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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쭉 빠져서 여기에 이렇게 쓰네요.
학교에서 뭔가를 잃어버리고 온게 지금까지 처음이 아니에요.
새로 산 점퍼 입고 갔다가 공찰때 벗어둔걸 그냥와서 잃어버려, 조끼도 그런식으로 잃어버려,
근데 이번에 잃어버린 운동화는 등산화랑 겸해서 신으라고 나름 가격대 있는거로 사줬거든요.
동생이랑 똑같이요.
그거 신고 우리네식구 지지난주에 산행도 잘 다녀왔어요.
앞으로는 주말마다 시간 꼭 내서 산에 다니려구요.
그런데 잃어버린거에요.
누가 훔쳐갔다면 아이 탓도 안해요. 분실했다면 어쩌겠어요.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
집에서부터 둘 중 하나만 신고가라는데도, 새로 산 운동화는 신고가고 축구화를 챙겨가더니,
교실에서도 차라리 축구화만 신고 운동장으로 나갔으면 좋았을 것을..(후회하면 뭐하나요..ㅡㅡ;)
운동화신고 축구화 꺼내들고(가방은 교실에 둔채 말이에요), 운동화를 운동장에 벗어두고(지딴엔 잘..)
축구화를 신고 열심히 재미나게 공차고 놀았겠죠.
그러다 축구 끝나고 찾아보니, 운동화가 한짝이 없는거에요.
누가 그걸 한짝만 집어갔을까요? 근처 담장 밖으로 던졌을까요?
어제 오후에 애 학교에 가서, 쓰레기통까지 다 뒤지고, 담장밖에 덤불숲까지 다 뒤졌네요.
남은 한짝 사진찍어서 애 학교 홈페이지에도 올리고요. 혹시 신발한짝의 행방을 알면, 4학년 3반 신발장에 넣어주면 고맙겠다면서요.
어제 아이 신발 못찾고 집에 터덕터덕 걸어오는데,
눈물이 쏙 나데요.
여름내내 5천원짜리도 비싸다고 안 사입히고, 3천원짜리 티 사입히고,
외식도 왠만하만 안하고,,,,
남편이 옷이나 다른건 몰라도 신발은 좋은거 신겨라 해서 좋은거로 사줬는데,
이렇게 잃어버리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쏵 빠지네요.
혼자 생각에 그랬네요. 잃어버린 물건이.. 일이천원 했거나, 일이만원짜리였어도 내가 이랬을까.
결국 물건 잃어버렸거나, 아이 행동이 신중하지 못해거나가 아니라
가격때문에 더 화를 내거나 기운빠져한건 아닌가....
풀죽어 침대에 새우처럼 누워있는 애 일으켜 세워서 안아달라 했네요.
오늘 맘 상한거, 다른거로 채워주라고 했고요.
애가 눈을 말똥뜨면서, 어떤거로요? 묻길래.. 글쎄다..뭐든.. 엄마를 기쁘게 해주는거로...
같이 사는 친정엄마한테 그랬어요.
고무장갑 오른쪽, 왼쪽만 따로 팔듯이 신발도 한짝만 팔면 좋겠다고.
추석때 애기 고모한테 받은 이만원을 애가 주머니에 넣은채 자전거 타다가 잃어버렸거든요.
그 얘기 들은 삼촌이... 누군가 그 돈으로 좋은데 썼을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런데, 우리 애 신발한짝은 어디다 요긴하게 쓰일까 생각하니 헛웃음만 났어요.
또 그런데, 그 얘기를 출근해서 동료랑 나누다 문득 생각난것이...
그 신발이 학교 뒷 산에 던져졌으면 다람쥐가 제집삼아 잘 살까? 그런생각요.
애들 읽어줬던 어느 동화에 비슷한 얘기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1. 큰애가
'08.9.26 10:30 AM (121.183.xxx.96)몇살인지 모르지만,
초1아들 보니까 올봄에 잠바를 잃어버렸어요.
저와 같이 줄넘기를 하다가 놔뒀다가 제가 잃어버린거지요.
아들한테 엄청 시달렸는데요. 잃어버렸다고.
그런데 며칠후에 학교방송듣고 선생님에게 저 잠바 제거예요. 하고 손들고나서
찾아왔답니다.
그러니까 어떤 상급생들이, 누가 잃어버린건줄 알고 교무실에 갖다줬나보더라구요.
그 학교에서는 분실물 안내 그런거 안하나요?
그리고 자꾸 잃어버리고 오는건 자기물건에 대한 애착이 좀 없다고 봐야할것 같고요.
운동화 같은것도 자꾸 잃어버리면 서로 마음이라도 편하게 싼거 사줄것 같아요. 저는
그리고 돈도 바지에 넣으면 그냥 빠져나옵니다. 주부들도 지폐 그냥 주머니에 넣었다가
슬글슬금 빠져 나와서 잃어버린거 봤어요.
그래서 애들도 용돈 받으면 다 제가 챙겨 놓습니다. ...
보니까, 원글님 아이도 약간 허술한데다, 원글님도 대처방법을 조금 알려주지 않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2. 솔이아빠
'08.9.26 10:41 AM (121.162.xxx.94)우리애도 잘 잃어버립니다.
옷이며, 모자며...
잘 챙기지 못하죠. 나이들면 나아지겠거니 합니다.
참 신발 한 짝 이야기들으니
간디 일화가 생각나네요.
간디가 난민(?)기차를 어렵게 탔는데 신발 한 짝이 떨어졌네요.
기차는 출발했고 주위사람들도 안따까워 하는데.
불쑥 다른 신발하나를 벗어서 떨어진 쪽으로 힘껏 던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왜그랬냐고 물으니
" 나에게는 이미 쓸모없는 한짝이 되었지만
떨어진 나머지 한짝이 쓸모있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
뭐 이런 일화가.....
별 도움 안되는 얘기였나요.
원글님 너무 속상해 마시고 아드님 꼭 안아주세요.
아드님이 운동화보다 더 사랑스럽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3. 아꼬
'08.9.26 10:44 AM (221.140.xxx.105)내용이 너무 애틋하네요. 아이가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을 나이는 아닌가 봐요. 물건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 속상하지만 한편으로는 원글님이 다독이시는 마음의 밑그림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참 좋을 것 같아서 지금은 워낙 어려서 그렇지 나중엔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사줬는지 안다음이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것 같아요.
되려 요즘 아이들에겐 너무 다양하고 많은 물욕이 걱정인데 여러 면에서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많지 않다면 집착을 끊는 방법보다는 소중함을 가르치는 길이 더 쉽다고 봅니다.
잃어버리지는 않지만 누가 있으니 나도 꼭 있어야 한다는 아이의 시각이 엄마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데요. 그리고 원글님 말씀처럼 돌아오지 못한 한짝 곧 추워지는 겨울 집없은 작은 동물들의 안식처가 될수도 있겠죠. 어릴 때 제가 급류에 쓸려가는 신발을 잡을려고 하다가 끝내 놓친 적이 있는데 가끔 아련하게 그날 출렁이는 물속을 떠내려가던 신발의 여운이 가슴에 남아 있어요. 원글님의 아이도 한짝만 덩그러니 남아있던 운동화의 여운을 신나게 놀다 돌아 온 그날의 기억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할 지도 모릅니다. 그날 엄마가 나를 얼마나 따뜻하게 위로해 줬는지도요. 힘내세요.4. 델몬트
'08.9.26 11:24 AM (211.57.xxx.114)남자아이들은 너무나 흔한 일이에요. 비싼것 사주지 마시고 싼것 사주세요. 그게 커야만 고쳐지더라구요. 그리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잖아요.
5. 감사합니다.
'08.9.26 11:45 AM (202.30.xxx.226)댓들에 힘이 나네요. 아이가 허술한점 있는것도 맞고요.
다만, 모든면에서 둘째보다 참 잘하는데 유독 자기물건관리만은 둘째보다 허술해서..
그게 큰애, 작은애 기질적 차이인지.. 제가 큰애라 그리 키운건지.. 반성이 되요.
오늘은 퇴근해서, 나름 원칙을 세워볼까 해요.
예를 들어,
1. 친척들에게나 엄마에게 받은 용돈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않고 항상 지갑에 관리한다.
(근데 요부분도 걱정이에요. 지갑채 들고 나갔다 버스에 놓고 내린 적 있거든요.
지금은 그래서 지갑에 마이비카드만 달고, 비상금만 넣고 다녀요.)
2. 옷, 신발 등은 절대로 따로 벗어두지 않는다.
우겨서 입고간 점퍼는 더워도 참던지, 벗을경우 바로 가방에 넣는다.
흠.. 또 뭐 없을까요?
댓글주신분들 너무 감사해요.
이제는.. 나중에 다른 일 생겼을때 이번 운동화사건을 애한테 상기시키는 유치한 뒤끝훈계는 안해야지...다짐수련중이에요.6. 아꼬
'08.9.26 11:51 AM (221.140.xxx.105)전 아차하고 오면 다시 가져오라고 찾을 수 있는 정도는 돌려 보냈어요. 시간이 어중간할 때는 제가 따라 가기도 했지만 찾는 수고를 한번 씩 경험하게 하고 잃어버린 후의 불편함을 쬐금 경험시키는 훈련도 시켯더니 아주 약간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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