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왜냐면] ‘젊은이’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 / 김지나

리치코바 조회수 : 621
작성일 : 2008-10-13 12:00:47
[왜냐면] ‘젊은이’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 / 김지나
왜냐면


  

외국 가서 일하며 영어회화 익히고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봉사활동까지
젊은 혈기로 세상에 뛰어들고자 했다
기업에 나를 팔 수 있는 수단은 아니었다
날 성장시킨 이런 ‘스펙’은 별 볼일 없다
죽은 물고기 신세 우릴 매도 말라

대한민국의 젊은이로 살아간다는 것, ‘88만원 세대’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88만원 세대> 저자가 말하는 20대들이 뭉쳐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우리들이 외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선택받은 5%만이 대기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고, 청년실업이 20%에 육박함을 알고 있음에도 도서관에 앉아 토익책이나 뒤적여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누구보다 당사자인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토익책을 버리고 짱돌을 들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말아 달라.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짱돌을 들지 못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했다. 젊은 혈기로 사회를 좀더 알고 싶었고, 사회에 익숙해지는 법을 좀더 일찍 깨닫고 싶었다. 내 나름의 방식대로 사회에 대한 인식이 생겼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성장시켜 나갔다. 남들이 영어 자격증을 딸 때 진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을 하며 영어회화 실력을 신장시켰고, 누구보다 영어회화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알아가고 싶었고, 그래서 4년 동안 무엇보다 봉사활동에 열중했다.

하지만 취업을 하기 위한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것은 토익 점수와 자격증뿐이다. 그들이 정해놓은 자기소개서 양식 속에서 나의 경험은 순수한 의미의 경험이 아닌 싸구려 상품가치 측정 도구로 전락한다. 무엇 때문에 그런 경험을 쌓았는가? 나의 ‘스펙’은 참으로 별 볼일 없구나. 차라리 그 시간에 토익 점수나 올려둘걸. 그때에야 다른 이들이 토익 점수에 목을 매는 이유를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큰 짐을 짊어지게 하는지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도전, 열정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젊음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도전과 열정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조차 알 수 없이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것이 지금의 젊은이들이다. 누군들 남들 다 하듯 토익책이나 파고 도서관에 앉아 있고 싶겠는가? 또 누군들 ‘자소서’(자기소개서)도 아닌 자소설이나 쓰며 자신을 그럴싸하게 기업에 팔아 대충 맞춰서 취업하고 싶겠는가? 차라리 죽은 물고기가 되어 썩은 강물에 떠다니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지만 누군들 처음부터 깨끗한 강물 위로 팔딱팔딱 뛰어노는 꿈을 꾸지 않았겠는가?

그런 것도 모른 채 지금의 젊은이에 대해 섣불리 정의 짓지 말아 달라. 우리의 도전과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 대상이 5%의 좁은 대기업 문이고, 200 대 1의 공무원시험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현실을 순응하고 이를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말아 달라. 막 부모의 품을 뛰쳐나와 사회에 열정을 쏟아부으려 했지만 그 대상이 보이질 않는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려 했지만 마주하고 있는 것은 높은 벽뿐이다. 5%의 좁은 문이라도 없으면 모르겠는데 그라도 열려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들어가야겠다. 결국 죽은 물고기가 되어 강물에 몸을 맡기는 편이 속 편하겠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이지만 그들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나이다. 안 그래도 미치겠으니 우리들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





김지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출처: 한겨레신문(2008년 10월 13일자 25면)

IP : 203.142.xxx.171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58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446
    682657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188
    682656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477
    682655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04
    682654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559
    682653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264
    682652 꼬꼬면 1 /// 2011/08/21 27,291
    682651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451
    682650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622
    682649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784
    682648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17
    682647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118
    682646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047
    682645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296
    682644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231
    682643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509
    682642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3,749
    682641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494
    682640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570
    682639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273
    682638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36
    682637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594
    682636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5,941
    682635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448
    682634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694
    682633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739
    682632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759
    682631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896
    682630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7,789
    682629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76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