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잃어버린 10년 모드로 갈 것인가가 문제다.(0)
꽃잎(멍멍이) 2008.10.28 16:53 조회 53 찬성 4 반대 0
10년전 IMF 위기가 국내의 외환보유고가 부족해서 생긴 글자 그대로 '환란' 이라면, 현재의 경제위기는 국제금융에서 신용경색으로 생긴 글자 그대로의 금융위기다. 하지만, 한국이 그래도 국제금융위기의 한복판이 겪고 있는 거대한 금융위기의 파고를 직접 맞고 있지 않은 것은 그나마 그동안 부동산 투기를 막기위해 쳐놓은 촘촘한 법망이 있기 때문이었으며, 그 부동산 규제들로 인해 현재 국제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같은 대규모 금융위기가 없었던 탓이다. 문제는 현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탈규제를 부르짖으며, 이 촘촘한 규제들을 없애려고 하고 있으며, 현재도 하나씩 없애고 있는 중이란 점이다. 아직 세계의 금융위기가 어떻게 초래되고,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이유이며, 현재도 진행중인 외환시장의 불안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사실, 국제적인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됐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율은 기껏 전체의 7% 정도밖에 안되는 미미한 비율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런 커다란 파장을 불러오고, 또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것일까... 그건 바로 그 작은 비율로 커다란 덩어리를 만든 금융파생상품이 원인이 됐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은행들이 채권을 발행해 타금융기관들에 팔아 위험을 전가시켰고, 그 채권을 인계받은 금융기관들이 다시 그걸 담보로 상품을 만들어 타금융기관들에 파는 식으로 마치 다단계 영업하듯 끝없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셈이다. 그러다 금리가 치솟자 최초 대출자들이 연체하기 시작하고 끝내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그 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팔렸던 모든 상품들 전체가 부실덩어리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이게 커다란 문제가 되는 건, 도대체 그 판매방식에서처럼 얼마나 퍼져나갔는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실덩어리가 모두 얼마가 되는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는 데 있다. 그러니 미국 정부에서도 막대한 금액의 구제금융을 내놓아도 그건 단지 겉으로 드러난 상처에 약을 바르는 효과밖엔 되지 않는다는 냉소적 분위기가 만연한 것도 이때문이다. 마치 수건돌리기처럼 세계의 유수한 금융기관들이 폭탄들을 쥐고 있는 것처럼 부실덩어리를 감추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다. 오죽하면 금융모범국의 사례처럼 보였던 화려한 성공의 두바이가 지금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나라로 등장하는 게 요즘의 현상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직접적인 금융위기에 그래도 비켜나 있는 이유는 비록 각 금융기관들마나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들을 얼마씩 쥐고 있긴하지만, 직접 금융위기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은행들은 비교적 그동안 DTI 등과 같은 방식으로 투기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도입된 대출규제를 해왔고, 그 결과 그래도 건전한 예대비율을 유지해온 것이 선진국들의 금융위기에서 직접적으론 비켜나 있는 셈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했던 저축은행들이 자금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에 프로젝트 파이낸싱같은 방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공급해준 것이 현재 문제가 되기 시작했던 건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국제적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한국경제에 위협을 가할 즈음, 정부의 잘못된 정책 대응이 자칫 커다란 수렁으로 한국경제를 밀어넣을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그건 그동안은 정치적인 이유로 써먹었던 진짜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황을 한국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건 현재 정부의 정책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는데, 우선 당장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입되는 금리인하와 같은 정책들이 그런 한 예이다. 금리는 경기를 조절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 중의 하나인데, 그 금리조절로 인한 경기효과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게 바로 일본이 겪었던 장기불황, 즉 진짜 '잃어버린 10년'이 의미하는 현상들이다. 일본은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금리까지 왔어도 경기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고,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 가격은 끝도 없이 떨어져 금융기관들의 부실도미노를 만드는 현상을 빚은 것이다. 현 정부가 입버릇처럼 써먹었던 '잃어버린 10년'이란 의미는 이전 정권을 비난하기 위해 도입된 말장난인데, 저금리하에서 5%내외의 성장을 한 것을 두고 왜 더 성장을 못했느냐고 비난한 것이므로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 이란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인 셈이다. 그런 기조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 이미 금리인하카드를 쓴 지 불과 한달만에 0.75%나 되는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 시장에선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 그걸 증명한다. 공연히 나중에 급할 때 쓸 수 있는 카드를 내보인 꼴이다.
어쨋든 문제는 지금 한국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자칫 그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 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갈지도 모를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것이며, 그 이유도 지금의 정책방향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자칫 금리를 아무리 인하해도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금융기관들의 부실도 깊어지며, 부동산 가격도 계속해서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그것이다. 그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어떤 약발도 듣지않는 장기불황이 10년으로 끝났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는 그게 5년으로 끝날지 아님 10년을 넘어 20년까지 갈지 아직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현재의 정책방향이 어떤 식으로 갈 것이냐에 따라 그 기간도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정부가 보이는 정책방향이 아주 중요한데도 현 정부는 그 방향을 잃어버린 채 마냥 표류하고 있는 모습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출처: 오마이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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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잃어버린 10년 모드로 갈 것인가가 문제다.
리치코바 조회수 : 389
작성일 : 2008-10-28 20:27:11
IP : 220.72.xxx.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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