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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금지옥엽 조회수 : 767
작성일 : 2008-09-28 23:12:46
품위.....

저는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그것에 꽤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은 빈티나지 않고 경망스럽지 않은 몸가짐 정도요...
물론 뼛속까지 정말로 품위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지만,
겉으로 표현되는 - 말씨, 외모, 걸음걸이, 사람들의 대할 때의 태도 - 등부터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대개는 이런 저의 태도를 좋게 보아주고, 더러는 너무 아나운서스럽고 냉정해보인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아버지.....

저희 아버지는 숟가락 한벌 들고 올라오셔서 맨손으로 시작하셨어요.
온갖 고초를 다 겪으셨다고 하고, 지금은 그저 떵떵거릴만큼은 아니어도 자식들 남부럽지 않게 키우시고
편안하게 사실 정도가 됩니다. 배운 것, 가진 것 없이도 성실함 하나고 일궈내신 거죠.

평생, 누리고는 사시지 못해서인지, 아버지는 이렇게 겉으로 표현되는 품위와는 거리가 있으세요.
좋은 곳에 가면 오히려 좌불안석이시고, 어려운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안절부절 못하시죠.
별것도 아닌 것에, 그저 즐긴다 생각하시면서 여유있게 생각하시면 좋겠지만
지금껏 늘 쫓기듯, 늘 자식들에게 퍼주면서, 각박하게 살아오신 분에겐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인가봅니다.

오늘 칼질하는 좋은 곳에 함께 식사하러 가서, 무릎 위에 까는 냅킨도 어색해서 아무렇게나 하시고,
함께 식사하는 분들은 편안하게 인사 나누시고 식사 하시는데도  
아버지만 줄곧 빳빳하게 90도로 인사하고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내내 과장스럽게 행동시는 걸 보면서
나에게는 너무도 편안하고 일상적인 이런 자리가 아버지에게는 얼마나 스트레스였을지
아버지 복을 나에게 다 퍼주셨구나, 나는 그저 아버지 희생으로 받고 누리며 살아온 이런 생활의 겉멋을
마치 품위인양 착각하며 살았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같으면 이런 아버지 어색한 모습이 창피하다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이런 모습에서도 당신의 품위가 느껴집니다.
오늘 아버지 무릎에 냅킨 바로잡아드리고 식사 도와드리면서 마음이 참 짠했습니다.
IP : 221.146.xxx.15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9.28 11:21 PM (220.92.xxx.129)

    따님 잘 키우셨네요.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2. 에궁..
    '08.9.28 11:46 PM (121.129.xxx.204)

    아버지가 따님 마음을 아셨으면 좋겠네요.
    부럽습니다.... 저도 제 자식에게 그런 부모가 될 수 잇을가요?
    아니, 그 보다 먼저 저희 부모님께 그런 자식인지....ㅠ

  • 3. n.n
    '08.9.29 1:26 AM (218.38.xxx.183)

    맞아요. 저도 한 땐 우리아빠 사람은 좋지만 존경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티비에 나오는 근사한 매너의 아빠들관 다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더 나이가 드니
    내가 누린 모든 것이 내 아빠 (내가 존경스럽진 않다고 생각한 부족한 아빠) 의 힘어었더군요.
    참으로 존경스러운 아빠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남보다 누리면 누렸지 부족하지 않았던 내 생활이 모두 아빠릐 피와 땀과 눈물이었네요.

  • 4. ***
    '08.9.29 3:59 AM (211.202.xxx.76)

    저두요. 하늘나라 가신 아버지 생각나요.

  • 5. -.-
    '08.9.29 10:16 AM (121.138.xxx.121)

    사랑하지만, 좋아할 수는 없는 우리 아빠 생각이 났어요. 그 모든 생활들이 사실...아빠의 어린시절..자라온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걸 이제는 다 아는데..

    7살때부터(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갖은고생 다 하시고 새엄마와 배다른 동생 4명까지 다 거두신 울아빠.. 그래도 가정이라고 만드셨지만, 지금껏 어떻게 저떻게 삐그덕 거리며 돌아가고 있지만..

    엄마도 자식들도 아빠를 너무나 힘겨워 하고 있지요.

    하지만....지금 글 쓰면서도 느끼는건데..
    아빠를 가족 모두 진심으로는 존경하고 있는거 같아요..

    결코...표현할 수는 없을거에요. 그러기엔 아빠가 너무 힘들게 하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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