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콧물이 걱정이 되어 나선 병원행...
시골 마을의 병원 나들이는 큰 맘 먹어야 가능합니다.
마을 어귀 지나다 친구 엄마 태워가고...
아이셋, 어른 셋이서 다정히 조잘거리며 오랜만에 일상의 탈출을 했습니다.
그래도 종합병원 소아과 낳다며 찾아간 병원의 주차장에서
낯익은 어른이 백지장 얼굴을 하며 장례식장에서 나오시네요.
이번 바쁜 농사일 도와 주셔서 고마운 분이라
얼른 달려가 인사를 드리고 어찌 오셨나 물으니....
백지장 같던 어른의 눈가가 촉촉합니다.
말을 머뭇거리시며 우리 아이 감기 걱정부터 해주시고
그래도 다시 묻는 제 물음에...
기어이 눈물 찔금 훔치시며 이야기 하시네요
사위되시는 분이 나락을 털으신 날
한차 가득인 나락을 널으러 집으로 가는 길에
내리막을 만나서 기우뚱하는 차가 비탈길로 넘어가니
빠른 몸놀림으로 차에서 뛰어 내려 피하셨는데...
이 차가 넘어지기를 피하신 그 사위분 위로 쓰러져서 어제 운명하셨답니다.
손을 퍼뜩 잡으며 어찌할고.... 어찌할고.... 저도 눈물 흐르네요.
지금 아무것도 안보이고 망연자실해서 집에도 못가고 이리 있다하시니....
그 손이.... 그 눈이....
서글퍼서 눈물이 납니다.
일 잘하던 건장한 사위가 하루 아침에 누워서 못올곳으로 가니...
늙은 장모님은 어찌 할가요.
그 와중에도 내 품에 안긴 우리 막둥이 감기 걱정해주시는 어른을 보니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 인정이 고맙고 서럽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지금 이 시간...
하루를 잘 채웠다. 잘 살았다 말하고 싶습니다.
아웅 다웅 싸울 일도 없는 듯합니다.
모임가서 술취해 늦게 온 신랑도 고맙고 감사하네요
갑자기 가셨을 그 사위분도...
믿음직스런 남편을 잃었을 그 따님도...
아버지를 잃었을 그 자녀도...
오늘 만난 늙으신 장모님의 마음... 이해해주시겠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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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았다고 말해야하네요.
돌담틈제비꽃 조회수 : 621
작성일 : 2008-10-31 01:02:53
IP : 211.229.xxx.13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국어60점
'08.10.31 1:12 AM (218.37.xxx.253)초등학교 4학년 중간고사 국어시험 60점 받았습니다..아이고 내 사슴이야 를 외치며 가슴을 쳤더니
염치도 없는지 엄마 왜 가슴을 치면서 왜 사슴이야 그래 그럽니다..
공부 못 해도 오늘 열심히 살아준 우리 아이에게 감사해야 겠습니다.2. 해인사랑
'08.10.31 1:19 AM (121.140.xxx.218)돌담틀꽃제비님 지난번 사과때문에 통화한적 있는데 전화상으로 참으로 마음이 많이 따뜻한 분이구나했었는데 님 주변엔 모두모두 그렇게 정있고 따뜻한분들만 있으신가봐요. 당신이 그렇게 큰일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기걱정을 해주시는것을 보면요. 분명 주변에 이런분들 때문에 아직도 그래도 우리나라가 살만한가봅니다. 슬픈감정 추스르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3. ......
'08.10.31 9:18 AM (118.32.xxx.127)아효 어떻게 해요.. 안타까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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