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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니 우리집은 돈이 없어요.

지지리궁상 조회수 : 3,955
작성일 : 2008-10-31 17:35:47
없기만한게 아니라 빚도 있어요.

1천 정도.

근데 그 빚 다 갚고 이제 500정도 남았어요.

영양실조도 걸려보고 빨간 차압딱지까지 붙었던 지지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고 살아서
사실 돈이란게 그리 소중한지도 모르고 좋은지도 몰라요.
돈 있게 자란 사람이 돈이 갑자기 없어지면 힘들겠지만
워낙 없이 자란 사람이라 돈에 그리 구애받고 살지 않아요.

우리 신랑......연봉 2700정도 월급쟁이에요.
사실 아직 나이도 어리구요. 나이에 비해서는 그래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신랑이나 저나 물질에 대한 욕심이 없습니다.
밥만 잘 먹고 살면 되지 뭐! 라는 생각을 가진 두 남녀가 의기투합해서
살고 있다고나 할까요?

아기 장난감...출산할때 친구들한테 선물 받은 딸랑이 세트가 다네요.
아! 2년전 던킨 도넛에서 케익 살때 사은품으로 받은 천사 곰돌이도 있군요.
책은 마트에서 한권에 2천원하는거..한 4권 사서 닳도록 읽어주고 있어요.
아직 어려서 실증도 안 내고 좋아하거든요.

장난감, 전집 세트 없어도 행복하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돈이 없어서 몸으로 때웁니다.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노래해주고
춤춰주고..가끔 동물 흉내도 내주고...개그맨 흉내도 내고...그러면 우리 아기 깔깔 넘어가요.
사랑한다..사랑한다 아가......매일 속삭여줘요.

예쁜 옷....갖고 싶어요.제 옷장엔 모두 5천원짜리 티셔츠밖에 없어요.
2만원짜리 원피스 하나 살까 말까..한달동안 고민합니다.
나도 이런 옷 입으면 근사하겠지?
아냐...2만원이면 아기 분유도 살 수 있는데....
하루에도 몇번씩 고민하는 바보같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싸구려 옷 입어도...하나도 안 초라해요.
그 어떤 슈퍼모델보다 멋지다고 치켜 세워주는 팔불출 우리 신랑이 있어서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외식 메뉴는 삼겹살..
싸고 맛있으니까요. ㅎㅎ
신랑이 뭐 먹으러 갈래? 그러면 전 항상 "삼겹살!" 외칩니다.
매번 삼겹살만 먹는 제가 안스러웠는지..며칠전에 비싼 꽃등심을 4덩이나 사왔네요.
회식하러 갔다가...제가 맘에 걸려서 고기가 안 넘어갔데요.

전 겉으로는 "어휴! 이렇게 비싼걸 왜 사와!" 하면서도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어요.

어릴때 아빠가 집에 들어올때 귤이든, 과자든, 붕어빵이든..뭘 사오는게 너무 좋았고
그게 너무 기다려졌다고 한 지나가듯이 한 내 말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퇴근전에는 꼭 "뭐 먹고 싶어? 뭐 사가?" 하고 물어봐요.

회식 마치고 늦게 들어와서는...꼭 안아주면서 "눈물나게 사랑해"하는 남자..
이런 남편과 남편을 닮은 천사같은 아기가 있어서..돈이 없어도 행복해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밥과 비오고 바람불면 비바람 피할 수 있는
한칸의 집이 있어 행복합니다.
비록 월세라도 말이에요.

뭐 돈 없는 사람의 자기 위안이라고도 보일 수 있겠군요.^^
옆에 많이 읽은 글에 올라온 음 님의 자랑글을 보고 저도 자랑해보고 싶어서
자랑해봤어요. ㅎㅎㅎ
IP : 117.20.xxx.60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신랑분
    '08.10.31 5:38 PM (72.136.xxx.2)

    넘 자상하세요~ 저희 신랑은 맛있는거 먹고 왔다고 자랑!!만 합니다.
    미워용 ㅎㅎ

  • 2. 절대
    '08.10.31 5:41 PM (58.126.xxx.245)

    지지리 궁상 아니십니다.
    넉넉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님의 모습이 보통 살아가는 모습 아닐까요?
    나이들어 갈수록 부부사이 좋은것만큼 자식에게 커다란 유산은 없는거 같습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3. 아름다운..
    '08.10.31 5:45 PM (219.241.xxx.167)

    정말 아름답고 행복해서 부러워지는 집이예요...
    절대로 지지리궁상 아니예요...

    수십억대 집에서 차가 몇대씩 있으면서 명품옷만 걸치고서도
    서로 사랑할줄 모르고 배려할줄 모르면서 사는게 지지리궁상이예요...

    참 예쁜 가족끼리 오손도손 매일매일 부자되세요...

  • 4. 행복
    '08.10.31 5:45 PM (211.61.xxx.68)

    해 보이시네요.. 제일 부러운 삶을 살아가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 5. 이뻐요..
    '08.10.31 5:48 PM (115.138.xxx.150)

    행복하게 사시네요..

  • 6. ㅜㅜ
    '08.10.31 5:49 PM (218.209.xxx.237)

    눈물 나려 해요 ~~ 앞으로도 평생 사랑하고 사랑받으시면서 행복하시길 바래요.
    분명 아가도 똑똑하고 사랑받는 아이로 클 거예요. 화이팅입니다 ^^

  • 7. 눈물
    '08.10.31 5:50 PM (118.220.xxx.200)

    눈물나게 행복한 부부시네요.
    제생각엔 가장 부자같은데요.
    내옆에 사랑하는 사람있고 건강걱정없으면
    제일 부자래요.
    행복하세요

  • 8. ~~
    '08.10.31 5:50 PM (121.147.xxx.15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네요...
    지지리 궁상이란 사랑이 떠나버린 가족의 모습에서나 볼 수 있는 거지요.

    사실 사람이 먹고 살면되지 은행에 돈 쌓아놓고 사는게 꼭 행복의 조건은 아니지요.
    저도 지금은 은행에 여유돈 꽤나 불려놓았지만....
    남편과 아이들 어렸을때가 제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을 가끔하죠.
    지금도 나쁘지는 않지만 맘속 깊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던건 돈과 상관없는 것이더군요.

    지금 그 행복을 소중하게 즐기세요^^

  • 9. 그렇게
    '08.10.31 5:54 PM (218.147.xxx.115)

    사는거죠! ^^
    든든한 재산이 있으신걸요~ 남편분과 아이.
    그정도면 정말 부자신거에요.^^

    수십억을 쌓아놔도 남편과 아이가 속썩이면 아무 소용 없던데요.^^

    정말 예쁘게 사시고 부럽네요.
    저도 비슷하긴 한데 남편은 원글님 남편 따라가려면~~~ ㅋㅋㅋ
    전 결혼후 옷을 산게 없어요. 정말 후질구레하게 입고 출퇴근하며 살지만
    그래도 복장 자유로운 회사여서 참 다행이에요.ㅎㅎㅎ

  • 10. 아유~
    '08.10.31 6:00 PM (118.216.xxx.166)

    꼭 안아주면서 "눈물나게 사랑해"하는 남자...

    어떻게 하면 그런 말을 듣고 살 수가 있을까나~
    아무리 꽃노래도 자꾸 들으면 질린다지만... 이런 말은
    평생을 쉬지 않고 들어도 질릴 때가 있기나 할까~
    아마 님은 전생에 복을 많이 지으신 분인가봐여~ ^^
    행복은 전염된다던데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늘 행복하시길...

  • 11. 저요..
    '08.10.31 6:01 PM (211.198.xxx.193)

    원글님 글 보면서 미소지었어요..
    저랑 왠지 나이 비슷할거 같아요..

    평생..꼬옥 지금만큼 아니 더 많이 사랑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 12. ...
    '08.10.31 6:16 PM (221.142.xxx.48)

    꼭 복 받이 받으실거예요.
    글 읽는 사람 기분 좋아 지는 이런글들로 도배되었으면 좋겠어요.^^

  • 13. 행복
    '08.10.31 6:48 PM (211.208.xxx.254)

    눈물나네요.
    그런게 사는 행복이지요.
    항상 예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사세요.

  • 14. 착한mom^^
    '08.10.31 7:06 PM (119.67.xxx.245)

    없어도 이렇게 자상하고 사랑스런 남편이
    옆에 든든히 있기에 넘 행복하시겠어요~~~
    항상 예쁘고 행복하게 사세요^^~~

  • 15. 샐리
    '08.10.31 7:48 PM (119.64.xxx.94)

    아기가 몇개월인지요. 우리아이랑 혹 터울이 맞으면 책 드리고 싶네요. 나눠보면 저도 큰 기쁨이 될 듯합니다.

  • 16. 영효
    '08.10.31 7:49 PM (211.173.xxx.14)

    맞아요...최진실씨가 돈이 없어 그렇게 허망하게 갔나요?
    세상이 아무리 비바람 몰아쳐도 남편만 든든하게 내 곁에 있으면
    무서울것도 부러울것도 없을것같아요...
    마음의 행복이 진짜 행복이예요

  • 17. 원글이
    '08.10.31 8:02 PM (117.20.xxx.60)

    에고..많은 분들 리플 감사해요..^^

    사실 그렇게 칭찬 받을 일도 아닌데 괜히 부끄럽네요.
    우리 가족도 매일 행복한건 아니었답니다.

    너무 바쁜 남편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그러다 지금은 제가 그래도 이만한 남자 없지! 하고 생각하니..
    정말 그렇네요.

    그리고 샐리님 마음과 말씀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주위에서 헌책 준다고 했는데 신랑이 아기 물건은
    다 새걸로 사주고 싶데요.

    아빠가 욕심이 많아서요..^^

    하지만 말씀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 18. 네...
    '08.10.31 8:19 PM (116.36.xxx.154)

    저두 눈물 나요.
    너무 이쁘고 소박한 행복이네요.
    글도 너무 잘 쓰셔서 읽는 순간 머릿속에 저절로 연상이 되네요.
    지금처럼 아기 꼭 안고 사랑해 해주시는게 몇백만원 과외보다 낫구요,
    좋아하는 책 자꾸 반복해 주면 아기가 그책을 다 외워서 글자 금방 알아서
    혼자 책 읽고 놀더군요. 비싼 장난감, 책 꼭 있어야 하는건 아니죠.
    그렇게 꼭 안아주고 사랑해 말해주시는 남편을
    또 힘든 세상일에 지칠까 걱정하는 아내의 살가운 마음도 전해져 와요.
    다 잘 될거예요.
    우리 이렇게 고운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꼭 올거라 믿어요.
    조금 더 많이 살아본 큰형님 같은 마음으로 빙긋 웃음이 나요.
    다 잘 될거예요.
    옛날 젊을때 이리 곱게 살았다라고 말하며
    두분 웃으실 날 꼭 올거예요.^-^

  • 19. 그런 마음을 가지고
    '08.10.31 8:57 PM (125.128.xxx.157)

    경제적인 대비까지 하신다면 더 행복할수 있어요.
    어떤 위기가 닥쳤을때(가족이 갑자기 아프거나 실직을 하게 되거나 하는 최악의 상황)
    대비한 경제적인 마인드는 부지런히 갈고 닦아두세요. 아무리 마음으로 행복하더라도 어떤 위기가 닥치면 그로인해 마음이 황폐해질수 있는 계기가 되거든요.
    가난해도 마음이 풍족하면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래요. 하지만 현실은 가난하면 마음이 풍족할수 없는게 현실인거지요. 그걸 피할려면 대비가 필요하구요. 욕심을 부린다기 보다는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이 성실하게 일해 벌어오면 아내는 지혜롭게 그걸 관리해서 극대화 시킬 필요가 있는거거든요.
    부지런히 공부하셔서 그 행복이 좀더 탄탄해질수 있도록 안에서 단단히 받쳐줘보세요.
    참 따듯한 가족이네요. 저역시 젊어서 부족해도 참 행복했던 그때 시절이 문득 떠오르네요.

  • 20. 예쁜가족^^
    '08.10.31 9:20 PM (125.178.xxx.12)

    이시네요. 더 좋은날이 꼭 찾아오시리라 믿어요.
    그리고 남편분 마음은 잘알겠지만 아이에게 헌옷,헌책 결코 나쁘지 않아요~
    이미 많은 엄마들이 그리하고 있는걸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요즘엔 현명한 육아법이기도 하니,약간의 편견만 버리시면 조금 더 편해지실거에요.
    새집증후군말고 새책에서 유독물질이 나온다는 새책증후군도 있어요.
    제아이도 중고옷에 중고책으로 키우고있지만 건강하고 밝고 책너무나좋아하는 똘똘한 꼬마랍니다~

  • 21. ...
    '08.10.31 10:54 PM (220.233.xxx.126)

    저두 왜이리 눈물이 날까요???
    요즘 아이 보는거 힘들다고 투정부리고...내 맘대로 안된다고 투정부리고....
    님...너무 예쁘게 사시는거 보니까 저까지 넘 행복합니다...
    정말 행복이란 맘먹기에 달린것 같아요....
    님 가족에 늘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 22. 진정한
    '08.11.1 9:03 AM (121.176.xxx.136)

    님은 진정한 부자십니다.
    이렇듯 다른사람의 가슴을 채워 줄 수 있는부자가 흔하지 않잖아요.
    글 잘 읽고 가요.

  • 23. 그래요,,,
    '08.11.1 4:28 PM (59.10.xxx.92)

    다들 아니 대부분 그리 살지요,,,,?>>
    없어두 행복하게 사는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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