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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 천만원 갚고 와서 이제야 허탈..
뒷북 조회수 : 1,587
작성일 : 2008-10-31 14:48:20
2년 전에 결혼하면서 제 이름으로 5천만원 정도를 대출받았어요.
신랑도 시댁도 집을 살 형편이 안되는데 이 지역이 전세값이나 매매나 별 차이가 없어서
어짜피 전세도 대출받아서 해야 하면 그냥 집을 사버리자 해서 대출을 받았죠.
지금 생각하면 거금 5천만원을 아무 생각없이 빌렸다니 참 대담했던건지 속이 없던건지..
당시에 예비 시아버님 거래하시던 은행에 가서 그나마 조금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고
여러장의 계약서에 제 도장찍고 싸인하고, 그 때도 대출 받은 당시는 별 느낌이 없다가
며칠인가 지나서 아니, 나는 왜 부유한 집 남자와 연애도 못하고 내 이름으로 대출받아 결혼하는가.. 하고
혼자 뒷북치면서 괜히 억울한 느낌도 들고, 이 남자랑 결혼해서 빚 갚으면서 잘 살 것인가도 고민되고 그랬어요.
저희 둘다 정규직이 아니라 수입이 어떨지 모르겠기에 10년 만기 상환으로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조건이었고,
막 결혼해서 1년은 신랑이 공부 좀 하느라 제 월급만으로 대출금 갚고 생활비 하면서 살다가
올해 초부터는 다시 일을 시작한 신랑덕에 조금 수입이 더 늘어서 무턱대고 일단 모으고 봤더니
이달 초에 딱 천만원이 모아졌어요. 빚 먼저 갚는게 재테크 시작이라니 당연히 일부분 상환이라도 하자
싶었다가 주가는 뚝뚝 떨어지고 현금 가치는 올라가고 갚는게 좋을까 그냥 다른데 좀 더 묻어둘까 하다가....
내년부터는 제가 일을 그만 두고 신랑 혼자 월급으로 살아야 하는데 이자라도 좀 줄여 놓는게 좋겠지 싶어서
오늘 오전에 대출받은 은행에 가서 천만원 상환하고 왔네요. 이제 남은 금액은 3천만원 정도..
이자가 많이 떨어질까 기대했는데 원금이랑 같이 갚다보니 그렇게 줄어든 것도 아니고,
갚고 나서 보니 통장에 남은 돈이 60만원 뿐이라 허탈하기도 하고..
작년에 주가 2천 오르락 내리락 할 때 펀드 갖고 있는거 다 환매 했으면 거의 다 청산했겠다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이제사 들고.. ^^ 그나마 그 펀드들 환매, 시기 놓치고 에라 그냥 묻어두자 싶어서 놔뒀네요.
오전에 은행에 같이 다녀온 신랑이 유난히 얌전하게 제 눈치 보면서 있다가,
호떡 먹고 싶단 제 말에 온 동네방네 돌아다녀서 따끈한 호떡 두개 쥐어주면서,
외식이라도 해야 하는 날인데 해 줄게 이것 뿐이네.. 하면서 멋쩍게 사랑해.. 하는데,
제 이름으로 대출받았던 것도 미안해 하던 사람이, 그새 알게 모르게 모아진 돈 천만원을 단번에
은행에 주고 나와 허탈해 할 제 마음이 또 안쓰러워서 그랬었나 봐요.
역시 저는 이번에도 뒷북이라 아까 오전 중에도 신랑이 호떡 사다 줄때도 별 느낌이 없었는데,
호떡 두개 먹고 가만히 앉아있다보니 이제야 슬슬 허탈해 지네요.
일주일에 신랑 용돈 4만원 줘 가면서, 인터넷에서 몇천원 하는 옷 사입으면서 아껴모은 돈이었구나.. 하는 마음에
괜히 궁상맞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열심히 아껴 갚았는데 앞으로도 3천이라니 너무해.. 하는 생각도 들고.
아.. 신랑이 아까 미안해 할 때 분위기라도 좀 잡고 침울하게 있어볼걸..
그랬으면 주말에 집안 청소도 알아서 해 주고, 처가에도 가자고 먼저 말도 해 주고 그랬을걸...
혼자 뒷북치자니 알아줄 사람도 없을테고 그냥 82에 와서 종알대다 갑니당..
이제 또 열심히 벌어서 아껴서 나머지도 어서 갚아야겠죠.
정말 신랑 말마따나 이번 주말엔 외식이라도 하면서 조촐하게 위로와 다짐의 시간이라도 가져야 겠어요.
IP : 220.71.xxx.19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고생하셨어요.
'08.10.31 3:07 PM (220.116.xxx.5)앞으로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밝은 날이 오겠죠.
저도 이달에 대출 조금 갚아서 그 마음 알아요.
호떡... 남편님 마음이 고우시니, 서로 믿고 기쁘게 고생하세요.
부러워요. 전 혼자서 낑낑거려서 누가 축하해주지도 않아요.2. 김보라
'08.10.31 3:15 PM (218.38.xxx.27)천만원 상환하신거 축하드려요 ^^
사천 큰돈이긴하지만 ..
다 갚고 더 여유자금을 모아둔 상황이 금방 와있을꺼에요 .
남편분과 좋은 시간보내세요 ^^3. 하얀
'08.10.31 5:18 PM (122.202.xxx.190)그래도 거의 반은 갚으셨네요.
40% 갚으신 거 축하드려요.
호떡보다 남편마음이 더 따뜻하네요.
주말에 맛있는 거 드시고 힘내세요.^^4. 축하해요!
'08.10.31 5:36 PM (211.187.xxx.166)대단하시네요. 글을 보니 그 천만원이 보통 천만원이 아니네요. 훌륭하세요. 정말 부자될 자질이 풍부하신 분이시네요. 신랑께서도 협조를 하는 것보니 마흔되기전에 부자되실 것 같습니다. 축하해요~
5. 잘하셨어요..
'08.10.31 6:42 PM (115.138.xxx.150)금새 대출금 다 갚고 통장에 쌓이는 돈 보며 흐뭇해하실 것 같은대요..
6. 영효
'08.10.31 8:22 PM (211.173.xxx.14)저두 쪼들리게 살다보면 참 별의별 생각 다 듭니다.
나는 왜 부자 아니 그럭저럭 먹고살만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했나
남편은 왜 많이 버는 사람이 못될까
나는 언제나 먹고살만해 지려나....
힘들때는 세상만사 모든 걱정이 다 되고 죽고 싶은 맘도 듭니다.
님은 그나마 다정한 남편이 있으니 기댈곳이 있잖아요
그걸로 위안 삼으시고 돈은...돈은... 정말 모으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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