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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심란합니다.

시누 조회수 : 1,017
작성일 : 2008-09-21 01:24:36
어제 밤에 친정 제사에 갔다가 우리 올케랑 엄마랑 한판 하는거 보고 글올렸던 아짐입니다.

밤에 잠 한숨 제대로 못자고 마음 불편하게 있다가 아침 먹자마자 서둘러 애들 데리고 택시타고 집에 와버렸어요.

엄마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시고 저는 눈치만 보다가 엄마한테 올케 얘기 꺼내지도 못했어요.

다만 내 마음이 너무 안좋아서.. 그리고 친정에 더 있기가 너무 싫었어요. 오죽했으면 원래 남편이 차로 데리러 오기로 했었는데 그냥 핑계대고 택시타고 와버렸을까요?

집에 와서도 하루종일 그 생각 뿐입니다. 올케 울먹이던거, 엄마가 뱉은 말 한마디한마디, 내가 처한 그 난처한 상황.. 자꾸 생각이 납니다.

올케한테 전화 하려고 백만번 생각하다가 전화해서도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같이 엄마 흉을 볼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입장 변명만 늘어놓을수도 없고, 위로라고 말 잘못했다가 또 역효과 날거 같아서 그것도 못했어요.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어지럽힙니다. 올케가 아직 엄마하고 융화가 덜되었을까? 어느분 답글 처럼 그런 생각도 좀 들고...

오늘 아침에 보니까 엄마는 어느날 별러서 올케 불러다 혼좀 내야 한다 뭐 그러는거 같더라구요. 애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하면서요.

근데 전 제가 자라면서 겪은 일들이 생각이나서 너무 진저리가 났어요. 엄마가 어느날 올케 불러서 엄마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올케는 또 벙쪄서 듣고만 있는 광경.. 눈에 보이듯이 선해요.

우리 엄마는.. 성격이 참 강하신 분입니다. 본인 당신은 전혀 안그렇다고 하시지만 어떤면에서는 저한테도 참 모질고 상처가 되는 경험들이 있었어요.

꼭 혼내야 할일이 있으면 그때그때 지적하고 풀고 넘어가는게 아니고, 어느날 몰아서 막 뭐라고 그러고는 꼭 끝에다가 그럽니다. "내가 아주 전부터 너 벼르고 있었어. 너는 항상 이래.."
저는 그러면 그때마다 너무너무 억울했었어요.
지금 잘못한거 하나만 가지고 그러는것도 아니고 말하자면 몇달전에.. 나는 기억도 안나는 일 까지 들먹이면서 막 뭐라 그러면 말이예요..
왜 내가 소소하게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그때그떄 지적해 주지 않았는지, 정말 몰라서 한거였는데 진작 가르쳐 줬으면 이렇게 한꺼번에 혼나지 않아도 되는데,
그걸 그러면 나 혼자서 스스로 깨달으라는 뜻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한꺼번에 혼내려고 모으고 계셨던 건지...
그게 너무 억울하고 분했었어요.

그리고..
성격이 아주 아주 강한 언니가 있습니다. 언니는 말하자면 엄마한테 대항해서 자기 하고 싶은것을 다 하는 편이었고요, 저는 늘 순종적인 딸 역할을 했었지요.
이를테면 엄마가 집안 일을 분배해서 시키면, 언니는 아무리 혼내고 말해도 결국은 안하기 때문에 언니몫까지 제가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언니랑 같은 방을 썼었는데 자고난 이불을 개킨다던가, 청소하고 걸레질 하는것 같은거요..
맨날 언니몫까지 하다하다 어느날은 어린마음에 너무 억울하고 나만 하는것이 화나고 그래서 언니몫을 내버려 두는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이불을 개킬때 딱 내거만 개고 언니껀 내버려 둔다던가, 청소할때 언니 책상 같은데는 안치운다던가 하는거요.

그러면 처음 몇번은 엄마도 모르고 대충 넘어가요. 그러다 어느날 그걸 엄마가 발견하면 꼭 저한테 너무나도 매몰찬 목소리로 "어쩜 그렇게 이기적일수가 있니! 넌 정말 이기적이구나!"이러는 겁니다.
전 그게 너무너무 억울했어요. 어이가 없었구요.
왜 내가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매일 희생하고 남의것을 대신 해주다가 그걸 그만 하기로 하면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건가? 그런 생각이요..

그리고 절 불러 혼낼때마다 엄마는 꼭 그러는 겁니다.
나는 니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다, 니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안다.. 하면서요,
나는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닌, 그냥 실수로 잘못한거나 어린마음에 저지른 철없는 짓들을 모두 아주 이기적인 방법으로 엄마를 기만하고 나쁜 의도를 미리부터 가지고 저지른 조작적인 범죄라시는 식으로 매도하는거요..
구체적인 사안이 잘 생각이 안나서 자세하게는 못적겠는데 하여튼 그런게 있어요.
어찌나 조리있고 말주변이 좋으신지 몰라요.
구구절절 "너 그때 이런이런 의도로 이렇게 했지, 그러면 내가 모를줄 알았니? 나는 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어.." 이러면, 저는 한마디도 반박도 못하고, 전혀 그런게 아닌데 나는 완전히 의도조차 나쁜 범죄자가 되어 있는 겁니다.

이러저러하게 제가 나름 자라면서 맺힌게 많은거 같아요. 착한딸 컴플렉스 같은것도 있고..
집안 어려울때, 학교 다니면서 등등.. 늘 엄마 걱정하면서 나 자신을 희생하는것이 덕목이라고 은연중 배우고 강요당했던겁니다.


올케를 보면서.. 엄마가 올케한테 뭐라고 할지 눈에 보이는거예요.
지금껏 몇달치 모아서 조금씩 섭섭했던것들을 한번에 몰아서 퍼부으시면서, 너는 처음부터 나쁜 며느리의 의도를 갖고 있었어, 너는 그래서 감히 나한테 해서는 안될말을 한거야.. 이러시겠지요?
그러면.. 당해야 하는 그녀는 얼마나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울까..
그리고.. 이건 정말 나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자랄때부터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할수 밖에 없도록 길들여진 나는 올케가 시누라고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까지 들고요..


지금껏 적은것들 보니까 어쩌면 이건 올케와 엄마 사이의 문제를 보고 있는 제 3자 입장의 한이 아니라,
지금껏 속에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던 내 안의 상처.. 그런것들의 복습이 눈앞에서 벌어지는것이 너무 싫은거 같습니다.


당분간 친정 발 끊으려구요. 어차피 자주 가지도 않지만..
엄마 보기가 싫습니다. 보면 또 너무 답답하고 속상한 일들이 많아요.

심리적으로 이렇게 자랄때 쌓인 상처같은거는 어디다 풀어놔야 할까요? 저는 여기다 이렇게 좀 적으니까 조금이나마 답답증이 해소되는거 같아요.
하지만 이런 얘기는 남편한테 하기도 어렵고 친한 친구한테 풀기도 어렵고 여기다 적는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되는것도 아니겠지요.

죽어도 엄마한테 엄마 그때 나 키우면서 나한테 왜 그렇게 했냐고 말 못할거 같아요. 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고 터질거 같아요. 많이 우울하네요.
IP : 124.56.xxx.3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9.21 1:54 AM (211.202.xxx.19)

    제 친정어머니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성격 강하고, 남한테 절대 안지려 하고, 칭찬은 없고 꾸중거리는 또 얼마나 잘 찾는지....
    님과 제가 다른 것은 전 엄마한테 대든다는 거죠.

    그런 엄마 보고 있음 안쓰럽습니다.
    시어머니 시집살이 거의 없었지만, 큰어머니 시집살이 심했죠.
    전 장남한테 시집가면 큰소리 칠 줄 알정도로요.
    제사하면 한달 전부터 큰댁 드나들고 일주일전부터는 매일 가시고,
    전 고3때도 학교 끝나자마자 가서는 설거지 도맡아 하구요.
    제가 시집살이 하는 것 너무 당연하게 여기구요.
    제가 디스크가 심해 아파서 울고 있어도 여자가 있는데 남자 시킨다고 혼내구요.

    그러니 며느리를 미워해서가
    딸, 며느리 구분없이 무조건 꾸중입니다.
    올케 음식 잘합니다. 칭찬 없습니다.
    반찬 예쁘게 안담는다고 다시 담으라고 그렇게 담냐고 잔소리합니다.

    올케 없을때 엄마랑 싸움니다.
    그런 올케 없다고, 와서 안하는 며느리도 있는데, 잘할때 칭찬도 안하고, 못하는건 그리 야박하게 야단치냐구요.
    나같음 이런 시집에 안 오겠다고합니다.

    친정엄마의 서러운 꾸중들은 나중에 이해라도 되지만,
    시댁에서의 말한마디는 서럽고, 나중까지 남더라구요.

    님께서 올케에게 전화 걸어 한마디라도 해주시고, 같이 점심도 하시고 하심 더 좋지 않을까요.
    전 올케 넘 고맙고 착하고 이쁩니다.
    그런 어머니 잘 참아 주는 것요.
    그리고 남동생 불러 설거지도 시키고, 커피도 시키고 합니다.
    심지어 아버지보고 커피타서 며느리도 좀 주시라고 하구요.
    저희 아버지 앉은 자리에서 커피, 물 찾으시는 분이십니다.

    친정 어머니와는 좀 떨어지시구요,
    대신 올케에겐 큰일 치르고 고생했다고 전화도 해주심 좋을듯 싶어요.
    시집이 싫은게 고마운줄 모르고 너무 당연하게 일 시키는 거잖아요.

    님의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알겠네요,
    아직도 올케 안쓰러워하시는 것보면요.
    이런맘을 전해주세요.

    그리고 그만 아파하셨음 좋겠네요,
    다른일 찾으시고, 기분 좋은 것만 생각하세요.

  • 2. 어째 난
    '08.9.21 2:01 AM (220.75.xxx.217)

    시어머니도 친정엄마도 원글님 친정어머니처럼 강하신분들입니다.
    저도 일단은 순종하는편인데 그래도 간간히 대들고 배신때리기도 했었습니다.
    대들거나 배신때리면 엄청나게 화내시지만 폭풍이 지나가면 그 다음엔 제 앞에서 조심하곤 하십니다.
    윗분 말씀이 맞아요. 그저 올케 만나서 강한 시어머니 만나서 힘들겠다 한마디 해주면 올케가 고마워 할겁니다.

  • 3. ...
    '08.9.21 2:25 AM (58.142.xxx.150)

    올케에게 원글님의 진심을 보여주시고 위로해 주세요.
    가족입니다. 어머니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저 이해하고 위로해 주시는 것 만으로도 그 올케는 힘이 날 겁니다.
    원글님도 마음편히 가지세요.

  • 4. 새벽
    '08.9.21 6:26 AM (211.202.xxx.144)

    저희엄마하고 제얘긴줄알았어요 ... 나같은 사람이 또있구나 싶어 위로되네요 그런 엄마들이 젤 약한게 잘하는 딸도 아니고 대드는 딸도 아니에여 잘난 딸이지요 .. 그러니 스스로 잘되셔서 잘사시면 함부로 안하는거 같아요, 자동으로 굽히고요,,

  • 5. 융화
    '08.9.21 11:42 AM (163.152.xxx.46)

    시어머니와 올케의 융화는 기대를 하지 마세요.
    올케분 아마도 큰일 한건 때문에 어머니한테 감정 있는거 아닐겁니다.
    저 역시 시댁에서 명절때마다 하는 일 때문에 맘 상하지는 않거든요.
    몸 힘든거는 시간 지나면 나아지지만 맘 상한 거는 시간이 갈수록 앙금처럼 가라앉지요.

  • 6. .....
    '08.9.21 12:10 PM (125.178.xxx.15)

    오늘 글만 읽어서는 엄마와 올케사이의 쌈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원글님께서 올케분을 위로 하시면 좋겠네요
    남동생인지 ....같이 모여서 말해야 할거 같아요
    그래야 남동생도 아내인 올케 가 더 속상하지 않게 엄마의 역성을 안들겠죠
    저는 시어머니나 시아버지 문제로 속상하면 남편이 절대로 역성을 안들어서
    다행이었고 남편 스스로가 제부모의 험을 잘아고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이런일이 있을수록 님이 올케의 맘을 더 잘 다스려줘야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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