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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자식

고니 조회수 : 1,876
작성일 : 2008-09-21 22:37:06
아까 저녁식사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덩치가 커지니  우리집안에서 제일 많이 먹어요.

한창 먹성이 좋을때긴 하지만 어른 두배 정도 먹는다고 할까요? ^^::

평일엔 야자하고  밤늦게오니 그나마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  주말저녁엔
외식이나 꼭 고기반찬같은걸 원하죠.

오늘은  지난번 추석명절뒤에 좀 경제적으로 출혈이 많아서
전에 먹다가 남아서 다시 얼려놓은  고추장삼겹살을 먹기로 했어요.

근데 아무래도 좀 모자란다 싶어서 전 아예 안먹을 요량을 하고있는데
아이가 차려진 밥상을 보더니 "고기가 이거밖에 없어요? " 하더군요.

그러니깐 남편이 "아빠 안먹으니 너가 다 먹어..아빠는 된장찌개 먹으면 되" 하며
정말 고기는 한점도 입에 안대고 찌개와 밥만 먹어요.

아이만 신나게 먹다가  그제서야 느꼈는지... " 아빠! 왜 고기안드세요? " 묻더군요.
제가  "너 먹으라고 아빠 안드시잖아~!!! " 하고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톤이 좀 올라가고 까칠해졌습니다. ^^;;

아이는  "내가  나만 먹는다고한것도 아닌데... 디게 눈치주네" 하면서 혼잣말로 구시렁대길래
"넌 눈치좀 받아야되!! 어쩜 그리 먹을때는 눈치도 없냐~!! " 하며 괜히 식사분위기 어색하게 만들뻔했습니다.

평소땐 남편과 별로 사이좋지도 않았으면서  
아이먹인다고  안먹는  남편이 괜히 불쌍해보이고

저 아이없으면 내가 사는낙이 없지..하면서 귀하게 여겼던 자식인데
눈치없이 우걱우걱 고기 한접시를 다 먹는거보니  얄밉게도 보이는 이맘은 뭘까요? ^^
IP : 61.109.xxx.6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9.21 10:39 PM (121.116.xxx.252)

    남편을 너무 사랑하심이 아닐런지요?ㅎ

    근데요...
    식사시간에 그렇게 면박주시고 그러면....
    나중에 상처받아요.

  • 2. 에구
    '08.9.21 10:42 PM (121.183.xxx.128)

    짠해요.
    그런데 진짜 아들과 남편 있으면 그리 되더라구요.

    딴 얘기지만,
    심숙이 화로숯불구이? 이게 체인점인가 모르겠는데,
    여기 양념삽겹살 구이 참 맛있더라구요.

  • 3. 노을빵
    '08.9.21 10:44 PM (211.173.xxx.198)

    저는 아이먹을것은 안남겨두고 남편이 혼자 우적우적 먹으면 얄밉던데...ㅋㅋ

  • 4. ^^;;
    '08.9.21 10:49 PM (59.3.xxx.106)

    저는 남편이 아이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같은거 같이 먹을려고 하면 속 없다고 막 화가 나는데 또 남편이 좋은거 아이들 줄려고 안 먹고 아이들은 좋다고 그거 먹으면 또 화가 나요 .......제 마음 저도 몰라요 ㅠ_ㅠ

  • 5. 애고
    '08.9.21 10:50 PM (211.192.xxx.23)

    어른이고간에 먹을때는 좀 눈치가 있어야 덜 밉습니다,
    아빠가 애 주려고 안 먹는데 애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입에만 집어넣으면 당연히 얄밉죠,,
    마찬가지로 남편분이 그러시면 부성애도 없이,,그런 소리 나오구요..
    근데 너무 저렇게 키우다 나중에도 좋은건 저 혼자 먹는줄 알까 걱정입니다,
    저도 애들은 좋은 우유 먹였는데 이젠 그 짓 안해요,,
    옛날에 생선머리만 모아놨다 주는 사또가 남의 집 일이 아니더라구요...

  • 6. 원글입니다.
    '08.9.21 10:51 PM (61.109.xxx.6)

    제가 좀 웃기려고 과장해서 썼는데 심각한 댓글들이 달려서 죄송하네요.ㅎㅎ
    흠님말씀처럼 먹을거 가지고 뭐라고 하면 디게 서러운데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네요.
    에구님 이 동네도 황동화로구이인가 유명한 체인점이 있는데 담부터는 모자랄것같으면 아예 밖으로 나가야할까봐요.
    노을빵님 말씀처럼 남편이 그랬음 남편이 얄미웠을것같아요. 저는 약자편이라서...^^

  • 7. 애고님
    '08.9.21 10:55 PM (61.109.xxx.6)

    말씀보니 생각나는게 있습니다.
    저 어릴때 친정엄마가 사과를 사면 꼭 상채기난거 곪은거를 드시고 나머지는 저희주셔서
    어린마음에 정말 그게 더 맛있어서 그런줄알고
    어느날 엄마에게 상채기난걸 일부러 골라서 드리며 "엄마 이거 좋아하시죠? " 하면서
    나름대로는 챙겨드렸다가...
    엄마가 "내가 정말 이걸 먹고싶어서 먹냐고..너희들 좋은거먹이려고 그런건데 .."하시며
    엄청 섭섭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있습니다. ㅠ.ㅠ

  • 8. 그러게요
    '08.9.21 10:57 PM (211.192.xxx.23)

    저한테 이번 여름 내내 복숭아 씨 붙은 부분을 먹게 하네요,,
    한놈도 그거 자기가 먹겠다는 놈 없고 그런건 엄마건줄 아나봐요 ㅠㅠㅠ

  • 9. 저도
    '08.9.21 11:23 PM (123.109.xxx.38)

    그래요...남편이 좋아하는 과일 잘 놔뒀다가 퇴근해서 오면 내오는데, 유치원생 아들내미가 와서 덥썩 먹어버릴때가 있어요. 남편은 아이가 잘 먹으니 다 먹어라 하구요.

    근데 저도...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아이지만서도 아빠 먹을것까지 뺏아먹을땐 넘 얄미워요.^^

    친정엄마도 제가 이상하다 하시는데...음...제 생각은...아빠가 잘 먹고 건강해야 집안이 편안하지 주의라...^^...그리고 아이들도 어릴때부터 어른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러는거 같아요.

  • 10.
    '08.9.22 12:00 AM (220.73.xxx.115)

    아이만 주지마시고 같이 드세요. 아이만 챙겨주면 아이가 나중에 그걸 고마워하는 거보다 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아빠가 엄마 챙겨주고 엄마가 아빠 챙겨주고 그런 거 보고 자란 애들이 더 남 잘 챙기고 그래요.
    그리고 원글님 눈엔 아직 아이지만 금방 대학가면 밖에서 사람들이랑 밥먹고 사회생활하게 될텐데요
    한상에 놓고 나눠먹는 고기류나 그런거 정말 눈치없이 홀랑 다 먹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네요.
    자기가 어떻게 먹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더라는 얘기에요. 그래도 밥상머리에서 바로 면박주지 마시고
    좀 부드럽게 얘기해주시면 좋겠죠. 그런 건 사실 가족말곤 남이 지적해주기 어려운 거니까요.

  • 11. 우우
    '08.9.22 12:34 AM (219.249.xxx.91)

    맞아요 윗분 말씀
    정말 같이 먹는데 눈치없이 홀라당 비워버리면
    진짜 뭐라 말할 수도 없고 속은 끓고
    사소한(?) 먹는 거 가지고 진짜 사람 미워지고, 너무 없어보이고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나보네요. 어이구.......

  • 12.
    '08.9.22 12:50 AM (119.64.xxx.39)

    고등학생이 어린가요?
    일곱 여덟살때나 하는짓인데,역시 사람은 예절을 배워야...

  • 13. 어른이 아니쟎아요.
    '08.9.22 2:20 AM (210.57.xxx.21)

    전 좀 생각이 다른데
    님께서 화내신건 아마도 음식을 너무 조금 준비한 본인 선택에 대한 후회와 그런 결정을 하게 만든 이유 - 경제적인 압박 에 대한 불편함이 아드님께 화풀이하듯 터져나온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등학생 남자아이면 정말 돌도 씹어먹을 텐데 배고픈 아이에게 좋아하는 반찬 주고 다른사람 생각해서 적당히 사양하기를 바라는건 눈높이가 맞지 않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더군다나 부모쟎아요.
    자식입에 밥들어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옛날 같으면 장가도 갔겠지만 요즘 고등학생 아이들이 철이 있나요..
    오히려 먹다가 부모님 왜 안드시는지 챙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평균이상으로 착하고 배려심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먹을거 가지고 뭐라고 하면 디게 서럽다고 하셨는데 아이가 느낀 감정은 분명 서러움 이상일 겁니다.
    나먹으라고 해준 것도 아닌데 괜히 눈치 없이 아빠것 뺏어 먹었다고 후회도 될 것이고
    겨우 돼지 불고기 한접시에 부모라는 사람한테 못된놈 취급받고
    이런대접하는 부모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도 있겠지요. 이집안에서 내 위치에 대해 회의도 들지 모릅니다. ( 이건 뭐 평소 관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너무 비약같나요? 사실은 제가 먹는걸로 부모에게 설움당한 경험이 있어서요..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지요.. 제 경우는 감귤이었는데 20년 넘게 감귤에는 손이 가지 않는답니다.
    막상 먹게 되면 맛은 있는데 그때의 고통스러운 기억때문인지 이상하게 안먹게 되더라구요.
    뭐 환경이나 상황은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요..
    내일 날이 밝으면 꼭 아드님께 말해 주세요..
    어제는 본의 아니게 화내서 미안했다고.. 사실은 많이 만들어 다들 실컷 먹게 하고 싶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러질 못해서 엄마가 속이 상해서 그런거라고.. 사실은 우리아들 입에 먹을거들어가는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요.
    사과를 하시는 것과 안하시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랍니다.
    그렇다고 님이 뭐 잘못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럴수도 있지요. 누구라도 그럴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우리는 부모쟎아요. 그쵸? 자식행복이 제일 중요한..

  • 14. ..
    '08.9.22 3:38 AM (121.127.xxx.5)

    음냐.. 저는 대놓고 [니네 입만 입이냐? 엄마 아버지도 그런거 잘 먹는다!] 라고 얘기해요.
    밥도 엄마 아버지 자리잡고 앉기전에 지네부터 먹으면 야단칩니다.

    니가 좋아하는 건 다른 사람도 좋아한다. 그걸 혼자서 다 먹겠다고 나서는 것은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너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엔 너 혼자 사는게 아니고 항상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명심해라. <- 라고 매번 주지를 시키죠 ㅡㅡ;

    머..울 시엄니는 숭악하다 라고 하시지만~~ 제 생각엔 좋은건 당연히 자기껏, 맛있는건 당연히 자기혼자 실컷 다 먹어도 되는것 <- 이런 생각을 갖게 키우고 싶진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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