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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와 KAL858기의 추억 - 이철우 전 국회의원

유리성 조회수 : 193
작성일 : 2008-10-14 09:18:03
테러지원국 해제와 KAL858기의 추억



북한이 20년 9개월만에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이라는 딱지를 떼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물론 한국정부도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때 남한의 극우들은 어떤 입장일까? 궁금해서 조갑제 닷컴을 들어가 보았다. 조갑제씨 왈 “ mb는 부시에게 유감을 표명하라” 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참으로 조갑제스러운 발상이고 표현이다. 이유인즉 115명의 원혼이 아직도 구천을 맴도는데 해제가 웬말이냐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을 쓴 결정적인 계기는 KAL858기 폭파사건

때문이었다. 115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87년 대선 직전의 사건이었다. 폭파 즉 테러의 시점이 참으로 공교로워서 많은 의혹을 낳았고 지금도 유가족들과 같은 의혹의 눈초리와 조갑제씨와 같은 확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의혹의 마음을 갖는 것 만으로도 이미 친북이고 반역이고 몹쓸 생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북한도 자신들이 한일이 결코 아니라고 증명할 방법도 없다. 지금 남은 일은 북한의 만행으로 믿으면 애국이고 조금이라도 의혹을 가지면 친북이 되는 것 뿐이다.



KAL858기의 폭파사건 이후 이틀 만에 범인들을 신속히 검거하고 국내로 압송하여 모든 것이 김정일의 지령하에 이루어진 일이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항공기테러는 범인이 함께 죽거나 폭파후에 자신들이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범인이 밝혀지는데 10여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검거가 쉽지 않기에 전광석화 같은 속도도 칭찬은 커녕 의혹의 이유가 될 정도였으니 당시 정권의 신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였다. 사건발생 한 달여만에 전모가 밝혀지고 한국은 이를 토대로 유엔의 제제 결의안을 상정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의결되지 못했다. 다만 미국이 사건 발생 2개월 후 ‘적성국 교역법’이라는 자국의 기준에 따라 테러지원국 지정을 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9개월이 흐른 것이다.



115명의 원혼이 구천을 맴도는데 20년의 테러지원국이라는 낙인으로 속죄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는 테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깔끔하지가 않다. 악의축이라며 최악의 수식어를 서슴지 않았던 부시가 전임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호의를 베풀다니 역시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임기말의 부시와 정권을 넘겨줘야 할 위기의 미 공화당의 포커 놀음 같은 이번 일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데 그 가운데는 KAL858이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한국의 극우인사들의 심사가 보통 복잡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이 아니라 테러당사국이라는 확신속에 사는 극우인사들은 지금 부시의 행동이야 말로 철없는 짓이고 못마땅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원하게 욕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용기가 없어 “mb는 유감을 표명하라”며 점잔을 떨고 있다. 오히려 시청앞 광장으로 나가서 궐기대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엔 성조기가 필요 없겠지만 말이다.



KAL기 폭파사건이야 말로 어느 한쪽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부도덕한 테러였다. 그 테러의 범인이 북한이라면 지금이라도 이라크같이 응징해야 할 것이다.그냥 믿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말이다. 사실 9.11테러로 이라크는 궤멸 되었다. 그것을 이라크가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대량 살상무기를 가지고 있을 것 이라는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에 비하면 858기 테러는 10번은 더 공격을 받아도 마땅한데 북한은 뭔가 특혜를 받은 것 같다. 덕분에 20년 동안 고립의 아픔이 있었지만 핵무기까지 보유하게 되었으며 게다가 이젠 핵무기가 858기를 폭파시킨 ‘콤포지션’을 대신하여 만능키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인에게 치명적인 핵무기의 보유가 이런 위력을 발휘할 줄이야.



미국은 철저히 미국의 계산법에 의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시켰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계산법은 무엇인가? 일단 환영한다는 논평은 했다. 이것이 858기 폭파의 만행을 용서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잊어버리겠다는 뜻인지 분명히 하라는 것이 조갑제씨의 말일 것이다. 그것은 조갑제씨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뜻이기도 하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도 이 문제는 슬쩍 피해 갔다, 확신에 찬 말을 하지 못했다. 6.25는 남침이지만 지난 일이기 때문에 묻어두자는 논리와 같은 것이라면 모르지만 그래도 이 문제는 다르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할 차례다. 이제 분명히 의견을 말해야 한다. 어정쩡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확신을 강요하지 말고 확신할 이유를 주어야 할 때 이다. 북한 체제와 통치방식 사상이 자의든 타의든 이미 그 시대적 보편성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이성을 가진 사람들은 조갑제씨의 생각도 동의하지 않는다.하지만 이번 조갑제씨의 요구는 모처럼 의미가 있다.





이번 부시의 결정으로 한국의 극우들은 혼란해 하고 있다. 조갑제씨의 요구는 그 확신에 찬 솔직함이 좋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결심한 배경을 밝히고 무엇보다 858기 유족들에 대한 조치등 대국민 보고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조갑제씨의 표현대로 남태평양의 퉁가, 아프리카의 르완다 만도 못한 처신을 해서는 않된다는 것이다. 참 시원해서 좋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쉽게 단언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테러지원국 지정도 해제도 모두 미국이 했으니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아마 조갑제씨에게 한마디 한다면“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요” 라고 할 것이다.



쿠바 시리아등 남아있는 테러지원국도 하루빨리 핵무기를 만들어야 겠다는 유혹에 빠지지는 않을런지 아무튼 “ KAL858 사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말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협회수준’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을 넘지 못한다”고 조갑제씨는 목청을 높였다. 지켜 볼일이다.



과연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갈 역사 인식과 용기가 있다면 그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위인이 될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의 굵직한 사건들은 그 자체로 세계사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가 ‘환영이다 반대다’를 넘어 복잡한 마음만 드는 것은 858기에 대한 기억때문 일 것이다.

2008년 10월 13일

경기북도 한탄강가에서 이철우


IP : 221.165.xxx.9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10.14 9:20 AM (221.149.xxx.232)

    좀 있다 북한이 지나가는 뱅기 또 쏜다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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