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조심조심님의 "불황기의 생존"을 읽고...

그 엄마 딸... 조회수 : 1,746
작성일 : 2008-11-03 10:55:06
조심조심님의 "불황기의 생존"을 잘 읽었습니다.

그냥 덧붙여 울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제 엄마는 37년생으로 서울토박이입니다. 해방도 6.25도 1.4후퇴도 다 겪었지요.
좀 사는집 딸이여서, 그시절에 드물게 교육의 혜택을 전폭적으로 받을 수 있어서, 명문여고 명문대를 나왔고,
좋은 직장 다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은 남편 만나 결혼해 4남매 낳고, 50후반에 미망인이 되어
지금껏 씩씩하게 살고 계십니다.

안을 들여다 보면, 아는 것이 병이랄까, 유비무환의 화신이랄까..
7,80년대 일본학자들은 박정희식의 경제개발(외채를 들여다)을  위험천만으로 보고
한국경제 무너지는 날에 관한 각종 예측과 분석 서적들을 쏟아져냈지요.
그걸 다 읽으셨으니, "우리도 필리핀이나 남미처럼 될 수 있다."가 경제관의 기본전제입니다.
전쟁을 생생하게 겪었던 세대이기에(피난도 안 가고 서울에 그냥 있었답니다.)
"한반도는 안전하지 않다.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가 국가위기관이지요.
그 시절, 이 비슷한 생각땜에 이민을 간 이들도 많았는데,
"국가가 없이는 개인이 없다. 패망한 국가의 국민이 외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살겠는가."의 소견으로
대한민국에서 무조건 살아야 했지요.

월남패망 당시, 외신에선 다음은 한반도라는 예측했지요.
초등학생에서 세살짜리 아이까지 데리고 강다리 건너 피난갈 생각에 끔찍해, 일단 다리부터 건너놓자 싶어
강남으로 이사를 했어요. 강남구가 독립되기도 전인 성동구 삼성동으로.. 사방이 논밭, 버스노선 1개!

항상 경제위기와 전쟁이 날 수 있다 생각해서, 비축의 생활화입니다.
식용유, 설탕, 밀가루, 국수, 커피(엄마가 광적으로 좋아했기에-.-), 통조림, 마른나물들, 쌀 등등은
항상 반년치 이상씩 광에 재어놨어요.
전쟁을 겪어보니까, 혼란기에는 유언비어와 유동성위기가 오는 첫 석달이 문제더랍니다.
그 이후는 어떻게든 지하경제든 비상경재든 뭐든 해서 다 굴러간다고 하데요.

주변에서 전부 아파트가 재산증식의 수단이 될 때도,
엄마는 위험하게 아파트에 갈 수가 없지요. 혼란기에 전기가 올스톱되면
화장실, 수도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아파트는 집의 역할을 못한답니다.
주택은 마당에 구덩이 파고 배설하면 되잖아요. 마당 수돗가에 커다란 고무통에 항상 물을 담아두고,
주기적으로 마당청소하고, 다시 담아 두고..
구청에서 연탄쓰레기 따로 안 치울테니,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할때까지
방하나는 온돌구들을 유지했어요.
(오일쇼크를 겪어보니, 구들방이 꼭 필요하데요. 연탄 떨어지면, 책이나 가구를 때면 된다고..쿨럭)
아, 도시가스 들어오면서 구들방을 없앴네요...

소금은 항상 자루로 사서, 지하실에 보관하시고, 무우 감자 같은 거는 항상 박스로.. 몇달치 여분을 넉넉히
(전 영국영화의 싹난 감자를 깍기 싫어하는 등장인물에게 동질감을 느꼈지요.)
쌀도 아무리 안배해 먹는다 해도, 묵은쌀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쌀벌레가 생기면 마당에 말려 떡으로 먹고.
겨울옷과 이불은 절대 못 버리게 했어요. 연료공급이 올스톱되면 이것들이 얼마나 유용한줄 아냐면서...

80년대 중반,  경기도 근교에 땅을 조금 사셨어요. 재테크 차원에서? 놉!
"정복자펠레"를 너무 감동(?)깊게 보신 나머지, 모든 사회시스템이 무너졌을 경우
손바닥만한 땅덩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감자, 고구마 심어 먹으며, 농노(?)로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부의 충격도, 각종 위기설의 시뮬레이션 학습효과인지, 주변 우려를 무색할 정도로 잘 견디시더군요.
미망인이 된 후엔, 내려가서 직접 농사지십니다. 50후반에 처음 호미잡아 보셨지요.
주변에서 1차산업은 안된다, 왜 사서 고생을 하냐, 좋은 값에 땅 팔아, 여행이나 다니시라 해도,
(자식들은 절대 안 말립니다. 살아오신 삶을 너무 잘 알기에)
엄마 사전에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최악의 경우가 닥친다면 가족생존의 보루니까요.

엄마가 일평생을 준비했던, 위기라 할 수 있는 IMF가 왔어도, 여여하게 하시던 대로 삽디다.
살림 늘리면 위기가 왔을때, 배로 고생이다는 말로 근검절약을 입에 달고 살았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와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은 자식들이 경기할 정도로 하셨어요.

엄마의 경제규모와 여건에 비해선 상당히 구질구질하고, 왜 그렇게 사나 싶을 정도로 사셨어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재테크로 호사스럽게 사는 거 부럽지 않냐니까, 평생 위기의식 속에 살아 억울하지 않냐니까,

"내 인생이고 어찌 살 것인지는 내가 선택한 것이고, 우리 가족들 위험없이 잘 살았으면 돼.
남의 1억보단 내게 백만원이 있다는 걸 감사하면 되는 거야.  
왜 남을 의식하니? 남이 돈을 많이 벌든 말든 그게 왜 무슨 상관이야.."

위기다, 어떻게 살아야 하냐?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물음들이 넘쳐납니다.
우답이지만, 근검 절약을 바탕으로 절대적으로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해야지요.
단기전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맞물리는 물음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타인의 수천, 수억원의 횡재(?)를 부러워하지 말고, 내 손 안의 소박한 돈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렵니다.
IP : 59.18.xxx.24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구름이
    '08.11.3 11:03 AM (147.46.xxx.168)

    예... 모두가 원글님 처럼 만족하고 대비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2. 저도
    '08.11.3 11:06 AM (220.75.xxx.233)

    저도 원글님의 어머님처럼 따라할것 같아요. 아직 아파트에 살지만 주택과 땅을 사고 싶더군요.
    자원하나 없는 나라이니 위기는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 모르니까요.
    근데 원글님 어머니는 1.4 후퇴때(이게 맞나요?) 서울에 남아계셨나요??
    저희 친정아버지 말씀으로는 마을 단위로 남쪽으로 피난을 갔다고 하시더군요.
    그게 알아서 각자 가는게 아니라 마을이장님이(경기도에 사셨기에) 어느날 떠난다고 하셔서 준비하고 기차타고 가셨다더군요.
    부산에서도 마을단위로 천막생활 하시고요.
    여하간 갑자기 전쟁상황이 떠오르는 시절이 되버린듯하네요.

  • 3. 사랑이여
    '08.11.3 11:07 AM (210.111.xxx.130)

    <"세상에 공짜는 없다와 아무도 믿지 말라"> <"내 인생이고 어찌 살 것인지는 내가 선택한 것이고, 우리 가족들 위험없이 잘 살았으면 돼.">

    님의 어머님이 한 평생 살아오시면서 자연스레 갖게 된 생활신조가 잘 묻어나는 구절입니다.
    하지만 전쟁과 혼란을 겪으셨다니 무분별한 '국가주의'에는 물들지 않았는지 궁금하군요.

    가족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시려는 그 지조에 감탄도 해보지만 한편으로는 세상 돌아가는 진실이 하나인데도 그것을 믿지 않으시고 당신만의 생각으로만 사신다면(가정임) 성격이 고루하신(조심스러운 어휘임) 것이 아닐까도 염려됩니다.

    오늘 인터넷 뉴스에 국민 10명 중 7명이 한국사회는 위험사회라고 진단한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께서 이런 상황에도 흔들림없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만을 바랍니다.

  • 4. phua
    '08.11.3 12:44 PM (218.52.xxx.102)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는 제 신조인데,,,,

  • 5. 조심조심
    '08.11.3 1:17 PM (211.55.xxx.165)

    네. 저도 부동산 강추예요.^^
    좋은 지역의 쓸만한 집이나 땅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길 바랍니다.
    뭣때문에 있는 사람들이 일찌감치 자잘한 부동산 처분하며
    현금 확보를 하고 있겠어요?

  • 6. 조심님께
    '08.11.3 1:22 PM (203.234.xxx.117)

    여기서의 구입시기는 지금이 아닌 수년 후....로 봐야 맞는 것인가요?

    노츠자인 저, 먹고살 거리를 만들기 위해 정녕 '대지를 사랑' 해볼까 하는 중이라서요.
    비록 도지를 주더라도 언젠가는 농사지어볼까 합니다.

  • 7. 조심조심
    '08.11.3 1:36 PM (211.55.xxx.165)

    다른 분들이 그러시더군요.
    지금이 부동산 마지막 버블이라구요.
    빠져나오실 분들껜 좋은 시기 아니겠어요?
    사회에 공헌하실 분이면 지금 사주시면 고맙구요.
    내가 돈이 많구...앞으로 계속 살 집을
    지금 구입하신다는데
    누가 말리겠습니까.
    현재 연소득대비 주택가격이 13배라는 건 감동적인 수치 아닌가요?
    저야...잠실에 저녁쇼핑 하는라 가곤하는데
    불꺼진 아파트들...너무 황량해서요.
    가능한 아름답게 불이 반짝이길 바라지만.
    있는 사람들이 좀 써주면 좋으련만....

  • 8. 베를린
    '08.11.3 8:12 PM (134.155.xxx.220)

    그 엄마 딸...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 분 같이 사시는게 더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분들이 많았다면 이 땅에 다단계나 각종 투기나 사행성 편법들이 판치는 일은 없이 지금쯤에는 독일처럼 통일이 되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거대담론에 대한 생각은 글에 없어서 조중동이 어떻게 되었으리라는 상상은 잘 모르겠군요.


    경제뿐만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위기에 한 번 닥쳐보면 그 분의 진가가 드러날 겁니다. 평소에 남이야 수십억의 돈으로 사치를 하든 화려하게 살든...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 앞에서 다 무슨 소용이 있는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9920 추가정보=하나님의 사진여러개 올리는법 헝글강냉 2008/11/03 352
419919 너무나 우스워서 할말을 잊게하는... 17 구름이 2008/11/03 5,311
419918 곧 취직하는데요, 월급 어떻게 쓸까요? ㅎㅎ 6 .. 2008/11/03 610
419917 세탁소에서 내피를 분실했는데, 2 보상수준 2008/11/03 345
419916 윈미디어플레이어 소리가 안나요 1 소리 2008/11/03 129
419915 내 옷은 못사겠어요 입을건 없고 ㅠㅠ 6 물가는 올라.. 2008/11/03 1,255
419914 피아노 안시키면 음악수업(악보) 따라가기 힘들겠죠? 11 초1남아 2008/11/03 1,127
419913 이와중에 옷이 자꾸...글을 읽고서.. 14 코디 2008/11/03 2,129
419912 욕먹을 각오하고...(시어머니 이야기) 11 ... 2008/11/03 2,322
419911 잠혈 수치가 ++50 이라고 나왔는데요 5 염려 2008/11/03 1,149
419910 수원지역 구인광고 어디가 좋은가요? 1 구인광고 2008/11/03 207
419909 부산/요가원 추천 부탁드려요(해운대구/남구) 1 질문자 2008/11/03 288
419908 가게 이름 아이디어좀 모아주실래요?? 2 가게이름 2008/11/03 272
419907 반품하려 하는데 힘듭니다.ㅠ.ㅠ 1 전기방석 2008/11/03 425
419906 다들 카메라가 왜 그렇게 좋아요? 21 궁금 2008/11/03 1,886
419905 오래전 기억에.. 3 캔디 2008/11/03 380
419904 레모네이드님?멜 사진보냈어요 한번만 더 수고해주세요 1 뚱깡이 엄마.. 2008/11/03 256
419903 부동산 움직이나요? 25 혹시 2008/11/03 4,384
419902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1 사랑이여 2008/11/03 350
419901 저도 비타민 세트 샀어요 장금이 2008/11/03 322
419900 건강염려증 환자 대처법 아세요? 7 너무피곤해요.. 2008/11/03 846
419899 태권도장에서 겨울도복(?)과 신발이 10만원 이라는데 10 태권도는 안.. 2008/11/03 943
419898 신우우유 생협 조합원가 얼마예요? 4 우유 2008/11/03 561
419897 DVD플레이어 어떤걸 사야 하나요? 아는게 없어서요 6 갓난이 2008/11/03 349
419896 삼겹살 구워먹은 팬은 어떤게 좋을까요? 8 삼겹살 2008/11/03 1,072
419895 우유에 물타기도 하나요? 5 2008/11/03 1,798
419894 조심조심님의 "불황기의 생존"을 읽고... 8 그 엄마 딸.. 2008/11/03 1,746
419893 1 흰옷 2008/11/03 195
419892 문제집 20% 할인받고 택배비 부담하는게 나을까요? 6 문제집 2008/11/03 393
419891 컴퓨터이상... 도와주세요 5 포기ㅠㅠ 2008/11/03 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