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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한테 아무감정이 없어졌어요..

새벽빗소리.. 조회수 : 2,075
작성일 : 2008-10-31 18:02:55
결혼 9년차.. 아이는 셋이랍니다..

친정에서 엄청나게 반대를 했지만, 사랑 하나와 남편의 성실함만 믿고 덜컥 결혼해버렸어요..
언제나 열정적으로 일하는 남편과 저를 위해주는 마음하나만 있으면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머지않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에요..

몇 년전 까지만 해도 부부사이도 괜찮았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었는데..
최근들어 남편이 좀 변한듯 하네요..

뭐, 어느정도 이해는 합니다. 절친했던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사업을 늘이느냐, 유지하느냐 기로에서 늘이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대출도 더 받았고, 일도 더 많이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때문에 집안에 소홀해 지는거 최대한 이해합니다..

새벽 2시건,3시이건 술먹고 전화하면 데리러 갔구요.. 남편이 하는 일 중간중간 서류나 심부름.. 뭐 그런것들 군소리 없이 다 해줬습니다..
아이 운동회에도 저 혼자 열심히 다니구요.. 애들 셋을 끌고 체험학습이라도 해야될 것같아서 행사나 축제에 열심히 데리고 다녔습니다.  
몇 번을 이러다 보니 남편은 이제 제가 혼자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구요..
아이 운동회보다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 하는 것같더라구요..

최근들어서는 결혼기념일이니, 생일이니 하나도 안 챙깁니다..
딱히 여자하고 바람이 나지는 않는데, 요즘 거래처 아가씨 이야기는 자주 합니다.
영화배우 누구를 닮았다느니 하면서요.. 제 남편 성격상 바람피우는것 보다 생활의 활력소(?) 그 정도로 즐기는것같아요.. 요즘 같은 관계에서는 차라리 그 아가씨랑 바람이 나서 이혼하자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족하고 여행도 자주 가고, 가족을 소중히 한다고 항상 이야기 합니다..
여행.. 자주 하죠.. 돌잔치, 결혼식, 계모임.. 저희 지방에서 안하고 다른 지방에서 할때 참석하죠..
남편은 그걸 그냥 여행으로 치네요.. 세시간,네시간 걸리는 거리도 휴게소에서 쉬지않고, 논스톱으로 다닙니다.
저는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먹으면서 놀이터에서 잠깐 쉬다가 아이들 사진도 찍어주고 싶은데, 남편은 어쩌다 휴게소에 들르면 화장실갔다가 간식꺼리 사서 차에서 이동하면서 먹자고 합니다..
바쁘다니까, 그렇게 하는 편입니다..

요즘 되짚어생각해보면.. 제 의견보다 남편의 의견을 따른게 더 많았던것 같아요..
저희 남편.. 말빨이 장난이 아니에요.. 누가봐도 남편이 잘못한 일인데도,, 남편하고 이야기하다보면 상대방이 사과를 하는 이상한 말빨을 가졌어요..
그런 말빨이 다른사람한테만 쓰이면 괜찮은데, 저한테까지 사용하니 제가 그냥 할말이 없어진답니다..

저도 수동적인 성격을 절대로 아니에요..
사회에 나가면 어느 모임에 나가도 임원자리에 앉힐려고 하구요.
똑소리 난다는 소리 많이 듣는 사람이었고, 제 미래에 대해서도 항상고민하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뭐..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었네요..

남편을 싫어하는것도 아니고, 남편은 저를 괜찮은 엄마 정도로 여기는 것같습니다.. 가끔은 저한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구요..

남들이 보면, 저한테 잘 해주는것 처럼 보여요.. 몇년전 제 생일에는 몇몇 지인들 불러다가 레스토랑에서 생일파티하느라 40만원정도 쓰기도 했었는데.. 그 지인들이라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편 친구 부부라는거...

지금 당장 헤어진다면.. 아이들 때문에 곤란하지.. 다른 건 아쉽지 않네요..
이런게 권태기인가요?

문제는 제가 자꾸 남편에 대한 감정이 없어진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독립해야한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제까지는 가정주부로써 남편 내조 잘하면 사모님 소리 듣고 살겠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는데..
요즘들어서는 '그게 다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막내가 아직 어려서 어린이 집에라도 맡기려면 3~4년은 더 걸려야하는데, 그동안 제가 어떤걸 준비해야할까요?
남편으로 부터 경제적, 정신적으로 독립해서 당당하게 살고싶어요..

이런경험 미리 해보신분들 안계신가요?..
답답한 마음 뿐입니다..


IP : 203.232.xxx.13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8.10.31 6:13 PM (125.181.xxx.26)

    저는 결혼5년차, 아직 아이는 없구요...
    성실하고 착한 남편이지만...
    시댁 문제로 몇천 빚이 있고, 저는 계속 주부였구요...

    몇달 남편이 아팠었는데... 그 후로 제게 너무 다 짐스러워요
    그냥 다들 저만 쳐다보고 기대는 것 같고... 양가어른들까지요

    속앓이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복에 겨워 그런다 싶겠지만...
    정말 남편에게 무관심해지면서... 내가 경제력이라도 있었음 같이 살았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취업을 하고, 잠시 떨어져 살아볼까... 생각도 들고...
    아직 아이도 없으니 때론 이혼도 생각해보게되구요...
    저도 누가 정답을 좀 알려줬으면...
    (원글님도 심란하고 힘들어서 올리신 글에... 제가 보태기까지 해서 죄송해요~)

  • 2. 저도2
    '08.10.31 6:42 PM (58.225.xxx.42)

    지금 방금 저녁 먹으며 쩝쩝소리내고 먹는 신랑 아니지 구랑의 입을 한대 콱 쥐어박고 싶었어요

    전 결혼20년차 남들은 안정된 생활에 백화점에서 옷들도 척척 사입는데 전 아직도 지지리 궁상

    하지만 구랑은 온통 메이커로 휘두루고 다니죠

    제천성이 남편과 아이들밖에 몰랐네요

    이제와 생각하니 왜 취미생활도 자기계발도 안햇는지 후회스러워요

    결혼할때 저도 반대심한 결혼했거든요

    신랑은 학벌도 가정형편도 좋지 않았고....

    원글님 선배로써 말씀드리는데 꼭 자기발전에 힘쓰세요

    안그럼 저처럼 후회합니다.

    일찍들어오는데도 그사람 너무 싫어요

    마냥 눈물나고...

    꼬옥 자기일 할 수있는 힘 기르세요 여자나이 40넘어가면 핳 수있는게 별루 없어요 힘도부치고...

  • 3. 영효
    '08.10.31 7:45 PM (211.173.xxx.14)

    부부가 살다보면 좋은 날만 있겠어요?
    때론 지금처럼 무덤덤할때도 있고 사는게 뭔가 싶을때도 있구
    그렇치만 큰 걱정거리 없이 가정이 평온하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쁨인지 모르죠?
    저는 그런 평범한 가정이 부럽던데...
    그리고 그런 시간 지나고 나면 또 자신도 모르게 좋아지는 순간도 오구요
    이혼이라니 말두 안돼요^^

  • 4. -_-
    '08.10.31 8:41 PM (121.187.xxx.23)

    부부는 마주 보는 자리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는 자리 랍니다.
    세상살이에 힘들고 지칠 때, 옆을 보면 그 사람이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는 신뢰와 안도감.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사랑의 샘은 상대방이 파 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내 손끝이 저릿하도록... 굴러 내려와 쌓인 현실의 돌들을 치워 내고
    탁한 물을 자꾸 퍼 내어 맑은 물이 고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 이지요.

    원글님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헌신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중한 만큼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만큼 내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고...
    그럴 때에 '행복'이라는 것이 봄비처럼 촉촉하게 내려온다고 생각 합니다.

    너무 상투적인 이야기 일지 모르지만,
    '예뻐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사랑하기에 예뻐 보이는 거야!!'
    머 이런 이야기인 셈 이지요.

    무디어지고 일상 속에 둔감해진 느낌을 가다듬어서
    좋은 사랑 나누시고 항상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5. ^^
    '08.10.31 8:51 PM (125.128.xxx.157)

    남편에 대한 기대를 접으세요. 어차피 부부란건 각자의 생각으로 사는거더라구요. 서로가 이해하며 사는거 같지만, 그냥 조금씩 모르던걸 알아가는 것 뿐이지 완전한 이해를 한다는거 자체가 불가능하단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남편 비위는 맞춰주세요. 이왕 같이 사는거 싸늘하게 살 필요는 없어요. 그게 가식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그런말 있지요?? 여자들은 남자들의 외도를 경험하면서 완전한 독립을 경험하게 된다는거요.
    내가 뭔가를 위해서~열심히 노력하고 희생했다는게 나만의 착각이었다는걸 실감하면서 독립의 길을 걷게 되는거 같아요. 그런 경험이전에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죠.
    내가 가장 잘할수 있는 일은 뭘까? 내가 가장 좋아할만한 일은 뭘까? 하고 깊이 생각해보고 망설이지 말고 소소한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취미든 일이든 상관없이요. 미래에 어떤 길을 걷고 있을지를 짐작부터 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고 보세요. 시작하고 있으면 기회가 오고 길이 열리고 그렇거든요.

  • 6. ㅠㅠ
    '08.10.31 8:57 PM (122.254.xxx.218)

    저랑 비슷한 마음이시네요..
    저두. 답답해요..
    뭔가 도움 되는 말은 못 드리지만..
    저랑 처지가 비슷해서.. 글 올려봅니다..
    저는 남편이 그냥 집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월급은 주고..^^;;

  • 7. 아마도
    '08.11.1 11:05 AM (219.249.xxx.51)

    권태기가 오신듯......
    그건 시간이 흐르고 나만의 취미나 무슨일(특별히 큰일 아니래도 뜨개질이나 책읽기등)에 푹 빠져보거나 즉 다른곳에 눈을 돌리고 살다보면 어느새 권태기란 놈이 달아나고 평심을 찾으실수 있을거예요

  • 8. ..
    '08.11.1 6:26 PM (222.237.xxx.182)

    남편분에게 진지한 기회에 속마음을 털어놓으시면 좋겠지만
    남편분이 희안한 언변을 가지셨으니..

    신문이라도 열심히 읽고 영어공부라도하시면서 막내가 클때까지
    기한을 정해 기본기를 닦으세요.
    책을 읽는 능력이 없이는 다른것도 힘들답니다...

    당장은 권태기인것도 같으니 운동등으로 이 시기를 이겨내세요.
    위에 어떤분말씀처럼 아무일도 없는것마저 감사할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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