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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 올케 지간이란게..
오늘이 친정 제사입니다. 지난 추석때 저 또한 시댁에 가야해서 못왔기 때문에 겸사겸사해서 애들 데리고 친정에 왔습니다.
친정에는 올케가 하나 있는데 먼저 애들 데리고 와서 일하고 있더군요.
추석 지난지 며칠 되지 않고 엄마도 늙으셨는지 꾀가 나서 음식도 많이 안하고 일 자체는 별로 없었네요.
사촌끼리 오래간만에 만나서 낄낄거리고 놀고 하는것 보니까 기분 좋더군요.
저는 진짜로 부엌일을 잘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제사랑 명절때 전 부쳤습니다.
엄마가 맏며느리고 작은엄마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오면 오는거고 안오면 마는거라 엄마 혼자손에 그 일을 다 하려면 너무 힘들어 아주 어렸을때부터 해오던게 손에 익어 너무 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우스개 소리로 자칭 전부치기 25년 경력의 달인이라고 합니다.
그에 비해 올케는 결혼한지 7년 되었는데 직장 다니느라 아직도 일은 잘 못합니다.
그래도 심성 곱고 착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 참 착한 올케입니다.
오늘 저녁무렵부터 집안 분위기가 싸하니 안좋았던것은 사실 작은집 식구들이 할머니 기일을 몽땅 까먹어 모두 안왔다는것,
일찍 퇴근해서 바로 집으로 와야 하는 장남인 오빠가 회사일이 밀려 늦게 온거.. 그것 때문이었지요.
아버지가 사촌들한테 전화 죄 돌려 다들 안온다는것 확인한다음 늦게 온 오빠 기다려 들어오자 마자 제사 지내는데 이미 엄마 아빠 기색이 별로 안좋습니다.
막 차례 지내고 설겆이 제가했습니다. 친정 출입이 워낙 없다보니 상치우는거를 하려고 해도 그릇이며 뭐가 어디있는지 하나도 몰라서 올케한테 제일 쉬운 그릇씻는거나 내가 하마 했습니다.
저는 봄까지 지방에 살아서 그전까지는 아예 서울 올 기회가 없었으므로 1년에 친정 나들이 진짜 두번 하면 잘한겁니다.
그나마 얼마전 이사오고나서 좀 가까와 졌지만 이젠 애들 사정도 있고 해서 여전히 서울 오고나서도 안가고 살긴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시댁은 또 일이 엄청난 집안이라 제가 아주 시집살이를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엄마 입장에서는 제가 늘 안쓰럽게 느껴진다는것은 저도 잘 압니다.
문제 발단은 이후부터인데, 제사 시간도 못맞춰 늦게늦게 나타난 오빠, 제사 지내고 밥 먹는데 오만상 찌푸리면서 회사일로 스트레스 받은 티를 팍팍 내더니,
설겆이 제가 한참 하고 있는데, 들어보니 내일 주말이라 원래 자고 가려고 했는데 내일 오전에 회사일이 있으니 이 밤에 애들 실고 그냥 가겠다는 겁니다.
엄마딴에는 떡이며 전이며 과일이며 챙겨주고 싶은것도 있고, 한참 뒤 치우고 있는데 간다고 서두니까 기분이 팍 상했겠지요.
그러고 나서 바로 제가 번개같이 빠른 속도로(워낙 일이 손에 익어서 설겆이 진짜 잘합니다.)설겆이 후딱 해치우고 나 다했어, 갈사람 가, 하고 손털고 나왔거든요.
딱 거기까지만 했어야 했는데 엄마 앞에서 실실 웃으면서 "엄마 나 진짜 빠르지?" 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때 올케는 마루에 있었고 식탁 앞에 엄마랑 둘이 있었는데, "그러게, 쟤가 했으면 아직까지 반도 못했어...어찌나 일을 할줄 모르는지.."그런겁니다. 그러고 돌아서다가 올케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올케 눈이 똥그란거예요.
제가 아차 싶은데 그냥 딴 볼일이 있어서 딴 방에 갔었어요. 그리고 볼 일 보고 나와보니까 부엌쪽에서 큰소리가 들려요.
얘기인즉 올케가 어머님 저한테 섭섭하신거 있으시냐고 따져(따진것은 아닐꺼예요. 올케 성격상 따져서 그런거 못해요. 딴에는 자기가 엄마 기분을 뭐 상하게 했나 싶어서 조심조심 물었겠죠. 자기딴에는 자기보다 시누가 더 일을 많이 해서 엄마가 기분이 상했을거라고 생각했을테고..) 물었고 엄마가 나는 안보이는데서 뒷말 하는 사람 아니다, 별 뜻 아니고 액면 그대로의 뜻이고 다 너 들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해서 말했다, 그런데 넌 나한테 와서 감히 따지냐?고 혼내시더라구요.
기분이 싸한데...
제 딴에는 오빠가 일찍 간다고 분위기 흐려놔서 엄마가 기분이 나빠서 괜한 소리 한거 같아.. 올케한테 몰래 가서 슬쩍 기분 풀어요, 하고 한마디 했어요.
그때는 저 또한 정말 어쩔줄 몰라서 어떻게든 뭔가 좋게 해결을 보고 싶어서 한건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혼내는 시어머니, 말리는 시누라더니 딱 시누 노릇 한 꼴이 되었나 봅니다.
올케는 황급히 엄마가 혹시 이 얘기 들었나 주변을 살피고.. 저는 또 아차 싶고..
그 다음에는 도대체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는거예요. 민망하고...
올케가 원래 자기는 일을 잘 못하는데 시누가 너무 살림을 잘하니까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어요. 제가 그걸 잘 압니다.
어쩌다 친정에서 만나 둘이 같이 부엌에 들어갈 일이 있으면 저는 주도적으로 일을 다 하고 올케는 옆에서 거들거나 보조만 하게되요.
그렇다고 제가 주도권을 온전히 올케한테 떠 넘기고 앉아만 있을수도 없어요.
일단 제가 친정에 가면 엄마는 말로만 안타까운 딸이고 당장은 너 왔으니 나는 그만 쉰다 하면서 방에 들어가 버리는데,
올케 한테만 전적으로 맡기면 아침상 차리는데 두시간 걸리고 저녁 먹으려면 해 넘기는것을 잘 알기때문에,
그리고 또 누군 일하는데 할줄 모르는것도 아니고 잘 하면서 놀고 있으면 왠지 얄미운 시누이 같고 그래서 안할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러면 올케는 또 그게 미안하고 눈치 보이나봐요. 저는 그러니까 이래도 저래도 불편한거죠.
그리고나서 조용하길래 슬쩍 나와보니 엄마는 막 바빠서 오빠네 챙겨줄거 싼다고 베란다가서 막 돌아다니고, 올케는 애들 옷입히고 챙긴다음 오빠랑 간다고 인사학모 현관에 모였어요,
거기서 엄마가 아까 거기까지만 하고 2절은 안하셨으면 좋겠는걸 또 막 뭐라고 한거예요.
그랬더니 지금까지 듣고만 있던 올케가 순간 욱했는지, 저도 어머님께 섭섭한거 많아요, 어머님 안그러신다고 하면서 저하고 딸하고 차별하시고.. 저는 진짜 억울해요, 저는 나름 노력한다고 하는데 제가 일은 잘 못해도 꾀부리고 그러는것 아닌데... 하면서 울먹울먹 해요.
그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자니 진짜.. 민망하고 눈치보여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할 지경..
올케한테 잘 가라고 인사도 못했어요.
엄마는요, 말로는 나는 딸하고 며느리하고 차별한거 없다, 하나도 없다,
내가 좋은거 있으면 딸만 주고 며느리는 안줬으면 그게 차별인거고, 손주들 이뻐서 뭐 하나 살때도 공평하게 오빠네, 우리애 모두 똑같이 해줬는데 왜 내가 차별이냐, 그러는거예요.
그리고는 내가 더 늙으면 너한테 괄시받고 어떻게 사냐, 그러면서 끝났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건 겉보기엔 분명 맞는 말이지만 다른부분에서 엄마가 심적으로 올케를 불편하게 하는것도 사실이예요.
엄마의 모순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당신 스스로는 안한다 하시지만 실제로 오빠한테 많은 부분 기대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아니, 기대 안한다고 머리는 생각하지만 당신 가슴으로는 지난 시절을 떠올리면서 억울해합니다.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신 분입니다.
너무 많아서 구구절절 다 못적겠지만, 하여튼 어쩔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분명히 너무너무 나쁜 시어머니는 아닙니다.
일단 금전적으로 오빠네 한테 집사주고 등등 많이 해준것 하며.. 하다못해 김치 한통을 줘도 살림 잘하는 저는 안주고 살림 못하는 올케는 해줍니다.
저는 괜히 중간에 끼어서.. 올케한테 진짜 미안하고 면목 없고 잘못한거 같고..
어째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가는데 문자 한통 넣어줄까 했더니 핸드폰이 가방에 없어서 그것도 못했어요.
내일 전화 한통 해줄까 싶은데 또 전화해서 뭐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역효과 날거 같고...
그리고 엄마한테 올케 편 더 드는것은 이이상은 못합니다. 이미 충분히 하고 있고.. 그리고 무슨 말끝에 엄마 그러지 말라고 몇마디 하면 되려 화살이 나한테 날라와서 엄청난 고난과 핍박이 기다리고...
에휴, 차라리 친정 안가느니만 못하네요.
1. 착한 시누
'08.9.20 1:56 AM (121.140.xxx.180)그만하면 착한 시누입니다.
결혼한 지 7년이면
아직 어머니와 올케가 서로 잘 어루러지실 때가 아닌지도 모르지요.
세월이 가다보면 서로를 더 잘 알게 될테고
그 때 되면 원글님의 진심도 밝혀지겠지요.
그래도 내일 전화 한통 넣어서
제사에 수고 많이 했노라고...해주시지요.2. ..
'08.9.20 1:56 AM (121.127.xxx.5)에구에구.. 저도 조만간에 시누가 될 것 같은데 참 걱정입니다. 만만찮은 우리 엄마랑 여동생이랑 올케사이에서 정치를 어찌해야 할지... 우리신랑은 벌써부터 "장모님이랑 처제가 머라고 해도 못 들은 척 해~!" 라고 단속중이랍니다 ㅠㅠ
저도 손윗 시누이가 세분이 있는데 워낙 나이차이가 나서 (젤 큰 시누가 저랑 띠동갑이래요 ^^;) 오히려 덜 어렵다고 하나요? 어리니까.. 라면서 많이 봐 주시죠.
남편이 일때문에 시누네 집에서 머무르면서 주말부부로 지내는데 이번에 남편편에 10만원을 봉투에 넣어서 보내셨더군요. 감사하다고 전화 드렸더니 "추석에 고향에도 못 내려가고 쓸쓸했을거 같더라. 그리고 들어보니 내 동생이 아직 철이 없어서 올케 고생한다 싶네. 그거 애들것도 살림도 남편것도 사지 말고 올케 사고 싶은거 사" 하더라구요.
제가 허리가 아파서 못 간건데 "몸 아픈 핑계로 명절에 시댁도 안가고" 가 아니라 "명절에 가족들 모이는데 가지도 못하고 애들 데리고 집에 있느라 쓸쓸했겠다" 라고 말해주시는 그 마음이 정말 감사하죠.
그냥 ... 따듯하고 진솔한 대화가 제일 좋을거 같아요. 사실 결혼하면 내 마음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한마디가 제일 그립잖아요? (이러면서 나는 시누이 되면 잘 해 낼 수 있을지...ㅠㅠ)3. 나도 올케
'08.9.20 1:59 AM (68.4.xxx.111)전화대신 이글을 그대로 올케님께 보내드리심이.......
마음에 어린, 심정을 헤아릴 수있는 글이네요.
저는 원글님이 안쓰럽네요. 이곳도 저곳도 일복이 많은.....4. 원글님..
'08.9.20 2:14 AM (59.14.xxx.63)전 저희 시댁 얘기인줄 알았습니다...너무너무 똑같아서 말도 안나오네요..우리 아가씨나 형님이 썼나 싶을정도예요...^^
대가족 살림 산 저희 시어머니, 쌀 한말을 혼자 하루종일 송편 빚었다는 어머니의 전설적인 이야기는 매번 추석때의 레퍼토리지요..., 그 밑에서 보고 자란 저희 시누들...송편이나 설날 만두 한다라씩 빚는거 아무 일도 아닌 걸로 생각하지요..^^
잠깐 얘기가 딴데로 샜네요...^^
제가 생각해도 원글님 정도시면 착한 시누예요..아마 원글님의 진심이 올케에게 전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하지만, 올케입장인 제 생각엔, 시어머니도 밉지만, 그냥 아무 이유없이 원글님도 밉지 않을까...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봅니다...잘해줘도 그냥 속상하고 미울때 있잖아요...
저희 어머니가 항상 시누랑 비교하듯이 제게 얘기하실 때면 어머니도 밉지만, 괜히 시누를 원망하기도 했거든요...그래서 가끔은 시부모님께 시누랑 비교당해서 꾸지람같은거 듣고난 뒤에 시누 전화받으면 솔직히 기분이 별로였어요..어쨌거나 자기 부모 이해해달라는 것 같아서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제 경우엔 전화보단, 걍 따뜻한 문자 한통이 더 맘 편했답니다..
너무 제가 올케 입장에서만 쓴거 같아서 댓글 올릴까말까 고민하다 올립니다...ㅠㅠ5. 순덕맘
'08.9.20 2:14 AM (84.156.xxx.1)윗분 말씀 정말 좋은 의견이네요. 글쓰신님 마음이 보탬도 빠짐도 없이 잘 나타나 있어요.
다들 좋으신 분들 같아요. 잘 플릴수 있는 작은 갈등이라 생각합니다^^6. .....
'08.9.20 2:36 AM (116.123.xxx.93)저도 제 시댁 상황과 넘 비슷해 깜짝...
저도 원글님 마음 충분히 느껴져요...원글님 올케분은 그래도 행복하실 듯...^^
저도 살림 잘하는 시누덕분에 마니 기죽고 아예 포기하는 부분도 많은데요...
누구나 장단점은 있는거고 살림 외에는 저의 장점(^^)도 있는데 '살림'에만 촛점맞춰 비교하시는 시어머니때메 마니 속상하고 스트레스받고 삽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는 원글님도 힘드시겠어요...ㅜㅜ7. 며느리로서
'08.9.20 6:26 AM (116.39.xxx.68)저도 이글 그대로 읽으면 시누 마음 그대로 전해지겠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댓글중에 그런 말이 있네요. 대찬성이에요. 글을 읽으니 착한 시누이, 착한 올케 다 그냥 그려지네요...근데 시어머니는 사려깊으신 편은 아니신듯...댓글까지 그대로 프린트 해서 보여드리세요. 저라면 맘 풀어지겠어요
8. 저희
'08.9.20 7:15 AM (125.139.xxx.191)친정엄마, 시어머니~왜 나이가 들면 그렇게 하고싶은 말들을 다해야 하는지..저 요즘 죽어납니다
9. 음..
'08.9.20 8:42 AM (124.54.xxx.70)더이상 두분사이에서 중재하려 하지 마시고, 그냥 계시는게 나을거 같아요. 얘기를 보니, 올케님이 원글님께 서운한 건 없어보이구요.. 시어머니에게 불만이 좀 있는듯한데, 그건 님께서 나서서 해결될일이 아니잖아요.
10. 부럽네요
'08.9.20 9:58 AM (211.38.xxx.73)원글님이 제 시누라면 맨날맨날 안고 춤출텐데.. ㅉ
음.. 전 결혼해서 일을 잘 하게 된 케이스예요
잘한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경우이고 빨리 하고 쉬고 싶어서 그리 된 거예요
결혼 전엔 워낙 힘도 없어서 김밥 한 번 말려면 네 시간 .. ㅋ
준비하다 지쳐 라면 끓여먹구 그랬죵
세살 아래인 동서는 저랑 반대
친정엄마랑 시동생이랑 항상 공수하고 대신해줘서 손 놓고 있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죠
스스로도 별 관심 없다고 말해요
결혼 7년째인데 드뎌 제가 다시 설겆이 안 해도 될 만큼 잘 해요 ^^
근데 요새 안 건데요
저한테 스스로 열등감을 갖고 있더군요
아마 원글님 올케도 그런 걸 꺼예요
넘 맘에 담아두시지 말구요
글 보니 원글님이나 친정어머니나 올케나 모두 좋은 사람 같아서요 ..
그정도 불만은 꼭 시댁이어서라기 보담 친정식구하고도 나올 수 있지 않나요
같이 손 잡고 노래방 가는 거 어때요 ^^11. 전
'08.9.20 10:12 AM (220.75.xxx.221)원글님과 비슷한 상황에서 새언니편 들었다가 친정엄마에게 욕 바가지로 먹고 발길 딱 끊었었어요.
제가 보기엔 엄마가 잘못한거고 새언니와 엄마가 틀어지면 길게보면 그게 엄마한테도 나한테 좋을게 없어서 확실하게 새언니편 들어줬습니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지요. 며느리도 딸도 틀어지니 엄마가 수그러드시더라구요.
원글님 어머니 좋으신분이지만 딸과 며느리 비교하시면 안되요.
담부터 그런 비교하면 친정가서 안 거든다고 선언하세요. 원글님은 친정가서 열심히 일하고도 싸움나게 만든격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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