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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0주년.

.. 조회수 : 939
작성일 : 2008-10-22 09:41:14
오늘이 20주년 결혼 기념일입니다.
남 보기에는
아주 가족적인 남편
비록 술고래지만, 집안 일 잘 도와주고 마누라 위할 줄 알고,  지 새끼들 귀한 줄 알고, 노름 안하고.
그런 남편 어딨냐 하지만.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이벤트라곤 없는 남자
무드라고는 없는 남자
리모컨 운전이 전문인 남자
종일 있어도 대화 한 마디 없는 남자, 그리고 나또한 그런 모습의 여자.

결혼 10주년에도 술 취해서 달랑 장미꽃 한 송이 들고 온 남자.
생일이고, 결혼 기념일이고 저녁에 밥 한끼 묵자........이거면 끝인 남자

밥 한끼도 평소와 같은 외식인 남자.

몇 해 전 IMF때 보증 잘 서줘서 집 한채 날린 남자.
덕분에 여지껏 작은 아파트서 아둥바둥 사는.

월급 통장도 안 보여주는 남자
나랑 같은 직종이라 월급 뻔히 아는데도, 한 달에 200 주면서 오만거 전부 나더러 해결하라는 남자.
애들 학비, 학원비, 관리비, 세금, 차유지비, 생활비, 경조사비, 명절 행사비, 외식비
심지어 자기 속도위반 딱지까지도 나몰라라하는 남자
200 던져주면 끝인 남자.

오랜 세월
난 마누라가 아니라
그 남자의 여동생이고 -여자가 아니고 여동생-
파출부이고
보험이고
한도 없는 카드다.

결혼 20주년?
이게 무슨 기념할 날이라고.
이게 무슨 즐거운 날이라고.
그러면서도

저녁에 밥이나 한끼 할래? 그 말만으로 끝내는 남자가 야속하고 싫다.

운동 간다고 싫다고 했다.
그걸로 끝이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고3딸애 아침 챙겨 먹이고
6시 30분에 그남자랑 아들녀석 아침 먹이고
설겆이 하고 출근 준비하고
헐떡거리며 출근하는 내 모습.
평생을 이러고 산다.............

참 우울합니다.
비도 오고,
내 살아온 결혼 20년도 그렇고


요즘같이 어려운때,
뭐 그깟걸로 그러냐 하실 수도 있지만........


가슴이 답답한게
어디 수다 떨 곳도 없고
그냥 주절주절 풀어봅니다.

IP : 211.43.xxx.12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는
    '08.10.22 9:48 AM (211.206.xxx.44)

    너무 억울해서 직장을 때려치웠습니다. 좀 낫습니다.,,내가 무슨 철인이냐구요.
    욕망을 조금 줄이니 훨 편합니다.

  • 2. 20주년
    '08.10.22 9:57 AM (222.109.xxx.175)

    축하합니다... 여기다 속풀이 하시고 마음 푸세요....

  • 3. 저의
    '08.10.22 10:03 AM (121.188.xxx.77)

    결혼 기념일이나 제 생일 때나 밥 한끼 먹자고 하지 않는 신랑도 있습니다...
    워낙 안해서 이제는 제가 혼자 자축합니다
    어제 내 생일인데도 혼자 자축을..
    20년을 이러니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 4. 축하합니다
    '08.10.22 10:06 AM (211.253.xxx.34)

    전 연애 4년하고 결혼 24년 됐는데 남편이 생일한번 안챙겨주고 결혼기념일 절대 없음...
    지금은 그냥 편한 마음으로 사는데 생일때는 좀 우울할때가 있더군요 몇년전부터 아들이 엄마생일때면 케익을 사오는데 아들덕에 마음은 풀어지데요...
    남편 그 못된 버릇?(우리남편도) 못 고칠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본인은 마음속으로 미안한 마음 같고 있는것 같데요 표현을 안해서 그러지.....
    우울한 마음 친구들 만나서 수다떨고 푸세요

  • 5. 결혼 20주년
    '08.10.22 10:07 AM (211.117.xxx.105)

    축하 드려요.^^* 맛있는 점심 드시고, 작은 것이라도 나에게 선물 하나사세요. 성실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선물하세요.

  • 6. 경상도
    '08.10.22 10:21 AM (59.19.xxx.191)

    경상도에선 밥 한끼 먹자?그거 억수로 깊은 사랑에서 나오는 말임니더 ㅋ

  • 7. ..
    '08.10.22 11:23 AM (125.241.xxx.98)

    하지만 그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그 일상이 깨어지는 순간 알게 됩니다
    저는 20년을 몇달 앞두고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빨리 알았고 두달만에 정리가 되었지만
    너무 큰 상처였습니다
    힘들게 살아도 마음만은 편하다고 믿고 살았는데
    20년에 리메이크 웨딩드레스도 입고 싶었는데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너무 슬펐습니다
    그 슬픔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래도 같이 가셔서 식사하세요
    억지로라도 해야 조금씩 나아지더군요

  • 8. 살아보니
    '08.10.22 11:48 AM (218.147.xxx.132)

    모든것은 내마음 에 있습니다.
    그런사람 억지로 끌고갈 필요 없습니다. 저라도 그래 네가 밥한끼로.. 안간다 . 잘했습니다.
    그런밥 먹기 싫어 먹고 나면 체합니다. 사는것이 나혼자라는 생각으로 살다보니 자립의 길이 다른사람보다 강해 남자 없어도 모든것을 할 수 있다라는 신념으로 주어진 일 열심히 하시고 노후에도 남편, 친구 필요 없습니다. 나혼자 즐길 수 있는 생활 신조를 만들어 보세요 .이제 고3딸 끝나면 좀 시간의 여유가 생겨 아침 시간이 널널해 질거예요. 얼마 안남었었요. 마지막 2주 남은것 힘내세요

  • 9. 결혼8년
    '08.10.22 11:57 AM (218.233.xxx.21)

    남의일같지않군요. 전 결혼 8년인데도 그렇게 살고있어요.

    틀린점은 여동생이 아니라 원수라는거.. 거실에서 마주쳐도 투명인간입니다.

    정말 살기 싫습니다. 같이

  • 10. 저도
    '08.10.22 12:23 PM (210.92.xxx.10)

    경상도 남자의 밥한끼는 모든정의 축소판이라고....

    그냥 적당히 하고 살자구요

    집안일, 가족들 뒤치닥거리, 돈벌야되는 고단함...

    전 모든지 적당히로 생각 바꾼지 오랩니다.

    적당히~~` 에 모두들 고개를 돌려도

    그래야 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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