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
정부의 연이은 헛발질 정책으로 심란하지만 매거진 esc 때문에 그나마 신문 보면서 웃음짓는 날이지요.
오늘은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 보고되는군요?
이렇게 상담요청?을 할 정도니,
상담자의 요지는 다 재껴두고라도 이라크 파병 때 부시를 위한 구국기도회에 가는 사람이 정말 있다는 것에 끝도없이 암담할 뿐입니다.
뜬금없이 연결시키는 부분도 없지않아 있지만
딴지일보 총수가 풀어내는 그 말들이 여러모로 속시원해서 함 옮겨봅니다 ^^
사랑 아니다 사육이다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Q 억지로 학원 등록, 골프 수업 …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늘 강요하는 여친에게 지쳤어요
1년 된 여친이 있는 30대 회사원입니다. 이라크 파병 때 부시를 위한 구국기도회에 갔다는 그녀 신앙관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매사 확신에 찬 그녀에게 끌렸습니다. 사귀면서부터 그녀는 저의 일상에 개입하기 시작했죠. 친구들과의 모든 술자리를 끊게 만들고 새벽 영어학원, 저녁 일어학원에 다니게 하더니 고급사교는 골프로 한다며 골프를 배우게 하고, 부는 하나님 사랑의 증거라며 각종 금융기법 설명회 참석까지 독려했죠. 처음에는 저에 대한 관심에 기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지치더군요. 그런 제게 그녀는 자기를 사랑한다면서 그 정도도 못하냐고 다그칩니다. 그게 다 오로지 저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그리고 그때마다 제 게으름을 악으로 규정하는 일장훈시를 덧붙이죠. 전혀 타협의 여지가 없더군요. 항상 저만 나쁜 놈이 되고 맙니다. 그렇게 1년을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젠 정말 몸이 피곤해서 말이 아닙니다. 그만하고 싶어요. 그녀의 저에 대한 사랑은 유지하면서 그녀로 하여금 이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요?
A 0. 음, 좀 뜬금없다만 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뭔 소리냐. 일단 보자.
1. 채식주의자 아니면서 개만은 먹으라고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진정성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 주장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 사고의 소산일 뿐이다. 그거 소한테는 문의한 적 없거든. 니들 실존의 목적은 등심이냐고. 개 못지않은 지능의 돼지와도 니들 하복부 좀 지져 먹겠다고 사전 협의된 거 아니거든. 이 동물은 되고 저 동물은 안 된단 사고 자체가 당사자 동물의 의지와는 하등 무관한, 일방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인간들만의 기준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 주장의 정당성을 확신한다. 사랑이란 대의로 당당하기도 하다. 그들의 유난한 개 사랑이야 죄가 없다. 그들 착오는 그 각별한 사랑 자체에 기인하는 게 아니라, 그런 자신들의 기준이 모든 사람의 보편규범이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그 일방적 자기중심성에서 비롯되는 거다. 이런 걸 가오잡는 말로 일종의 허위합의 효과라 한다. 자기 사고의 보편성을 과대평가하는 거라.
그런 착각으로 그들은 수캐를 거세한다. 발정나면 아무 암캐에게나 덤비는데다 집 나가 유기견 되기도 하기에 아예 거세해 그 성적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것이 개 자신의 복지에도 득이라는 거다. 한 개체가 타고난 본능을 자신의 편의를 위해 강제 제거하는 것도 잔인하지만 그 행위 자체보다 훨씬 더 무서운 건, 그걸 사랑의 소산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합리화해 버린다는 점이다.
2. 즉자적 자기중심성이 위험한 건 그래서다. 그들은 스스로 가공한 명분에 기꺼이 설득되는 방향으로 세상을 본다. 석유를 위한 이라크 침공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해방전쟁이라 주장하는 부시의 기만이 미국 일반에게 그렇게 쉽게 통용되는 이유도 거기 있다. 그들에겐 미국이 일개 국가가 아니라 다른 모든 국가의 표준이자 보편이며 객관이다.
그런 에고센트릭이 불쌍한 이라크인 해방시키고 민주주의 전파한단 명분을 단박에 이해하게 한다. 표준이 불량에게 교정의 은혜를 베푸는 거니까. 여기서 이라크인들이 미국에 그런 요청을 결코 한 적이 없다는 건 고려 대상이 못 된다. 개가 성적 스트레스가 심하니 날 거세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는 게 고려 대상이 아닌 것처럼. 그런 판단은 주인이 알아서 하듯 미국은 이라크인들에게 뭐가 옳고 좋은 것인지 자신들이 대신 판단해도 된다고 여겨 버린다. 일이 결정적으로 틀어지는 건 그 지점부터다. 선악과 시비의 해석권한을 일방 독점하는 자기중심성 아래서는, 선의가 하릴없이 폭력이 된다.
3. 이제 당신 이야기 해 보자. 각오하시라, 좀 잔인하다. 사태의 심각성으로 보아 이 정도는 잔인해줘야겠다. 그녀는, 개 주인이다. 씨바, 말 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훨 미안하네. 그럼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부시다. 어째 이게 더 나쁜 거 같다. 여하간 할 수 없다. 그게 사실이니까. 그녀가 왜 그리 된 건지는 나도 모른다. 품성과 종교의 합작품이려나. 중요한 건 그녀가 지금 당신에게 하고 있는 거, 그거 사랑 아니라는 거다. 그거 사육이자 교정·교화다. 그녀는 사랑의 이름으로 은폐한 속물성과 자기중심적 교리로 당신을 거세하고 침공하고 있다. 목하 당신 개조중이라고.
»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그거 정말 사랑 아니냐. 어. 그 행위 속에 일정한 선의 존재한다 해서 그걸 사랑이라 한다면 수캐의 거세도, 이라크인의 죽음도 모두 사랑이라 해야 하는 거다. 해서 적어도 난, 그거 도저히 사랑이라 못 하겠다. 당신의 피로,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휴식을 허락지 않는 그녀, 나보다 백배는 잔인하다. 그러니 ‘저에 대한 사랑은 유지’ 했음 한단 당신 바람은 애초 그 전제부터 잘못된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사육에 대처하는 법은 딱 두 가지밖에 없다. 주인이 흡족할 만큼 완전하게 사육당하거나, 거부하고 우리를 탈출 하거나.
생환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http://www.hani.co.kr/arti/SERIES/153/318771.html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오늘 겨레 매거진 esc에 실린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사랑 아니다 사육이다
^^ 조회수 : 417
작성일 : 2008-10-30 21:01:04
IP : 125.178.xxx.8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682633 | 자유게시판은... 146 | 82cook.. | 2005/04/11 | 154,576 |
682632 |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 82cook.. | 2009/12/09 | 62,243 |
682631 |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 82cook.. | 2006/01/05 | 92,524 |
682630 |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 ᆢ.. | 2011/08/21 | 19,975 |
682629 |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 애니 | 2011/08/21 | 21,672 |
682628 |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 사랑이여 | 2011/08/21 | 21,380 |
682627 | 꼬꼬면 1 | /// | 2011/08/21 | 27,412 |
682626 |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 애셋맘 | 2011/08/21 | 34,607 |
682625 |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 명언 | 2011/08/21 | 34,794 |
682624 |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 애엄마 | 2011/08/21 | 14,851 |
682623 |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 차칸귀염둥이.. | 2011/08/21 | 16,993 |
682622 |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 너무 어렵네.. | 2011/08/21 | 23,215 |
682621 |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 해남 사는 .. | 2011/08/21 | 36,193 |
682620 |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 조이씨 | 2011/08/21 | 27,399 |
682619 |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 -_-; | 2011/08/21 | 18,311 |
682618 |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 | 2011/08/21 | 26,632 |
682617 |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 짜증섞인목소.. | 2011/08/21 | 74,080 |
682616 |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 이건뭐 | 2011/08/21 | 14,556 |
682615 |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 도어락 얘기.. | 2011/08/21 | 11,626 |
682614 |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 참맛 | 2011/08/21 | 14,361 |
682613 |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 | 2011/08/21 | 13,392 |
682612 |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 수영장 | 2011/08/21 | 13,646 |
682611 |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26,041 |
682610 |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 애플 이야기.. | 2011/08/21 | 23,545 |
682609 | 가래떡 3 | 가래떡 | 2011/08/21 | 19,759 |
682608 |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 슈슈 | 2011/08/21 | 21,819 |
682607 |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 늦은휴가 | 2011/08/21 | 13,808 |
682606 |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 도대체 | 2011/08/21 | 11,933 |
682605 |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18,084 |
682604 |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 | 2011/08/21 | 21,8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