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감기인줄 알았던 사람이 병원에 가서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보니 엄청난 암 덩어리를 가진 중 환자리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저 몇 십만원의 보잘것 (?) 없는 돈을 받은 것이 우리시대의 농촌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게 하고 나아가서는 토지소유의 암 덩어리를 드러내게 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처음엔 엄청난 부정부패사건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각도 점점 고개를 갸우뚱 하며 사태의 본질이 그리 단순 하지만은 않음을 곧 알게 되었다. 저마다 직불금 부당수령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명쾌하지가 않다. 왜 일까?
해방 후 농지개혁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되면서 두 가지 원칙을 낳았으니 경자유전과 보유상한제다. 경자유전으로 농지는 농민만이 소유 할 수 있게 하며 소유상한제로 농지 소유의 집중을 막아 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후 농지법의 대 강령이 되었다. 최근 까지도 이런 농지 소유의 원칙은 조세제도 즉 비 농민 소유토지의 양도세 인상으로 더욱 강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농지 소유의 실상은 이와는 터무니 없이 다르다. 경자유전이 무너진지 오래고 소유상한제는 애초부터 없었다. 지금 부재지주가 50%에 이르고 비 농민 지주의 토지가 전체의 70%를 웃도는 곳도 비일비재 하다. 수도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비 농민 지주가 이렇게 많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은 농업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함께 진행 된 농촌의 해체는 절대 농민의 감소를 불러왔고 이때 처분된 농지가 농민에게 매도되어 지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어 현재에 이르러는 순수한 농사를 위해 농지를 매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것은 농업 소득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농업이 타 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나면서 농지법은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비 농민 소유의 길을 열어 놓았다. 물론 농민이 아니면 아니 경작하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는 경자유전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말이다.
경작거리로 제약도 해 보고 거주기간으로 농민 아닌 농민을 만들기도 해 보고 절대농지, 상대농지, 준농림지, 진흥지역의 안 과 밖 등 숱한 구분도 모두 농지의 용도 변경과 비 농민 소유의 확대를 위한 징검다리에 지나지 않았다. 실로 비 농민 소유의 토지로 탈바꿈 하는 데는 기상천외한 모든 방법들이 다 사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경자유전의 원칙도 아랑곳 없이 돈 있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농지를 취득 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려 있다. 이 밖에 상속과 증여에 따른 비 농민 소유도 적지 않다.
이렇게 지난 60년간 경자유전의 원칙은 보기 좋게 희롱당하며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이글을 쓰는 나도 최근 농사에 종사하지 않게 되어 비 농민 토지소유자가 되었다.) 농업 인구 300만을 제외하고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아마 우리 농민들은 엄청난 땅 부자 일 것이다. 허나 농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작비율이 높아가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형식 논리적으로 본다면 경자유전의 원칙을 버리면 불법소유는 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자유전이 농지보호와 농업보호를 위한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굳게 믿는 우리의 현실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버린다는 것은 무상몰수 무상분배 보다도 더 큰 금기를 깨는 일일지도 모른다. 경자유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유명무실하지만 문구는 놓아 둔채) 작금의 직불금 부당수령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비 농민 소유의 농지는 비록 농지법은 위반하고 있지만 직불금 만큼은 실 경작자가 수령토록 하자는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이미 부당하게 받아간 직불금도 회수하고 올부터는 철저히 하면 된다. 공무원들이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문제는 직불금이 실 경작 여부를 가라는 기준이라는데 속 깊은 고민이 있는 것이다.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지주의 농지는 불법 소유고 이는 처분해야 하며 처분하더라도 60%이상의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이 60%의 양도세를 내면서라도 처분하면 그것이 농민에게 돌아간다는 법도 없고 단지 농사만을 위해 높은 지가를 치를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혹시 그렇게 되면 농지가격이 대폭 하락되어 농업생산성이 높아진다 해도 한계가 분명하다.
농민들 중에는 지금도 농지를 처분하여 지긋지긋한 농가부채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댐이나 신도시 개발 등 국책사업의 대상지가 되길 바라는 정도로 농가부채는 심각하다. 이는 외지자본의 토지구입의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직불금 사태는 부정부패 척결도 아니고 도덕불감증도 아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농지소유제도가 만들어낸 ‘뫼비우스의 띠’위의 한 점이다. 안 과 밖이 없는 2차원의 공간이 되어버린 한국의 농지, 진흥지역의 안 과 밖으로 구분된 한국의 농지는 오늘 그 뫼비우스의 띠로 우리에게 남아있다.
직불금 부당수령이 어느 정파의 탓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우스운 일이고 부도덕한 일이다. 오히려 이일을 계기로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대 수술을 해야 한다. 진정 농업과 농업의 토대가 될 농지의 보전을 위한 농지제도의 개혁이 절실함을 직불금 사태가 일깨워준 것임을 강조 하고 싶다. 농지법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위선을 묻어두고 벌이는 정치권의 네탓 공방은 부끄러운 정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직불금과 관련 된 수많은 논쟁의 장엔 암 덩어리를 놔두고 진통제만 투여하는 돌팔이와 환자는 관심 없고 남의 탓만 하는 천박한 의사들이 너무 많다. 토지제도 즉 토지소유가 현실과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집중되면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농본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진흥지역의 안 과 밖, 농지법과 부동산 투기 근절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누가 벗어 날 수 있을까?
2008년 10월 20일
경기북도 한탄강가에서 이철우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펌]쌀 직불금 여야 정쟁할 자격없다 - 이철우 전 국회의원의 글
유리성 조회수 : 269
작성일 : 2008-10-20 16:39:43
IP : 221.165.xxx.9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유리성
'08.10.20 4:46 PM (221.165.xxx.97)단지, 직불금을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수령했다라는 문제가 아닌...
전면적인 농지소유의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건가요?
직불금 문제를 바라보면서 전 정권이 잘못했다느니, 지금 정권이 은폐한다느니..등등을 바라보며..
대부분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하죠..
"있는 넘들이 더한다"고....
정말 대한민국은 어떤 길을 가고 있는건가요?2. 국정조사권
'08.10.20 7:47 PM (219.252.xxx.170)지체없이 하면 될걸 말이 많네.해당 공무원들 이름을 모두 밝히라구요! 질질 끄는 이유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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