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국내에서 계급 정당을 하기 어려운 이유들

리치코바 조회수 : 192
작성일 : 2008-09-22 20:10:55
국내에서 계급 정당을 하기 어려운 이유들  
만감: 일기장 2008/09/19 06:55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15788  ..

어제 라이덴 (네덜란드)에서 오슬로로 돌아왔습니다. 라이덴에서 "한국 군사주의"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는데 (http://www.mearc.eu/tikhonov_poster.pdf), 그 쪽 대학에서 한국학을 하는 동료들을 오래간만에 만나서 여간 반갑지 않았습니다. 유럽이라는 데에서 한국학을 하는 이들이 하도 드물어서 그런지 서로서로에 대해 거의 한국적인 (?) "정"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지적인 게토란 일장일단이 있는 것입니다. 만나서 나온 이야기 중의 하나는 한국에서의 진보 정당들의 앞으로의 전망의 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을 약간 도식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입니다:

1. 국내에서 계급 정당을 하기가 어려운 이유들:

a) 이제 다 끝나가지만, 적어도 1997년 이전까지의 한국은 세계 자본주의의 "총아"이었습니다. 냉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한 미국 등 핵심부로부터의 엄청난 차관과 비교적으로 효율이 높은 '강성 국가'의 개발주의적 전략의 결합은 거의 40년 가까이 매년 성장률 8-10%를 올리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는? 물론 전두환이나 이명박, 내지 노무현으로 성장해 지배자의 반열에 오른 가난뱅이들이 극소수이었지만 어느 정도로 살림을 개선시키거나 아이를 도시 중산계층으로 출세시켜준 부모 정도는 상당수고, 또 이명박이나 노무현 식의 "자수성가"를 현실적인 "꿈"으로 삼아 그걸 맹신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사실, "부자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 성경과 상반되는 - 내용을 설교하는 교회들의 수로 봐서는 자본주의야말로 이 나라의 유일무이한 종교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제는 세계적 위기 속에서 그 단 꿈은 많이 날라가겠지만, 지금까지는 계급 의식을 공유하기에 상층계급으로의 이동을 꿈꾸는 피지배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한국 경제 인구의 60% 이상은 피고용자지만, 그 들 중에서는 "정신상 자본가"는 다수에 가까울 것입니다. 계급 정당하기에는 좀 척박한 토양이지요.

b) 물론 일본과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지만, "복지"라는 부문을 한국 자본과 국가가 선점한 부분도 좀 없지 않아 있습니다. 예컨대 일부 대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자녀 학자금을 대주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입니다. 일본과 달리 사택을 주는 데가 많지 않지만 자녀 학자금과 의료 혜택 정도는 - 정규직에 한해서 - 주는 대기업은 지금 다수일 것입니다. 또 부실하고 모자라지만, 1980년대말 이후의 한국 국가는 - 1987년의 대투쟁 이후에 민심을 달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기초생활보호제도 등을 운용해 적어도 영세민들이 굶어죽고 아파서 그저 죽는 일 정도는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인도나 차베스 집권 이전의 베네수엘라와 달리). 한국의 복지 지출이란 유럽의 남쪽 내지 동쪽 변두리만도 못하지만, 기업 복지와 합하면 남미보다는 약간 나은 수준이 되지요. 그러한 면에서, 계급의식보다 "강력한 국가 권력"의 출현을 바라는 "민생주의적" 의식이 더 쉽게 형성됩니다.

c) 필자에게 송두율 교수가 프라하의 한 학회에서 1995년에 이야기한 대로, 대한민국이란 "시민사회"라기보다는 각종 유사 가족적 연고집단의 결합체입니다. 그 중에서는 제일 큰 것은 "단군의 후손들'이라는 "민족적 대가족"이지만, 또 그 안에서는 동문 집단마다, 지역마다, 하다 못해 대기업의 중년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집단마다 다 그 강력한 집단적 정체성과 이해관계 의식이 형성돼 있지요. 그리고 그 연고적 소집단의 단결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시자면 "이명박 동문"을 찍어주는 "진보적" 고대 출신들의 행태 정도를 관찰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을 공동체는 이 땅에서 수천년 존재해왔지만 "계급'이라는 일본식 번역어가 수입된 지 100년 정도 된 것입니다. 그것도 학교 교과서에서 아직까지도 - "민족"과 달리 - 많이 안나오는 단어인지라 뭇 인간들의 머리 속에서 뿌리 내리기 힘들죠.

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진보 정당의 집권 계획" 이야기를 우리가 당분간 안하는 게 현실적일 듯합니다. 집권은 언젠가 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은 수십년 걸릴 수도 있죠.

2. 그럼에도 국내에서 진보 정당이 꼭 지금 이상으로 커져야 할 이유:

a) 성장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구조적 빈곤" 시대의 막이 올랐습니다. 오늘날 많은 비정규직의 자녀들은 아무리 (무명 지방) 대학을 나왔다 해도 앞으로는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도 못구할 확률이 큽니다. 그들의 좌절과 분노가 엄청난 수준일 수도 있는데 ("쇠고기 민란"은 서막일 뿐이었습니다!) 이는 계급적 의식의 성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소지가 있을 듯합니다.

b) 전세계가 지금 새로운 대공황과 (언제 일어날지 모를) 주요 열강 사이의 - 무력 충돌로 이어질 확률이 큰 - 갈등의 시대로 접어들 것입니다. 동아시아도 "국익주의"와 국가주의, 민족주의들의 충돌의 무대가 될 확률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한 면에서는 민족주의적 광기를 어느 정도 식혀줄 줄 아는 비민족주의적 사회 세력은 절실히 필요합니다.

하여간 한국에서의 대중적 진보 정당 한다는 것은 가시밭길이지만 꼭 가야 할 가시밭길입니다. 성패 여부와 무관하게, "의미 있는 소수"로 존재해도 좋습니다. 그 소수가 없다면 대한민국은 오늘날보다 더 야만적인 "중간급 소제국"이 될 것입니다.

출처: 한겨레신문
IP : 123.215.xxx.8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옥수수
    '08.9.22 9:09 PM (123.215.xxx.16)

    한국은 유난히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자영업자란 속성상 제아무리 코딱지만한 구멍가게를 하며 입에 겨우 풀칠을 하더라도 계급의식을 가지지 않지요. 하나하나가 다 자신을 사장으로 여기니까요. 무신 계급의식이 생기겠습니까?

  • 2. 나무
    '08.9.22 9:34 PM (58.143.xxx.180)

    국제적 경제 위기 상황에 민족주의까지 높아질 가능성까지 예측되니, 파시즘이 생각납니다. 무섭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3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76
682632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42
682631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24
682630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75
682629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2
682628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80
682627 꼬꼬면 1 /// 2011/08/21 27,412
682626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06
682625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93
682624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1
682623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93
682622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14
682621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92
682620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98
682619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1
682618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32
682617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79
682616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56
682615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25
682614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60
682613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91
682612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46
682611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41
682610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40
682609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58
682608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19
682607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08
682606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33
682605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82
682604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3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