 예정입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이 독서 교육하는 데 소중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출처 : "젊은이들 '문자이탈현상' 정말 걱정스럽다" - 오마이뉴스

IP : 220.72.xxx.16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바넬라
    '08.11.3 11:36 PM (218.50.xxx.39)

    저도 학교에서 아이들 상대로 하고 있는데 사실 학부모가 하기엔 버겁습니다. 학교 선생님께서 해주셔야 하는데 여력이못 미치는것 같아 아쉬워요 한 5년 했는데 아이들 상당히 반응이 좋아요
    특히 고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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