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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게 글들을 보니..어릴적 일이 또 스물스물...
또 어릴적 상처가 문득 생각납니다.
올해 28살에 아기를 키우는 주부에요.
제가 자란 가정환경은 그닥 좋지 못했네요.
어릴적 아빠랑 엄마는 항상 사이가 안 좋으셨고...
그 이유는 아빠가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피웠던
바람때문이란걸 알았어요.
한 여자가 아니고..오다가다 만난 그런 여자들..
이 여자랑 놀았다가 엄마한테 걸리면 정리하고..
또 다른 여자 만나고..걸리면 정리하고..
그런 식의 관계가 수차례 있었어요.
그 세월동안 엄마가 어찌 견뎠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에요.
항상 하시는 말씀이 내 자식 이혼녀의 자식 안 만들려고
이 악물고 살았다 그러십니다.
근데 그런 엄마의 한을..고스란히 저에게 내뱉으시곤 했어요.
어릴때 좋았던 기억이라곤...8살때인가 엄마 아빠 오빠랑
어린이날에 동물원 놀러간거 빼곤..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어릴적 기억이라고 해봤자 매번 엄마한테 두드려맞고..
울고..빌고 했던 일들이요.
우리 엄마 성격...정말 대단하시거든요.
지금까지 엄마한테 "엄마 그건 아닌거 같애"하고 말한건 제가 성인이 된 이후로
가능했어요.
그 전까진 무조건 엄마가 하라 그러면 바로 해야 됐고.."싫어"라는 말만 해도
죽도록 맞았으니까요.
우리 엄마는 그걸 자식의 당연한 도리로 알고 계셨어요.
싫어, 혹은 아니. 라는 말이 나오면 "이게 어디서 부모한테 반항이야"하며
때리셨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지금도 남한테 싫은 소리 잘 못하는 사람으로 크지 않았나 하는
막연한 추측만 합니다.
몇가지 기억나는 일화로는...
초등학교때 책상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고 책상위의 제 교과서와
문제집을 다 끄집어내서 갈기갈기 찢으시고 마당으로 던져서
불태우셨던 일......
그걸 본 엄마가 "넌 아무래도 미친거 같다. 엄마랑 같이 정신 병원 가자!!" 면서
어린 제 손을 끌고 정신과로 가셨어요.
어린 아이들..정신병원이라면 덜덜 떨잖아요.
엄마 나름대로의 충격 요법이었던거 같은데..정신과 가서 의사 선생님이
"제가 보니 따님 보단 어머니가 치료를 받으셔야 될거 같습니다" 라고
말씀을 하셨죠..
그걸 들은 엄마가 대뜸 당신이 뭘 아냐! 면서 큰소리를 치고
얼굴이 뻘겋게 되서는 제 손을 끌고 나오셨어요.
그 날 일은 아직까지 저에게 굉장한 쇼크입니다.
본인 화가 풀릴때까지 어린 절 구석에 몰아넣고 혼절할때까지 때리셨어요.
한번 맞으면 3시간, 5시간..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조금 쉬었다가
또 때리고...울면 운다고 때리고..시끄럽다고 때리고..휴....
고등학교땐 독서실 가라고 하시는데 니가 독서실 안 가고 다른 길로 샐 수도
있으니(사실 저 모범생이었어요..ㅜㅜ) 독서실 관리자한테 도장을
받아오라 하시는거에요.
여고생이..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얼마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요..
난 못한다 그랬더니 또 때리십니다.
그때 엄마가 정말 눈이 뒤집혀서 제 목에 칼까지 들이대시고는
오늘 너 죽고 나 살자!!!고 하시더군요.
다행히 저도 엄마만큼 힘이 있었던지라..엄마 손목을 꺾어서 칼을 뺏었어요.
그러시고는 항상..미안하다고..그러십니다.
그런 엄마를 보는 저도 많이 지쳤었어요.
성인이 되어서는..직장을 잡고 독립하기전에 대학 졸업하고 한 두달 정도
집에 있었어요.(취업 할려고 대기 상태..)
저 보고 4년제 대학 나와서 취직도 못하는 버러지같은 년이라고...
돈 벌어오라고..막 고래 고래 소리 지르시고..
화장실에서 물을 한 대야 퍼 오셔서 저한테 퍼부으셨어요..휴......
그렇게 그렇게 살다가..저는 결혼하고..아기 낳고 살고 있네요.
엄마...지금 예전에 그러셨던거 얼마나 후회하시는지 몰라요.
매번 저만 보면 너 어릴때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눈물..
사위 보고도 내가 쟤 어릴때 너무 잘못한게 많다고 눈물......
뭐랄까요.
그런 엄마를 보면서 가슴 속에선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해요.
'그래, 그러게 내가 어릴때 좀 잘해줬으면 좋았잖아!!!'
'엄마..그래도 난 엄마 이해해..나도 여자잖아...'
지금은 엄마를 모두 용서한 상태에요...
가끔 자게에도 아기 때리는 엄마들 글 올라오는데..정말 그러지 마세요.
전 어릴때 엄마한테 너무 맞아서 이미 초등학교때부터 우울증이 심했고
(그땐 그게 우울증인지도 몰랐고 단지 내가 좀 이상한 아이인줄 알았어요)
중학교땐 손목을 커터칼로 긋고..자살시도까지 했었어요.
어릴적의 상처..영원히 갑니다.
아이를 한번 때리기전에 한번 더 이해해볼려고 노력하셨으면 좋겠어요.
1. ....
'08.10.8 5:50 PM (128.134.xxx.85)그런 엄마를 용서하실 수 있는 원글님은
정말 좋은 엄마가 되실거예요,.
꼭 자녀들을 행복하게 키우시길.2. 저도
'08.10.8 5:54 PM (222.107.xxx.36)제가 애한테 해줄수 있는게 뭐가 있겠어요
그저 나로인해 웃게 해주는거,
따듯하게 보살핌 받고 있다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거.
그럴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를 웃게 만드는게 얼마나 쉬운지 아세요?
'**야, 엄마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뭔지 알아?'
'나 사랑한다고?'
'응'
이러고 놉니다.
왜 때리나 몰라요. 얼마나 사랑스러운데.3. 죄송..
'08.10.8 6:00 PM (115.138.xxx.87)글 읽다가 저 웃었어요..
칼 들이대고 너 죽고 나 살자 하는 대목에서요..
푸하하.. 울 엄마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하구 웃었네요..
울 엄만 기억도 못해요.. 그러니 후회라는 것도 없죠..
옛날에 그랬잖아.. 그러면 못 들은 척.. 아니면 화 벌컥..
무조건 체벌이 나쁘다기 보단 엄마의 감정이 섞인 폭력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4. 읽는데
'08.10.8 6:09 PM (164.125.xxx.41)눈물이 나네요. 남들보다 두 배로 행복해지시길 빌께요.
아마도 어머니도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셨겠지만.
잊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안되면 깊숙이 묻어버리시고요.
힘든 시간 다 지나온만큼 행복한 시간만 남아있을겁니다.
님의 아이에겐 님이 받고 싶었던 따뜻함만큼 다 주시면 남보다 두배는 행복해지실겁니다.5. 헉
'08.10.8 6:37 PM (203.252.xxx.194)울엄마도 교과서 다 찢고 욕조에 넣어서 불태운다고 난리쳤었는데... 그땐 그러려니했는데 요새 와서 심리학책이나 이런저런 글들 읽어보니 엄마도 뭔가 허전해서 그랬나보다 했죠. 60다되신 요새도 80인 외할머니께 서운한게 많으시더라구요.
어제 그 sos에서 맏딸 증후군 상황하고 많이 비슷한....
우리나라에선 장남 못지않게 장녀도 힘들어요.6. jk
'08.10.8 6:40 PM (124.63.xxx.69)우와...
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사람이 정말 하기 힘들것이 뭐냐면..
"자신이 잘못한것을 사과하고 반성하는것"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는것"
이 두 가지는 정말 정말 힘든거랍니다. 전 세상에서 저걸 제대로 하는 사람들을 정말 존경합니다.
저도 저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구요.
근데 그 어려웠던 기억을 다 용서하신다니 대단하신 분입니다.
앞으로 좋은 일들 행복한 일들만 있기를 바랍니다.7. 헉
'08.10.8 8:47 PM (121.128.xxx.171)엄마가 용서를 빌었다구요? 용서해 드려야지요.
자기가 뭘 어떻게 했는지 알지 못하고 부모의 권리만 주장하는 엄마도 있습니다.8. .
'08.10.8 9:20 PM (121.135.xxx.134)원글님이 성인이 되신 후에 엄마가 눈물을 흘리시고 사위 앞에서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비는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원글님이 용서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엄마의 사과를 한번만, 단 한번만 받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요즘 들어 알게 되었어요.
사과하지 않는 부모들도 많다는 거죠.
어릴적 상처 영원히 가는 거 맞구요.......사실 부모로서 욱하고 화내고 아이를 때릴 수도 있습니다.
그게 잘하는 짓이라는게 아니라,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세상 완벽한 부모는 없거든요. 그리고 부모도 사람이니까요.
다만, 회복을 시켜주면 됩니다. 아이의 상처는 부모가 회복시켜줄 수 있어요.
부모도 잘못을 했으면 아이를 따뜻하게 꼭 껴안고, 눈을 보고 진심으로 솔직하게 사과를 하시면 됩니다.
아까 엄마가 그렇게 해서 너가 많이 아팠지..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필요가 있음)
엄마가 아까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그럼 아이의 상처는 웬만큼 아물어집니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에 민감합니다.
우리 어린시절 생각해보면,, 엄마가 막 화내고 야단친 후에, 보여주는 조그마한 사랑의 행동이나 눈짓으로도 맘이 확 풀리잖아요..
눈물도 다 안말랐는데 그냥 엄므아아아~ 하고 엄마품으로 달려가서 엄마 가슴에 폭 안기고 싶은 마음..
그런데 이 사과의 과정을 제대로 하는 부모가 별로 없습니다.
그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 앞에서 사과 한마디 하는게 귀찮고 하기싫고 두려운 것이 되고 마는겁니다.
아마도 자존심 때문이겠죠.
그러고 보면 인간의 정신이란 참 복잡하죠.. 아이에 대한 사랑과, 비뚤어진 자기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모..9. 가로수
'08.10.8 9:22 PM (221.148.xxx.159)참 장하세요, 그가운데서 잘 성장하셨군요
그리고 지금이라도 어머니가 그때 일을 깨닫고 미안하다 하시니 그것도 다행이구요
그런데 정말 어머니가 용서가 되셨어요? 좀 더 심도있게 이야기해보면 어떨지요
세상에 참 기막힌 모녀관계가 많은 것 같아요, 가끔 좋은 엄마가 되는 시험도 치루어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한답니다, 정말 잘 성장했다고 칭찬해드리고 싶어요10. 엄마 아버지..
'08.10.8 10:02 PM (123.111.xxx.75)부모는 사랑할 수 없으면 용서하라...라고 젊은 날 읽은 철학이야기 서문에서 그러더군요.
그거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노력해서.....용서했어요.
용서를 제가 먼저 하니까
엄마 아버지가 따뜻한 사람으로 바뀌어 가더군요.11. 세상에
'08.10.8 11:25 PM (222.232.xxx.211)거저 되는게 없더군요.
아이를 낳기만 하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는데 엄마되는 일이 왜 이리 힘든지...
자라면서 엄마한테 상처받은 글들을 읽으면서 어제 오늘 정말 반성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오늘 아들한테 수학 문제 몇장 풀라고 했는데 하다가 중간에 내일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냥 오늘 다 하면고 내일은 다음장하라고 하니 울먹울먹.
그래서 "니가 울면 엄마가 미안하잖아, 난 니가 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힘들었구나. 미안하다"그러고 재웠어요.
며칠전의 저였다면 기어이 다 하게 했겠죠.
여러분들께 매일매일 배웁니다.
본인의 아픈 기억을 이야기해주시는 분들,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다 감사해요.12. 훌륭하세요
'08.10.10 3:01 PM (219.250.xxx.52)그런 엄마 밑에서 그런 일을 겪고 지금 ... 글을 올리신 것을 보니... 어려운 길 참으로 힘들게 왔겠구나... 싶네요. 칭찬과 위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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