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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글들을 보고나서

음.. 조회수 : 1,483
작성일 : 2008-10-04 03:59:45
부모의 입장에서 글을 쓸 수는 없지만.. 학생(나도 한국에서 학생이었던 이 중 하나니까)의 입장에서 글을 쓸 수는 있고..무엇보다 자연과학 전공자의 입장에서 글을 쓸 수가 있으니까..좀 써보렵니다.

과학고라고 하는 곳이 ..본래의 취지랑은 다르게 ,
평준화 시대에  과거의 명문고 라고 하는
곳 같은..명문대 보내는 곳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조금씩 변해가고나서
입시가 과열되고  또 정말 과학에 대한 열정을 가진 애들보다는.. 애들을 시험 기계로 만드는 학원 같은 곳을 거친 애들이 들어가기에  더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얘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씁쓸합니다.


  제가 즐겨찾는 미국의 취미전자공학 실습용 제품 회사의 홈페이지가 있는데,
거기 보면 그 회사에서 만든 칩을 가지고 수행한 여러 프로젝트들의
예가 나와있어요

헬륨 기구를 높이 띄워가지고 인공위성에서 찍은 것 같은 그런 모습의 지구 사진을 찍는데 쓰기도 하고,로봇을 만들기도 하고 그러는데.. 어제 제일 인상적인 건 미국의 어느 고등학생
이 초음파를 이용해서 바람의 방향을 측정하는 장치를 만든 거지요. 그 장치로 국제과학경진대회( 필기 시험이 아니라 연구나 실험 장치로 나가는 대회지요) 물리 부문 3위를
했다고 그러네요.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뛰어난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보면 보통 이런
경로를 통해서 훌륭한 과학자로 자라납니다.
밤하늘을 보며 자라다가 우주의 신비에 푹 빠져들기 시작하거나, 라디오를
조립하며( 나이 많은 과학자들은 어릴 때 진공관 라디오라는 걸 가지고 놀았죠)
전기라는게 뭔지 엄청난 호기심이  자라나거나 합니다.
우주의 신비에 빠져든 아이는 자기 집 한구석에서 망원경을 만들기도 하고,
마침 과학잡지라고 하는 것이 신기한 과학의 세계를 아이들에게 소개합니다.
서점에는  뛰어난 과학자들이 쓴 대중과학서적이 있고, 집 근처에는
과학관이 있어 직접  과학 현상을 체험해 보기도 하고, 과학자들의 대중 강연을
들을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아이는 관심사에 대한 모든 책을 사서 보기 시작하고, 집 한구석을
실험실로 개조해버리며 ... 많은 경우 과학 경진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진학을 합니다.



이게 미국 등지에서 한 아이가  뛰어난 과학자로 자라나는 과정을
대강 정리해본 건데, 아무리 봐도  오로지 하버드 졸업생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버드 합격 비법 100” 이런 걸  숙지하며  ,  학교의
탑이 되는데 전력을 다했다거나 이런 식으로 얘기가 흘러가지를 않지요.


위의 방법이 정석이라고 할 수 있지요..대한민국에선
거의 무시당하는 방법이지만...


아이가 과학자의 꿈을 꾸고 과학고에 가고 싶다고 그런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고 입시 대비반에 비싼 돈을 주고   몇 년을 보내서
시험에 특화된 공부를 몇 년을 시키는 거죠.
한국에서 대학 입시 준비하듯이 그런 식으로 과학 공부를 시키는 겁니다.

(지금까지 읽고 들은 바에 따르면 그런 식으로 될 것 같더군요)


그런데, 저라면 다른 방식으로 할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과학 잡지를 두 개 정도 구독하겠습니다.
다음에 문고판 대중 과학  서적들을 몇권을 사 주지요.
한꺼번에 다 사줄 필요는 없습니다. 몇권 보고 나면 다음에
무슨 책을 봐야할지는 자기가 다 알아서 올 거니까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를 과학 강연에 데려가고, 과학관에
데려가지요.
잘 만든 과학 다큐멘터리를 구입하거나..구해봅니다
(몇년 된 과학 다큐멘터리는 구글에서 찾으면 동영상 전문
홈피 같은 곳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sciencetv라는 채널도 생겼더군요.

그리고.. 더 넓은 세상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인터넷 상의 다양한 과학 관련 동호회에 가입합니다.
정기모임 같은 데 가면, 실제 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지요.

인터넷 상에 과학기사가 계속 업데이트되는 곳..

예를 들어 동아(--;) 사이언스 같은 곳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이렇게 하면 과학고등학교에 갈 수 있느냐..
그런건 보장을 못합니다.
이렇게 하는게 제대로 하는 거지만..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원칙대로 안 가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저렇게 한 학생을 제대로 인정할지는 모른다는 거지요.

그렇지만, 이건..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시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물리학의 경우에 대부분의 학자들이
십대 초반에서 중반에 물리학과 “로맨스”에 빠진다고 하지요.
로맨스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첫사랑에 푹 빠져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에 정신없이
빠져듭니다.
밑에 경쟁 얘기를 하신 분이 있는데, 아무래도 자존심들이
있다 보니까 경쟁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십대 중반에
과학하는 애들이 경쟁에 휘둘려 그것 때문에 공부를 하는
정도가 되면 그건 불필요한 마음 고생인 듯 합니다.

십대에 과학에 꿈을 품은 학생들이라는게 그래요.
좋은 장비랑 자료만 있으면 들어본 적 있는 어떤
과학실험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부풀어
오르는게 십대거든요.
상상 속에서 몇백만 광년 떨어진 은하에도 갔다가
우주 초기를 다시 실험했다가 DNA를 분석했다가
걸어다니는 로봇을 만들었다가 하는게 그 나이거든요

과학적인 재능과 지식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시기에 얼마나 그 “로맨스”를 제대로
경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연애가 사람을 변화시키듯이, 이 로맨스도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이나
분석력 같은게  이 시기에 몸에 배어들곤 하지요.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과학과 함께 자란 과학자들이
거장이 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그 시기를 망치려고
안달인 경우가 너무나 많지만..

제가 아는 한 예를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하는게 아이를 과학고등학교에 보내는데
어쩌면 도움도 안 될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가
자라서 대학에 가고 대학교수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시기가 오면.. 그중에는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들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정말 위에 얘기한대로 할 부모님들이
몇이나 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입시에서 성공하는 법과는 별 상관없는 얘기를
한 듯 해서...


그냥 자녀의 꿈을 키워주고픈데 그저 막막하기만 한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

IP : 122.42.xxx.4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감..
    '08.10.4 4:11 AM (122.37.xxx.197)

    제가 영화에 목매단 경험이 있어서 그 "로맨스'공감합니다..
    자기가 좋아한다면 그걸 정복하고자 시키지 않아도 정말 영심히 합니다..
    우리 초3아들도 과학잡지 열독하고 과학자를 희망하지만 더하기빼기가 안되어 몹시 슬픕니다
    과학자가 안되어도 어떻습니까..
    살아가는데 자기가 좋아 죽고마는 그런것 하나만 잇어도 신나는 인생이 되지요..
    가까운 과학관 들러보고 별보고 주위 풀밭도 살펴봅니다..
    걍 미국 아이들마냥 미국 과학자마냥 키울랍니다..

  • 2. como
    '08.10.4 4:21 AM (125.181.xxx.171)

    글을 읽고 ...윗말이 정답이지요. 하지만 그곳을 들어가기위해서는 시험이라는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는것이고, 윗글은 대학생활부터는 빛을 발할수도 있어요.울남편도 님과 같은 철학적 의지를 가진사람이지만, 대학입시를 약간 소흘히 한 결과 그걸 극복하기위해 무던히도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물론 잠재의식이 결국 장기적 재산이 될수 있지만, 과정속에서 어느것 하나 소흘하면 그것도 빛을 발하기가 힘든거 같아요. 다행히 저를 만나 박사까지 오랜공부를 하게되어, 이젠 빛을 발하기는 합니다만 남들보다 더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스카이가 아닌 학부를 극복하기위해...
    결론은 입시교육+창의교육이 똑같이 병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우리나라처럼 학계가 연결고리인곳은, 어느한쪽이 기울면 어느정도 기울어진배일수 밖에 없어요.

  • 3. 동감입니다
    '08.10.4 5:16 AM (41.232.xxx.84)

    저의 사정때문에 저의 아들은 국제학교에 다닙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 3과목을 다 이수해야 한다고
    학교 카운슬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문과 적성인 아들이
    과감하게 물리를 선택했답니다.

    저는 우리 아들이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천하태평인 아들 방학동안 다른 것 하느라 바빠서
    물리 관련 책을 못 읽고 등교했는데 그런대로 따라갑니다.

    기초적인 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 주고
    시험 문제 틀린 것 다시 풀어가면 점수 다시 주고
    이런 합리적인 교육방법으로 인하여
    아이들이 과학을 싫어하지 않고
    보다 논리적으로 성장해 나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엄마가 많이 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보다 창의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조성을 위해서 말이죠.

    교육문제만 생각하면 정말 머리가 아픈 직장맘입니다.

  • 4. 평안그리고평화
    '08.10.4 10:49 AM (58.121.xxx.168)

    정말, 좋으신 말씀이고, 훌륭한 지적입니다.
    우리애도 과학고에 다니는데,
    우리애는 그냥 공부를 하도 잘해서 그냥 과학고에 보냈습니다.
    노력파도 아닌 애였고,
    원글님이 말한 로맨스에 빠진 애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과학고 준비를 한 애도 아니였습니다.

    이제 조기졸업을 앞두고
    고등학교 진학때보다 더 고민을 합니다.
    애의 적성이 뭐냐!
    적성검사 결과
    모든 항목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어요,
    그게 더 문제인 걸요,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냐,
    일반대냐,

  • 5. ...
    '08.10.4 12:36 PM (61.73.xxx.229)

    저도 고교 적성검사에서 이과 문과 상관 없이 최고점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성적은 기복이 심해서 학교는 서울 중상위권 대학진학. 전공도 대강 타협.
    그런데, 실제 진학을 하고 난 후에 대학에서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적성에 대해 후회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강의를 들어보니 전공할 생각도 안했던 어학, 물리, 철학, 미학 등에 열정이 생기더군요.
    나중에 사회생활 하면서 심리검사를 받아보니 그제서야 제 자신과 적성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고요.
    모든 항목에서 점수가 높다면 아마 뭘해도 잘할 겁니다.
    근데 그렇게 선택한 분야에서 최고는 못 될 겁니다.
    저도 대강 손에 잡히는 것들은 뭐든지 빨리 배우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다른 데 눈이 가고...
    이제와서 드는 생각은 물리, 철학, 심리 쪽의 연구가 가장 적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중지능이나 MBTI 등은 이미 검사를 해보셨을 거라 짐작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좀 더 심화된 분석을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재능이 있는 분야 중에서도 주된 재능을 돕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한 것도 있답니다.
    저의 경우 어학과 수학이 그랬습니다.
    청소년기에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후회로 남네요.

  • 6. 아아
    '08.10.4 10:10 PM (125.184.xxx.144)

    원글님의 글이 인기글이 되어야 되는데............
    정말 공감하는 내용들입니다.
    과학도는 분명 열정이 있어야 하고,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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