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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은행들의 '묻지마 대출전쟁' 이야기
기사 조회수 : 616
작성일 : 2008-10-28 14:55:33
금융당국은 '행불', 2년뒤 최악의 금융대란 초래
2006년 H행장과 S행장이 불붙인 '묻지마 대출전쟁'
아파트값 폭등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6년 일이다. 은행들간에 '대출 전쟁'이 불붙었다.
대출 전쟁의 불을 붙인 곳은 W은행의 당시 H행장이었다. 단기간에 자산을 부풀려 시중은행 랭킹 1위 자리에 오르고자 했던 H행장은 직원들에게 주택담보대출, 건설대출 등 닥치는대로 대출을 늘리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 결과 불과 반년도 안돼 W은행의 대출이 무려 48조원이나 늘어났다.
W은행이 치고 나오자 역시 선두를 노리던 S은행이 곧바로 맞불작전에 나섰다. S은행의 S행장이 직접 일선에 나서 대출 전쟁을 진두지휘했다. S은행은 거의 '노마진'의 초저금리 대출조건을 앞세워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재개발 및 신도시 대출을 싹쓸이했다.
동탄 신도시를 놓고선 S은행의 S행장은 직접 로비작업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시장을 직접 만나고 건설업체들을 만나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면서 K은행이 가계약했던 1조5천억원의 대출을 빼앗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 와서는 미분양으로 심각한 잠재부실 요인이 됐으나, 당시 S은행은 S행장의 경이로운 돌파력에 환호하며 샴페인을 터트렸다.
W은행, S은행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치고 나오자 H은행과 K은행도 울며 겨자먹기로 총력 대출세일을 벌여야 했고, 그 결과 아파트값은 은행들의 무한대출 지원사격아래 2006년 11월 단군이래 최고의 정점을 찍을 때까지 폭등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 은행들은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지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W, S은행은 최고 30조원 대출이 많아졌고 H은행은 4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예대 위험'은 극으로 치달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은행들은 '묻지마 대출전쟁'에 대한 혹독한 보복을 받고 있다. 외국금융기관들은 앞다퉈 달러대출을 회수해가고 있고, 은행채는 사실상 거래중단돼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대신 사들여주고 있다. 아파트값 폭등에 편승해 광란의 대출 전쟁을 벌인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금융위기의 한 가운데에는 2006년 대출 전쟁을 주도한 은행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큰 것이다.
2006년 금융당국은 어디 있었나
그렇다면, 은행들이 광란의 대출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 당시 금융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예대율, 즉 예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80~85%가 적정선이라는 게 국제적 상식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뒤진 인도네시아도 이 선을 지켜왔다. 우리나라만 이 '상식'을 지키지 않았다. 예대율이 한때 130%대까지 높아졌다.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우리나라의 CDS프리미엄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개도국보다 배 가까이 높은 것도 바로 우리나라 예대율이 기형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집값 40%로 묶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예대율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안이함이 오늘날의 대재앙을 초래한 것이다.
대출규제도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은행은 집값 40%만 대출하도록 묶었다. 그러나 제2금융권은 풀어놓았다. 그 결과 은행과 제2은행권이 결합해 집값의 90%까지 대출해주는 편법이 만연했다. 행장들이 대출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모른 채 했다.
당시 금융당국 책임자를 만나 '편법 대출'의 심각성을 알리고 즉각 시정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말은 "그런 자료가 있으면 보내달라"는 한량한 것이었다. 아파트 입구마다 "90% 대출 보장"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지만 "그런 전단을 본 적이 없으니 하나 구해달라"고 했다. 금융권에게 떼돈을 벌게하던 대출전쟁을 막을 생각이 금융당국에겐 도통 없었던 것이다.
2006년, 대출전쟁때 '건전성 감독'은 행방불명 상태였다.
은행들은 지금 준파산 상태
2008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대란은 이처럼 '인과응보' 성격이 짙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외국의 자금회수 탓만 할 일이 결코 아니다.
기업들이 열심히 수출을 해 외환보유고는 튼실해졌다. 그러나 내부에서 부동산거품 놀음에 빠져 은행들이 엄청난 단기외채를 끌어오고 은행채를 발행해, 오늘날의 달러화-원화 유동성위기를 자초했다. 그 피해는 기업과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외국계 일각에선 "한국도 미국-유럽처럼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영화, 은행채 등급을 국고채로 끌어올려야 비로소 유동성 위기가 잠잠해질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은행들을 사실상 준(準)파산 상태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하긴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와 발권력, 국민연금 돈에 의존해 간신히 지급불능 상태를 면하고 있으니 그렇게 비춰도 딱히 할 말은 없을 것이다.
1997년 위기는 과도한 기업대출이 화근이 됐다. 2008년 위기는 과도한 가계대출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도 예금보다 많은 가계대출과 건설대출 등 통칭 민간대출이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2008년 금융대란의 본질을 정확히 읽고, 본질적 접근을 할 때만 위기 탈출의 길이 어렴풋하게나마 보일 것이다.
IP : 99.246.xxx.16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흠..
'08.10.28 3:04 PM (211.111.xxx.114)우리, 신한, 국민, 하나를 말쌈하시는지요..
2. 존심
'08.10.28 4:44 PM (115.41.xxx.69)지금은 신규대출 모두 중단입니다. 그야말로 금융경색이 심각한 지경입니다. 은행에서 돈 안 빌려줍니다.
3. 스몰마인드
'08.10.28 10:11 PM (121.190.xxx.126)위 이야기에 등장하는 우리 은행 은행장이던 황모씨 이명박 캠프에 있다가 KB 국민은행 행장이 되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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