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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거부한 아이들 협박한 교장

저녁노을 조회수 : 775
작성일 : 2008-10-18 15:34:46
현직교사입니다. 일제고사 거부 아이들 협박한 교장
[598] 도둑괭이  번호 2010898 | 2008.10.15 IP 125.240.***.74 조회 28247  

일제고사 문제로 전에 글 올렸던 도둑괭이입니다.

저희 반 아이들 몇몇이 (많은 수는 아닙니다)

체험학습을 택했고, 또 몇몇은 학교 등교를 하되 시험 거부를 하겠다고 하여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문제는 아침부터였습니다.

시험 감독 거부까지 하지 못한 채 결국 복도에서 회의를 하는 사이

아이들에게 한 선생님이 들어가 오늘 시험을 안 본 아이들 명단을 적으라고 했답니다.

그 때부터 제가 시험 감독을 하느라 다른 반에 들어가있었던 하루 내내,

체험학습을 보냈던 어머님들은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의 전화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세 네 차례에 걸쳐,

그도 모자라 연락이 되지 않는 집에는 직접 찾아가기까지 하셨더군요.

학교의 최고 어른이라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전화에 방문까지 하니

학부모님들은 당황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전날까지는

'아이들과 의논해 결정한 사항이다, 결석처리 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하는 말씀을 하셨던 학부모님들께서도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격앙된 어조로 전화를 걸어

'일제고사 왜 안 봤느냐, 우리 학년 전체 다 해도 너희 아이들만 안본다.'
'??이 동생 있습니까? 동생 몇 살이에요? 동생 우리 학교 오지요?'
'애들이 내일 시험을 보러 오든, 안 보러 오든, 교장실로 부른다'
등등의 협박을 하셨더군요. 이게 협박이 아니면 뭡니까?

담임이 전교조 조합원인 걸 뻔히 알면서 전교조를 싸잡아 공격까지 하셨지요.

체험학습을 가 있던 아이들도 부모님 전화를 받자마자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장선생님께 불려 내려가게 될 까봐 겁이 나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고 하니 엄마가 화가 나셨을까봐, 속상하실까봐 걱정이 되고,
교감님이 여기저기 애들한테 전화해서 다 물어보고 다녔다는데 소문 날까봐 겁이 나고...
학교에 오되 시험 거부를 하겠다고 이야기 한 아이들을
도서관에 찾아가 친구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앉혀놓고
'엄마 아빠께 전화하겠다' 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 어린 것이 교감선생님이라는 어른 앞에서 얼마나 마음 졸이고 겁이 났을까요?
겁에 질려 울면서 교실에 들어와 시험을 보더군요....

그래요, 저는 징계 받는다 칩시다.
자기 학교의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들을 최대한 다치지 않게 지켜줘야 하는 게 학교장 아닌가요?
그런 학교장이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해서 몇 차례에 걸쳐 화를 내며 협박을 해서 겁을 주고,
자기 학교 선생님 징계 먹이기 위해 정성들여 교육청에 보고를 하고,
(내가 너 보고하느라 오전에 아무 일도 못했다며 자랑스레 말씀하시더군요)
무엇보다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에게 겁을 주고 불안에 떨게 만든 교장선생님을 저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가슴이 다 떨려 글을 쓰면서도 내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어제, 생일이었어요.
아침에 학교에 가니 아이들이 칠판에 온통 사랑한다고 적어놓았더군요. 힘 내라고,
선물 잔뜩 들고와 저마다 이야기를 건네며,
풀어보라고, 환한 얼굴로 웃어주는 아이들 덕분에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시험 준비한다고 바빴을텐데, 학원 다니느라 시간도 없었을텐데,
나에게 줄 이 선물을 고르기 위해 시간을 내주었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아침을 굶고,
다른 반에 들어가 일제고사를 보는 다른 반 아이들 시험 감독을 하고,
틈틈히 교장선생님 전화를 받은 부모님들께 전화해서 사죄하고 안심시켜드리고,
겁에 질려 울며 교실에 들어와 시험을 보는 저희 반 아이 달래주다보니
도저히 목구멍에 음식이 넘어가질 않더군요...
울면 안된다고, 여기서 넘어지면 지는 거라고, 내가 단단해져야 이 아이들이나마
안전하게 제 품에 지켜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어차피 징계, 저한텐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니
아이들 성희롱하고 교사 성추행을 한 교장이 '정직' 을 받았더군요.
한 사람의 교사로서 바른 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하고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교육의 길을 바로잡으려고 애쓴 것이
아이들 성희롱 성추행 한 교장만큼 잘못한 일일까요?

사실 솔직히 지금 후회도 제 마음 한 켠을 스칩니다.
제 행동에 대해 부끄럽거나 후회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양심대로, 믿는 바 대로, 꿋꿋하게 실천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다만,
이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줄 몰랐기에
막아주고 지켜주지 못했기에
그래서 아주 티끌만큼이나마 자기 양심껏 행동 한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을 지 모른다는 사실이
지금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후회가 됩니다......

이제는 징계를 가지고 싸워야겠지요,
내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느냐를 가지고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의 죄를 논해야 합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맞서겠습니다.
꺾여 쓰러지는 모습, 절대로 아이들 앞에서 보이지 않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 아이들 지켜낼 겁니다.



여러분, 저에게 힘을 주세요......

======================================================
공정택한테 빌붙어서 아이들의 꿈을 뺏는 교장이군요
이런 교장이 공정택한테 후원금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나마, 이런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IP : 211.173.xxx.19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녁노을
    '08.10.18 3:35 PM (211.173.xxx.198)

    아고라 내용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201...

  • 2. .
    '08.10.18 3:41 PM (220.122.xxx.155)

    어쩌다 이나라 교장이란 작자들은 저 모양일까요. 그 자리에만 가면 다 미치나봅니다.

  • 3. 지방은
    '08.10.18 4:20 PM (218.150.xxx.41)

    공중파가 TV가 가끔씩 지역을 소재로한 프로그램을 방송을 합니다...
    어제 당진 면천중학교 교장선생님의 감동적인 이야기 였습니다.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주고...봉사활동 함께하고..
    시골 중학교에 현악합주단 만들어 도시 못지않은 교육여건 만들어 주시는
    할아버지 교장선생님...이런분은 극소수 이시겠지요...

  • 4. ...
    '08.10.18 6:00 PM (121.138.xxx.24)

    아이들 보다는 자기의 부귀영화가 더 중요한 사람이겠죠

  • 5. 교육자행세
    '08.10.18 9:30 PM (121.190.xxx.37)

    학교의 최고결정권자가....고작 이따위의 접근방식이라니.....
    아이의 인격과 선택은 안중에도 두지않고
    이 무슨......끔찍한 협박....
    파스탈로치. 프뢰뵐...... 교과과정에 등장했을 이런 사람들을 공부했을텐데...
    끔찍한 공포에 휩싸였을 학부형과 아이.....을 생각하니
    저딴게 교육자 행세이라니...너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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