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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볼 수록 바로 보이는 세상
디프 조회수 : 389
작성일 : 2008-10-30 23:49:00
백두산서 가장 경치 좋은 삼지연
<김양희 기자의 다시 쓰는 평양일기 ⑦>
2008년 10월 29일 (수) 09:58:53 김양희 객원기자 tongil@tongilnews.com
본사 김양희 기자가 ‘평화3000’(이사장 신명자)이 주최한 북측 지원사업장 방문단 일원으로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평화3000’은 주요 대북 협력사업 중의 하나인 장충성당에 있는 콩우유공장을 현장방문했으며, 아울러 평양시내-백두산-묘향산을 참관하였다. 김양희 기자가 ‘평화3000’과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면서 느낀 방북기를 일기식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김 기자는 이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평양일기를 작성한 적이 있기에 이번 방북기 제목은 구별을 위해 ‘김양희 기자의 다시 쓰는 평양일기’로 한다. / 편집자 주
▲ 삼지연 혁명사적지의 동상. 진군하는 항일유격대원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일행은 다음 방문지인 삼지연 사적지로 향했다.
한 시간여 되는 길인데 버스 내 옆자리에는 지난해 5월 평양 방문 당시 우리조 안내원이었던 전경수 안내원이 자리를 하고 있다.
“전경수 안내원은 남쪽에 와보신 적이 있어요?”
“2001년하고 2003년 2번 남녘에 갔었지.”
“오셨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음식, 땅 모두 낯설었지, 영어 천지고 꼭 우리 땅이 아닌 듯 했지.”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당황했을 듯한 그 모습이 떠올라 괜시리 안쓰러웠다. 다음번에 남녘에 오면 내가 반갑게 맞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 오시면 꼭 저를 찾으세요, 남녘 사람 아무나 잡고 통일뉴스에 연락 좀 해달라고 하면 제가 전경수 안내원님 계신 곳으로 가면 되잖아요.”
(정말 순진한 건지 멍청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딱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아니 찾아달라고 하면 찾아 주는 줄 아나? 만나고 싶은 이들 말해도 찾아주지 않드만.”
(아 그렇지. 지금은 이렇게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도 자유대한민국에 와서는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하는구나. 우리 국정원에서도 가만있을 리 없고 누가 북녘에서 온 사람이 찾는 사람을 찾아줄 것인가.)
“그럼 오셔서 조금 낯설고 어색하더라도 남녘에서 관광도 좀 하시고 푹 쉬다 가시면 되잖아요.”
“우리가 남녘가면 감옥살이 하러 가는 것입니다.”
“예? 감옥이요?”
“남녘에 가면 우리가 호텔 방 안에만 갇혀 있습니다. 식당이라도 갈라치면 우리 북녘 사람 하나당 두세명이 민망할 정도로 따라와 옆에 서 있으니 밥도 제대로 넘기기가 쉽지 않지요. 남녘에서는 자유국가라고 하지만 저희에게는 감옥 그 자체입니다.”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가 북녘에 가서 ‘여기도 가고 싶다’, ‘저기도 가고 싶다’, ‘밤에 호텔 밖에 나가서 평양 시내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다’는 식으로 많은 불만을 제기하곤 하는데 오히려 북녘 대표단이 남녘에 오면 주민들과의 접촉은커녕 호텔 방안에만 갇혀 있어야 한다고.
밥을 먹을 때도 식탁 바로 옆에 서서 지키고 있다니 신변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남녘에 온 손님들을 감옥살이를 시키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은지, 아니면 무엇이 두렵기에 그들을 그리 막아대는지 착잡하기만 하다.
▲ 삼지연대기념비문.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그러는 사이 일행은 삼지연에 도착했다.
저멀리 북녘의 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가 붉은 깃발을 들고 이곳 삼지연 사적지를 방문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남녘의 백두산 관광 등이 가시화 됐을 때 백두산 코스가 삼지연 중심부를 통과할 뿐더러 백두산 천지, 이면수 폭포 등은 북녘 주민들도 많이 찾고 있으며 매년 수십만명의 혁명전적지 답사행군대가 이곳을 찾기 때문에 북측 당국은 남측 관광객과의 조우를 막기 위해 주민들을 이주시키거나 답사대의 답사시기를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북측 안내원들은 “우리는 백두산을 모두 개방한다고 나섰는데 오히려 문을 걸어 잠근 쪽은 남녘이 아닙니까?”한다. 실제 적어도 우리 참관단이 백두산을 방문했을 때는 북녘 답사대들과 조우를 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은 우리가 탄 버스를 발견하고서는 언제나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곤 했다.
어쨌거나 하루라도 빨리 금강산 관광 재개는 물론 내가 본 백두산 천지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삼지연은 100만년전 백두산의 화산분출로 인한 용암이 흐르던 강을 막아 세 개의 호수가 생긴데서 유래했다. 호수의 둘레는 3.6km, 가장 깊은 곳은 3.8km에 이른다.
이곳은 백두산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삼지연 못가는 1939년 5월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 창설 후 무산지구 진출을 앞두고 잠시 휴식을 취한 곳이다. 커다란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주변에는 대홍단 전투에서 용맹을 떨치는 항일유격 대원의 모습, 대원들이 마을에 오는 것을 환영하는 주민들의 모습 등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김 주석의 동상 주변에 펼쳐져 있다.
동상은 1979년 5월 21일, 삼지연대기념비 제막은 1979년 3월 21일 완공됐단다. 이는 1939년 무산지구전투승리의 40주년을 기념해 사적지가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김 주석은 무산지구 전투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면서 “혁명에 승리하면 이곳을 인민의 문화 휴양지로 삼자”고 말했다고 한다.
삼지연대기념비는 혁명의 불꽃을 상징하는데 탑의 높이는 50m, 봉화만 10m, 탑신만 40m에 이른다. 삼지연대기념비의 비문에는 “조국진군 그날부터 오늘까지의 삼지연 못가에 남긴 불멸의 혁명 내용”을 적고 있다는 것이 해설강사의 설명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삼지연대기념비는 국보적 우위를 갖고 있는 세계적인 걸작이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 김 주석의 동상, 20대 청년 장군 시절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 김일성 주석이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양갈래 봇나무, 일행도 이곳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20대 청년 장군의 시절을 형상화 했다는 김 주석의 동상 뒤로는 백두산이 펼쳐져 있다. 김 주석은 “지금까지 북녘에 있는 어떤 동상보다도 제일 잘 되었다”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삼지연 사적지를 조성하는데 김 주석은 200여 차례나 직접 가르침을 주며 세심하게 챙겼다고 해설강사는 설명했다.
이곳에는 김 주석이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양갈래의 봇나무(자작나무)도 있다. 삼지연 호수를 뒤로하고 서 있는 봇나무는 너무도 아름다워 일행은 서로 김 주석이 사진을 찍었다는 자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해설강사는 설명을 마친 후 “조국이 통일된 다음에 다시 만납시다”라고 말한다.
▲ 삼지연군의 학생소년궁전, 지역별로 방과후 교육기관인 학생소년궁전이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숙소인 배개봉 호텔로 이동 중, 북녘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이 나타났다. 유럽의 전원마을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삼지연 스키장 주변의 콘도 등 관광단지였다. 작은 집들이 잔뜩 지어져 있는 것이 금강산의 온정리보다도 훨씬 더 고급스럽고 잘 정돈된 분위기였다.
생각보다 관광단지가 크다고 느낄 찰나, 북측 안내원은 “이곳은 삼지연군의 마을입니다. 옆에 보이는 것이 학생소년궁전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아! 북녘 어린이들의 방과후 교육을 책임지는 학생소년궁전이구나.)
흔히 북녘의 소년학생궁전이나 창광유치원 같은 곳을 참관하고 난 후 일부는 ‘이곳은 평양이니까 좋은 시설의 방과후 교육기관이 있는 것이다’, ‘출신성분이 좋은 아이들만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곤 한다.
그때마다 북측 안내원들은 “학생소년궁전의 경우 평양에 2개, 각 도시별로 하나씩 있어서 지역별로 언제든 아이들이 하교 후 원하는 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북측 안내원들의 말에도 말은 저렇게 하지만 설마 정말 지역별로 다 있는 것일까 하고 나조차도 가끔 의심을 하곤 하는데 삼지연군에 있는 학생소년궁전은 그런 의심을 말끔히 씻어주는 존재였다.
어린이를 나라의 왕으로 떠받드는 북녘에서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열은 대단해 학생소년궁전이 세워지기 어려울 정도로 인구가 작은 곳은 학생소년회관이 건립된다고 한다. 학생소년회관은 학생소년궁전과 기능은 같지만 배울 수 있는 과목인 소조수와 학생수가 적다고 한다.
아이들 학원비를 벌기위해 파출부를 나가야 할 정도로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우리들은 소년학생궁전이나 회관이 부러울 수밖에.
▲ 베개봉 호텔 전경.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숙소인 베개봉 호텔은 베개 모양처럼 납작한 봉우리인 베개봉이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신관의 1층부터 5층까지 방을 배정받았다.
이곳은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그리고 내일 새벽에도 아침 6시부터 7시까지만 따뜻한 물이 나오니 그 시간에 맞춰 씻어야 한다.
일부 불만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양각도 호텔처럼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우리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일정한 시간에만 운행하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모습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후, 하나 둘씩 1층 19호실로 모였다. 이곳에서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행사가 열린다.
▲ 일요일 베개봉호텔에서 미사가 올려졌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오늘이 일요일인 만큼 평화3000 신부님들은 신도들과 함께 이곳에서 천주교 미사를 올린다고 한다. 어쩌면 북녘 백두산에서의 미사는 처음이 아닐까?
이날 집전은 곽동철 신부가 한다. 미사는 간소하지만 진지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곽동철 신부는 “35년 사제생활을 하고 10군데 본당 주임생활도 했는데 이렇게 백두산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며 “일부는 좌파 빨갱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방북은 믿음의 실천이며 더 큰 믿음이다”고 말했다.
박창일 신부는 “오늘은 특별한 미사를 올린다. 교회가 진정 평화와 민족 화해의 도구가 되도록 이끌어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며 남북화해의 존재로 자리매김 하도록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 올린다. 이런 우리의 몸짓과 정성이 아름답게 보이길 바란다”며 기도했다.
미사가 끝난 시간은 6시 30분. 7시부터 저녁식사 시간이지만 그보다 따뜻한 물이 7시까지만 나오기 때문에 어서 서둘러야 한다.
▲ 베개봉호텔 미사중 성체성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그러나 내 방까지 가는 시간, 또 이것저것 주섬주섬 정리하고 하다 보니 남은 시간은 10분 정도. 그래도 설마 딱 7시에 찬물이 나오겠어? 한 5분 정도는 더 나오겠지 하는 맘으로 씻기 시작했다. 후다닥 씻기 시작했는데 정확히 7시부터 딱 찬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남녘은 코리안타임이니 뭐니 하지만 이곳은 정말 약속을 칼같이 지킨다.
세수만 하면 되기에 찬물로 씻는데 그동안 나태하고 게으른 모습을 보인 것에 일침을 놓기라도 하듯, 물이 어찌나 찬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다.
서두른다고는 했지만 저녁식사 시간에 늦어 다른 이들은 이미 만찬을 즐기고 있다.
저녁 식사는 이 지역의 자랑인 감자요리들. 삼지연 지역은 해발 고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고랭지채소도 어렵고 거의 유일하다시피 농사를 짓는 작물이 감자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곳에선 주식으로 감자를 먹는데 감자요리만 해도 200여 가지가 넘게 개발됐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탄사가 절로난다.
우리 식탁에도 찐감자, 감자죽, 감자국, 감자채볶음, 언감자국수 등 감자 관련 요리가 10여 가지나 나왔다.
이중에서도 언감자국수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무장 투쟁 시절 화전민들이 유격대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감자를 묻어놓았고 얼어버린 감자를 가루 내 만들어 먹던 국수라고 한다.
김 주석은 그때를 잊지 않기 위해 언감자국수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남녘에도 김 주석과 함께 언감자국수를 먹었다는 이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음식은 유명세를 탔지만 사진조차도 구할 수 없어서 상상력을 동원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언감자국수를 맛보게 되다니 음식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내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거무스름할 정도로 진한 갈색을 띄고 있는 면은 꼬들꼬들 하지만 찰진 기는 별로 없어 쉽게 끊어졌다. 언감자국수는 들깨국물로 맛을 냈는데 맛은 물론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해 어른들의 영양식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IP : 121.159.xxx.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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