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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뻔뻔스러운 기륭전자 기자회견

리치코바 조회수 : 212
작성일 : 2008-10-30 16:20:51
[판]뻔뻔스러운 기륭전자 기자회견
입력: 2008년 10월 29일 17:47:17
  


1200일을 향해 치닫고 있는 기륭전자 사태에 대한 기륭전자 사측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기륭분회 노동자들의 입장 차이는 확연하다. 사측은 지난 15일 모든 종류의 합의안을 철회하고 그들의 입장을 강변하는 기자회견을 단행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태의 본질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기륭 사태’에 대한 접근은 딸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해고당할까봐 잔업까지 하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직장, 몸이 아파 졸도해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는 이유로 해고당해야 하는 직장이 정당한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식의 고용형태를, 우리 사회가 용인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문제제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근본적인 문제에 비한다면 심지어 기륭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10원 많은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부차적이다. 2005년 당시 200억원 흑자 기업이던 기륭전자가 노동자들에게 그런 임금을 주었다는 사실 역시 문제이긴 하나, 일반론으로 말한다면 기업의 처지에서는 여유 한도에서 줄 수 있는 만큼의 임금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산별교섭이나 사회적 연대 방안 등 개별 기업의 재정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임금을 책정하는 정책을 고민할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요구가 일개 기업의 경영자를 향해야 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고용형태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며칠 휴가를 보장해준다는 것도 비용이 드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건 비용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윤리의 문제다. 지속적인 해고는 노동자들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비정규직 보호법’의 취지를 거부하고 허술한 법의 바깥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을 ‘상시적으로’ 착취하려는 기업의 의지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기륭분회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지지하는 것은 그 의지를 꺾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륭전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는다. 다만 합법과 불법을 말한다.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건에 대해 500만원의 벌금을 이미 납부했고, 총 7건의 부당해고 무효소송에서 언제나 승리해 왔으니 자신들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법이며 정의이며, 쟁의하는 노동자들은 불법이며 부도덕이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논점일탈이다. 만약 법이 노동자들을 보호해 줬다면,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겠는가.

분회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업에 고용형태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비정규직 금지’로 풀어야 할지 ‘비정규직의 권익 신장’으로 풀어야 할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리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가 개별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정규직화’밖에 없다. 기륭전자가 협상안을 파기한 이유도 딱 하나, 이 사태에 대해 그런 식으로 책임을 지기가 싫기 때문이다.

기륭전자는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인해 기업이 망가졌고, 수출이 줄었으며, 고용인력도 줄었다고 말한다. 노조원들이 합의가 다 된 사안에 대해 무리한 돈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말한다. 문제를 정치적으로 가져가려는 노동운동 전문가들이 중소기업 하나를 탄압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논리는 조선일보가 선취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중소기업을 말아먹었다는 소리를 1면 통째로 할애해서 하던 이 신문사는 최근 조그맣게 정정보도문을 냈다. ‘기륭전자가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한 것은 노조 파업과 무관하며, 적자의 주된 이유는 노조파업이 아니라 다른 경영상 이유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거다. 협상 결렬의 이유는 금전이 아니라 고용형태였는데도 진실을 호도한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니, 그 ‘국민’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 것일까? 물건을 납품하는 미국? 공장을 옮기고 싶어 하는 중국? 적어도 한국 국민의 한 사람인 나는 당신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꿈 깨시라.

<한윤형 | 대학생>

출처: 경향신문(2008년 10월 30일자 29면)
IP : 220.72.xxx.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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