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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손님 너도 주인

때때로 조회수 : 1,075
작성일 : 2008-10-31 09:23:45

저 아래 자영업자와 손님에 관한 글을 읽다가 여러가지 생각이 나서 글을 씁니다

친구 하나가 식당을 개업했습니다

원래 개업하려던게 아니라 신랑이 이것저것 다 까먹고 나니 시아버지께서 집하나 던져 주시면서 이게 마지막이

다 지키든 팔아먹든 너네 알아하고 더 이상은 기댈 생각 마라 하시더랍니다

친구는 서러워 울며울며 이사갔지만 다 울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제법 괜찮은 건물이더랍니다

앞으로 뒤로 삼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고

결코 낮다고 볼수 없는 등산로 입구라 새벽부터 오후까지 늘 사람들이 집앞을 지나가더랍니다

일층은 상가 이층 삼층은 빌라라 한달에 들어오는 돈만 삼백 가까이 되구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빠 마음 돌려서 사업자금 대게 할까 이궁리 저궁리 하는 신랑은 냅두고 일층 상가 두개를 내

보내고 가게를 터서 식당을 열었답니다

앞마당은 없지만 뒷마당은 엄청 넓어서 채마밭도 있었답니다

그래서 일부러 손님들 보시라고 가지 오이 파도 심었답니다

한쪽에 닭장도 치고요

그러고는

손만두를 위주로 여름에는 콩국수 쌀쌀해지면 굴국밥 해가며

해물파전 빈대떡 칼국수를 팔기 시작하니 문 열기 시작하는 아침 아홉시부터 문 닫는 밤 열시까지 손님이 바글거

렸답니다

등산가는 손님만 생각했는데 조금 있으니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서도 손님들이 몰려오더래요

그런데 손님중에 진상이 진상이 그렇게 많더랍니다

손님 다섯이 와서 도시락 싸 왔다고 매생이국 두 그릇 시켜놓고 김치 깍두기 따뜻한 물 몇번이나 주문해대고 나중

에 계산할때 도시락 싸왔다는 핑계로 매생이국 값에서 공기 두그릇 값은 빼라고 우기더랍니다

그런데 이런 손님이 드무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더랍니다

매생이국 한 그릇에 오천오백원 받습니다

다섯이 오면 찬이 두벌 나갑니다

두번만 리필 시켜도 찬이 네벌 나가게 되는 겁니다

거기서 밥값 이천원 제하자고 하면 사천오백원씩 즉 구천원 받으라는 소리입니다

제 친구에게 적선하라는 소리하고 뭐가 다릅니까

거기다 봄 여름이면 채마밭에 난것 뽑아가고 싶어 안달들을 하고 간청에 못 이겨서 조금 뽑아가시라 허락하면 밭

을 통째로 엎어버리고 말입니다

이런 손님들 중에서도 특히 왕진상인 손님이 있었답니다

일요일마다 아들 며느리 손자 다 데리고 등산을 하시는 교장선생님 일가족이 있었답니다

아이들까지 합하면 열 여섯명인데

들어오면서 단체손님이라고 목에 힘주고 들어오지만 흥!!!! 이더랍니다

정말 손해만 손해만 왕창 끼치고 가는 손님들이라 몇달을 버팅기던 제 친구가 마침내 인내심이 끊어져 가게 유리

에 아주 커다랗게

[ ** 학교 교장 선생님 저도 살아야 겠습니다 이제 오지 마세요 ]

라고 써 붙여 놓았답니다

창피한줄은 알았는지 그 뒤로 교장선생님 일가족을 안보니 살것 같더랍니다

그래도 여전히 진상 손님은 줄을 잇지만 당찬 제 친구가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술은 절대 안 팔고 간혹 담배 심부름 시키는 손님 있으면 사러갈 기운도 없으면 아예 끊으라고 뭐라고 해 버린다네



하긴 제 친구야 가게세가 나갈까

문 닫게 되더라도 가게 세놓고 월세 받으면 그만이니 하고 싶은 말이라도 한다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손해 나

가면서 장사 하시는 분도 여럿일 겁니다

오죽하면 옛말에 [ 장사꾼 *은 개도 안 먹는다 ] 했을까요

저는 엄마가 시장에서 몇십년을 장사해서 장사꾼 손해 나가면서 판다는 것은 때로 거짓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압니다

엄마손을 생각하면 조금 비싼듯 해도 길거리 장사하시는 분에게서는 한번도 값을 깍아본 적이 없구요

서로서로 어려운때

백화점이나 큰 마트에서 주는 것은 꼬박 받아 챙길건 챙기더라도 같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게는 너무 바라지 말았

으면 합니다

..........써놓고 보니 참 주제넘군요........부끄럽지만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IP : 59.3.xxx.16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만그런가..
    '08.10.31 9:29 AM (121.131.xxx.62)

    아니예요..너무 공감가는 글이예요
    예전에..모 유명 연예인 와이프가..시장에서 콩나물값 깎으면서 알뜰살뜰 살림한다며 나왔을 때..
    참..그렇더라구요. 왜 비싼 옷, 화장품, 마사지는 안깎으면서 한 봉다리 오백원하는 할머니 콩나물을 깎을까...그거 얼마 남는다고...

  • 2.
    '08.10.31 9:36 AM (211.187.xxx.166)

    정말 정말 옳은 말씀이세요. 첨엔 글이 답답하게 시작하셔서 또 힘들게 된 얘긴가 했는데 마지막은 공익광고셨네요...^^
    우리 아줌마들 모두가 처음부터 그렇게 안되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을 늘려간다면 결국 세상이 바뀌고 자녀들의 미래가 바뀐다고 믿는 아줌마 1인입니다.

  • 3. 저도
    '08.10.31 9:43 AM (219.241.xxx.167)

    시장에서는 안깍을려구 해요..
    노점에서는 오히려 제가 덜어놓고 오기도 하구요
    식구가 없어서 할머니께서 덤으로 주시는게 고마우면서도
    제 집에서는 남을것을 알기에 아예 필요한만큼만 받아와요...

  • 4. ...
    '08.10.31 9:58 AM (220.76.xxx.163)

    늘 민폐끼치지않고 살려고 애쓰지만, 그래도 무의식중에 누군가를 할퀴고도 모른채 살아오지않았나 한번더 반성하게 됩니다.
    아침부터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징그러운 손님들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고 당차게 '담배사러갈 힘 없으면 끊으라'고 말씀하신다는 원글님의 친구분도 너무 보기좋습니다. ㅎㅎ

  • 5. 맞습니다...
    '08.10.31 9:58 AM (203.247.xxx.172)

    비싼 물건 살때랑, 아닐때랑
    우리 자세가 참 다릅니다...

    88만원세대라는 책을 보고나니
    유럽이 왜 성숙한 얼굴로 느껴졌는지를 알게 되었었는데요...
    독과점으로 종업원(노예)를 만드는 구조가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이 존중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더라구요

    매매에 사람은 없고 물건만 있는게 아니라
    주인과 손님, 그리고 문화가 함께 할 수 있는 사회 말입니다...

    작은 거래로도 생계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내가 존중 받는 사회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 6. 아주
    '08.10.31 10:04 AM (124.57.xxx.60)

    아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번에 마케팅 관련된 책을 보니
    싫은 손님(거래처)은 끊으라는 말도 있더군요
    그런 사람 상대하느라 진빼지 말고
    그럴 기운으로 다른 단골들에게
    더 잘해주는게 낫죠

  • 7. .
    '08.10.31 10:16 AM (220.122.xxx.155)

    저는 난전에서 호박파는 할머니들 마트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팔고계신거 보면 그냥 마트 값으로 계산해서 드리고 옵니다. 할머니들 부르는 값에 천원 더 얹어서 드리고 오기도 하구요.
    저는 제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나보다 더 없는 사람들에게 더 쓰임이 되는 되면 좋겠단 생각으로
    소비를 할때도 늘 생각합니다. 거저 얻어먹지 않고 제값주고 먹는단 생각하면 그런 생떼 못 쓰게 되지요.
    상도덕이란건 소비자도 지켜야 된다는 주의라서요... 초등학교때부터 시장에서 콩나물값 깍는 엄말 보면서 절실히 느꼈었지요.

  • 8. 식당에서
    '08.10.31 10:51 AM (218.153.xxx.153)

    다른데서 가져온 음식 먹는거 참 조심스러운 일인데 등산로 근처라 그런일이 비일비재한가보군요
    옆에 사람이 음식 시키니까 싸갖고 온 음식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인원수대로 시키거나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1인분 정도는 빼고 시키던가 해야지
    여러명이 몰려와서 딸랑 두그릇 시키고 싸갖고 온 음식 벌려놓고 먹는건 정말 매너가 없는 짓이죠
    저는 인원수대로 다 주문해도 다른데서 갖고온 음식 내놓고 먹기 참 그렇던데 ...
    식당주인 입장에서 보면 그리 기분 좋을거 같지 않아서죠

  • 9. 저도
    '08.10.31 11:23 AM (125.143.xxx.200)

    양가 다 시골이라 농사 지으시고 저도 과수원 하는 집에서 자라
    그 환경을 알기에 시장에서 채소 과일 사면 깍지 않고 삽니다
    내 하나 적게 먹으면 될걸 하구요

    그러나 가끔 눈쌀 찌프리게 하시는 분들 계시지요
    또 농사 짓는 과정 다 아는데
    도시 살면 너네들이 뭘 알아? 하는 식으로
    대단하다는듯 파시는 분들도 마음 참 안스럽습니다

    뭐던지 좀 양심적으로 하시면 좋을텐데요

  • 10. 반성할께요
    '08.10.31 11:26 AM (211.115.xxx.133)

    저거 다 합쳐도 얼마될까 ?싶은
    "전"앞에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지 않도록.

  • 11. 저도 한말
    '08.10.31 12:17 PM (222.236.xxx.94)

    저도 옛날에 매점에서 달걀 삶아
    판 적이 있는데
    달걀 껍질 까 달라는
    사지 멀쩡한 사람들 있었어요.
    전.. 나름 휴머니스트라..
    손발 떨리는 노인내 오면 자진해서
    까주기도 하는 사람인데...

    나쁜 자식들.

  • 12. 영효
    '08.10.31 9:24 PM (211.173.xxx.14)

    정말 장사라는게 남 비위맞추는게 힘든일이죠
    친정엄마도 식당하셨는데 음식점이 참 힘든일이라고 느꼈어요
    가격대도 세고 손두 안가는 물건 팔면 좋은데 식당은 이윤도 적고 과정이 여간 복잡치 안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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