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한승동 기자가 아래와 같은 글을 썼군요.
신자유주의가 실패로 드러난 지금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요.
'신자유주의 문명’의 노예들
한승동 기자
1993년 <포린 어페어스>에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라는 의문부호가 붙은 논문이 실렸고, 그 3년 뒤 <문명의 충돌과 세계질서 재편>(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이 나왔다. 의문부호를 빼버린 이 책에서 헌팅턴은 당시의 세계를 10개의 문명으로 나눴다. 미국·캐나다와 서유럽·호주·뉴질랜드를 포괄하는 서방,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이슬람, 중국, 힌두, 기독교 정교회, 불교, 그리고 일본. 한반도와 베트남을 중국문명에 포함시키고 티베트와 몽골·미얀마·타이·라오스·캄보디아를 불교문명으로 따로 묶은 것은 그렇다 치고, 일본을 10대 문명권의 하나로 굳이 따로 떼어 놓은 건 무리였다. 그렇게 가른다면 독자적 문명권은 마구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같은 이슬람문명으로 묶인 이란(페르시아)과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또는 인도네시아 간의 문명적 차이보다 중국·한반도와 일본 간의 차이가 더 크다는 말인가? 정교회라는 틀로 묶인 러시아와 그리스는 어떤가.
그건 그렇고, 지금의 세계는 어떨까? 불과 10여년 만에, 헌팅턴의 문명 구분은 그나마 그 의미를 완전히 상실한 듯 보인다. 냉전의 붕괴와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사실상의 자본주의 대국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도약 등을 거쳐 세계는 하나의 문명으로 거의 완벽하게 통합됐다. 시장 제일주의, 시장자유 만능, 뭉뚱그려 신자유주의 문명이라고나 할까. 그 틀로 헌팅턴이 말한 10개 문명을 재분류한다면 그것과 이질적인 게 단 한 개라도 있을까. 문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따라 시각은 나뉘겠지만, 인간의 물질적·정신적 삶의 양태,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작동 방식의 차이로 문명의 독자성 여부를 가린다면 돈·화폐·자본이 전자기기를 움직이는 전기처럼 종교의 벽마저 헐어내고 삶의 작동체계 전반을 획일적으로 지배하게 된 신자유주의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보편적인 문명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에서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계획, 시장 통제야말로 결국 사회를 전체주의로 이끌고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 것이라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의 승리는 바로 하이에크의 승리다. 그렇다면 이제 자유의 신천지가 펼쳐졌는가? 현실은 그 반대다.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철저히 노예가 됐다. 돈의 노예, 시장 전체주의의 노예. “화폐를 소유의 대상으로 사랑하는 행위가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신질환이나 범죄의 일종으로 간주”되는 세상을 꿈꾸며 불로소득이나 끝없는 축재욕을 혐오한 사람은 하이에크의 시장자유주의와 대립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다.(<케인즈&하이에크,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 박종현)
케인스가 더 옳았는지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하이에크가 옳지 않다는 것, 그가 추구한 길이야말로 ‘노예의 길’이었다는 걸 붕괴 위기에 직면한 월스트리트 신자유주의 현실이 가르쳐주고 있다. 땅을 사랑하기에 땅 투기를 했다는,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신질환이나 범죄” 이력자들을 각료로 지명하고 아직도 월가식 시장만능주의를 ‘선진’으로 착각하는 세력이 집권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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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문명’의 노예들
새비지 조회수 : 220
작성일 : 2008-10-12 13:29:44
IP : 58.78.xxx.5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우리나라는
'08.10.12 8:34 PM (121.188.xxx.77)아직도 신자유주의 노예의 줄에 서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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