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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이철우 전 국회의원 - 행정구역 개편과 경기북도

유리성 조회수 : 273
작성일 : 2008-10-27 15:55:33
행정구역 개편과 경기북도....

보수를 자처하는 이명박 정권의 정책들을 보면 의외로 즉흥적인 면이 많다. 지난 10년 동안 야당을 하면서 그들이야 말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대운하를 필두로 행정구역 개편도 그 즉흥성이 예외는 아니다. 즉흥적이라 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과 동의어다. 대운하도 4년 안에 가능하다고 호언하더니 아예 논의조차 할 수 없게 되었고 행정구역 개편도 처음에는 2010년 안에 한다더니 이제는 2012년으로 미루는 안을 100대 국정과제로 올려놓았다.

여야가 개편의 필요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과정이 막연하고 이해관계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 행정구역 개편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개편인가? 이미 연구를 마친 안이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설득력이 가질지는 미지수다.

전국을 40~70개의 광역시로 개편한다는 정도가 그 기준인 듯하다. 현재의 행정시스템이 무언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에 일단 광역 자치단체를 해체하고 중앙정부와 40~70개의 광역시가 1원화 된 시스템으로 움직여 질 것이라고 한다. 이말 이외에는 어떤 구체적 설명은 없다. 참 막연하다.

이에 현재의 광역 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이미 가시화 되어 도를 상징적으로 놔두는 방안까지도 거론되나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다. 특히 정치성이 강한 경기도지사의 반발은 사뭇 격앙되어 있다. 현재 도 중심의 광역 단체는 너무 오래 되었고 시군단위의 행정구역은 일제시대 이전에 만들어져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하나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2012년까지 개편할 수 있다고 하니 당장 발등의 불도 버거운데 과연 가능할까?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두 가지, 유신 헌법 만들듯이 하거나 아니면 국민들이 감탄하며 동의 할 수 있는 설득력이 있던지 둘 중에 하나 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논쟁에 빠지기 시작하면 2012년은 커녕 그때 가서도 논의의 장 마저도 봉쇄 되는 일이 일어 날수도 있다.

그만큼 전국단위의 행정구역 개편은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은 단지 인구만을 가지고 규모를 결정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현재의 개편론이 마치 선거구 획정 하는 기분으로 대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문제이다. 역사와 문화 지역만의 독특한 정서등과 공간 지리적 조건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현재의 삶의 공간이 되었는데 고려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차라리 40~70개의 광역 선거구 즉 중 대선거구를 먼저 만들고 서서히 통합을 견인해 나가는 방법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인천 등의 광역시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중심 역할을 하다가 광역시 편재로 그동안의 기능이 인위적으로 무시 되면서 따로 국밥이 되었다. 예를 들면 광주 따로 전남 따로 행정이 과연 효율적인가? 타 시도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광역시들이 각 지역의 구심 역할을 하면서 지역을 유기적으로 일체화 했었던 개발시기의 행정편재가 오히려 효율적이 아니 었나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역의 거점 도시들이 광역시 승격 경쟁에 빠지고 지역과 따로 떨어져 나오면서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이중적 예산낭비가 커졌다.

기존의 8도는 산경표에도 나타나듯이 철저히 “山自分水嶺”에 따라 구분 한 지역 구분이었다. 이는 언어적 경계와도 거의 일치 한다. 8대강과 산맥을 경계로 했고 오랜 세월 우리에게 영향을 미쳐왔던 시 공간이다. 그것은 당연히 계량되어질 수 없는 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다시 남도와 북도로 나눈 것은 채 백년이 되지 못한다.

광역단위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권력지향적이거나 규모의 경제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김문수 경기지사다. 그의 대수도론은 경기도를 포함하여 수두권을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규모를 능가하는 규모의 경제권으로 만들자는 논리다.  하지만 대수도론의 맹점은 수도권집중이 이미 효율의 한계곡선을 지났고 지역의 황폐화를 가속시킨다는 점이다.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전략적 관점으로 보지 않고 집중의 효율적 기능만 강조하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관점이다.

기존의 도와 거점 광역시가 어떻게 다시 유기적인 네트워크와 분권적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전국적 통일성을 높여 나가느냐 라는 큰 그림을 우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군 통 페합이 올바른 순서라고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면 지방 1급 하천을 기준으로 한다면 상당한 지리적 효율성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추진 중인 40~70여개의 행정단위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다. 한탄강이 대표적 지방 1급하천인데 이 수계에 양주 포천 연천 동두천 철원이 있다. 같은 경기 북부지만 가평 남양주 구리 의정부는 한강 수계다. 그리고 고양 파주는 임진강 한강이 만나는 북쪽하구의 도시다. 이들은 생활권도 비슷하고 주민들의 정서도 유사하다. 경기 남부도 수원 오산과 안성천의 안성평택 한강수계의 여주 이천 양평 하남 한강 남쪽 하구의 김포 강화가 있다. 성남 광주와 안양 부천권은 서울의 외곽도시로 특수한 구역이 되었다. 이정도 권역구분은  그대로 중 대 선거구로 획정 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지역도 지방 1급 하천을 중심으로 나눠보면 아주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수계중심 행정구역 개편론이다. 이는 나아가서 8도를 구분한 국가하천과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 제주도와 인천 등 특수한 행정구역을 추가하면 된다.

이제 통일 시대를 대비해서라도 미래지향적이고 확대된 한반도 경영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경기북도의 당위성이 나오게 된다. 경기도가 서울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나뉘어져 남부와 북부가 참을 비효율적이고 점점 정서적으로도 멀어지고 있음은 모두가 인정하는 현실이다. 이미 인구 300만을 육박하며 강원 충북보다 커져버린 경기북부는 이미 모든 행정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다.


한때 분도를 위한 특별법이 제출된 적이 있고 17대 국회가 시작 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 되는가 했더니 지금은 유야무야 되고 있다. 경기도가 서울 보다 많은 인구로 인한 정치적 발언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남부와 북부의 비효율과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지금도 경기 2청에 보내지면 좌천이라는 공직사회의 풍토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경기북도의 신설이 경기 남부 주민에게 결코 불이익을 주지 않으며 북부 주민에게는 두 배의 이익과 효율성을 가져다 주고 나아가서는 통일의 전진기지의 특수성을 가진 미래 지향적인 행정구역이 된다면 아무도 이를 반대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이후 활발한 공론화를 통해 하루빨리 경기 남북도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시대적 요구가 바로 이것이다. 정리 하자면 행정구역 개편의 대강은 이렇다. 현재의 도 체제를 광역시 체제와 재결합시켜 지역의 유기성과 규모를 증대시키고 시군단위는 지방 1급 하천 중심의 변화된 생활권역형 통폐합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은 중대 선거구 획정으로 정치적 통일성을 높이고 단일한 행정구역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의 기준은 인구만이 아니다. 효율성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역사 문화 아주 오래된 정서 등의 시공간적 개념을 현대화 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재편하는 고난도의 국가 디자인이다. 이것은 즉흥적인 정권의 치적이거나 정치적 이해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경기북도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디자인은 시작되어야 한다. 조선8도 강들과 산맥 그 속에서 이루어진 모든 시공간의 사건들이 내일을 디자인하는 전제가 된다. 이런 작업에 적극 참여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 후손들의 터전을 만드는 너무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2008년 10월 26일

경기북도 한탄강가에서 이철우

IP : 221.165.xxx.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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