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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글
홀시어머니라 애틋한 마음도 있어, 모시고 살아야 도리라는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 몇 년만에 마음은 싸늘이 식어 갑니다.
제 그릇이 부족해 그렇다 생각했습니다.
피섞인 가족이라면 대화 나누고 잊을 텐데, 제가 옹졸해 그렇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잘잘못을 가리기도 싫습니다.
몇 년 동안 어머님은 아무렇지 않게 던지신 말과 행동이 제 가슴에는 못질로 다가온 거 모르시겠죠.
저는 앞으로도 할 도리는 하고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살갑게 대하거나 반갑게 대할 자신이 없습니다.
가족끼리 그럴 수도 있다, 제가 지나치다 하실 분도 있겠지요. 어머님도 아마 그러실 겁니다.
그런데, 저는 더 이상 어머님을 존경할 자신이 없습니다.
자잘한 것들은 웃어넘겼습니다. 어머님의 지나친 자식 자랑, 그런 건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이 제가 조건 쳐지는 며느리인 것처럼 말씀하셨을 때도 자식 사랑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저 처녀 때 어머니 아들보다 더 잘 배우고, 더 돈 많고, 더 집안 좋은 남자들 청혼도 받았습니다.
제가 어머니 아들보다 학벌 좋고, 가방끈 길고, 돈도 그만큼 법니다.
결혼해서 잘 사는 지금,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지요.
어머님이 아들 선호하시는 거 압니다.
아들 애틋해하는 마음도 압니다.
하지만 손녀도 어머니 핏줄이오, 아들의 딸인데 그렇게 대놓고 싫은 티를 내셔야 했나요.
귀여운 제 딸, 양수 먼저 터져 유도분만 했습니다. 촉진제 맞고 10시간 가량을 간격도 없이 진통해서 낳았습니다.
그런 며느리 찾아와서 어머님 하신 말씀 기억하시나요.
왜 본인 감기로 몸 픈 날 아이 낳았냐 하셨습니다.
병원에 먼저 온 제 친정 어머니 인사도 안받았습니다.
병원 나가시면서 제 어머니께 딱 한 말씀 하셨습니다. 저 아직도 그게 비수로 남아 있습니다.
"딸 가진 죄지요. 수고하세요."
안사돈이 도우미 아줌마로 보이셨나요?
몸이 아프시니 예민해지셔서 그렇겠지, 간만에 만난 안사돈이니 못알아보신 거겠지..
저 몇 번을 그렇게 생각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게 어머님 인격의 전부였던 겁니다.
아이 낳고 3주 되기 전이던가요.
어머님이 남편을 시가로 불러 들였지요. 집에 수리할 게 있으니 오라고요.
그 날, 산후 도우미 아줌마가 휴가라 집에는 남편과 저, 아가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가는 남편 감기를 옮아 열이 약간 있었지요. 그래도 전 남편에게 갔다 오라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갑자기 아가가 많이 아팠지요. 열이 나고 먹지도 않고 축 늘어졌습니다.
주말이라 집 앞 소아과는 문 닫았습니다.
집 근처 약국은 걷기엔 멀고, 열나는 신생아 데리고 추운 겨울 나갈 엄두가 안났습니다.
축 늘어진 아가만 놓고 먼 약국까지 갔다올 엄두도 안났습니다.
제가 시집으로 전화했지요. 일 끝났으면 아가 해열제 좀 사서 얼른 돌아오라고요.
그랬더니 어머니 전화 바꾸어 한 말씀 하셨지요.
"애 열나는 정도로 왜 유난이니. 그냥 이불 폭 덮고 재우면 낫는다. 애비는 일 다 끝나고 간다."
결국 친정어머니께 울면서 전화했고 몸 불편하신 제 엄마, 해열제 사들고 택시 타고 우리집 오셨습니다.
어머님 육아 상식이 잘못될 수도 있지요. 아이 키우신지 오래 됐으니 잊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왜 그 일을 몇 달간 제게 계속 상기시키시는 건가요.
"너는 애가 유난하다. 아가 감기는 그냥 푹 덮어 재우면 되는 거야. 아가에게 해열제는 왜 먹이니? 해열제 해롭다."
"의사가 아는 게 뭐 있니? 애들은 뜨거운 데 몸 지지면 낫는다."
아가 데리고 병원 가는게 유난하다 뭐라 하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도 아프시면 병원 가시잖아요.
해마다 정기 검진 받으시잖아요.
그 아는 것 없는 의사 지시 따르시고, 약도 드시잖아요.
아이 낳고 복직 전. 어머님은 친정에서 아이 봐주시지 않냐 계속 이야기하셨죠.
저 어머님이 아이 못 키워주신다 말씀하셨다 섭섭해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나이드신 분들, 손주 키워주시기 힘드신 거 압니다.
저 결혼 전에 조카들 많이 봐줬습니다. 젊은 사람도 애 보기 쉽지 않다는 거 잘 압니다.
어머님 소원대로 친정에서 아가를 봐주신다 말씀하셔서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아가 데리러 데려다 주러, 아들과 며느리 매주 꼬박꼬박 며느리 친정으로 갔지요.
그런데 매주 딸과 사위가 방문하는 제 친정이 그렇게 부러우셨습니까.
탐탁치 않던 손주, 커가면서 예쁜 짓하니 보기 좋으셨나요.
어느 날 갑자기 "심심한데 아가나 기를까" 말씀하셨지요.
몇 개월 동안 외가에서 정이 들어 잘 지내는 아가라, 양육자 바꾸면 아가 정서에 안좋다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 말씀하셨죠.
"아가들은 다 핏줄을 알아보니 괜찮다. 우리 딸도 아가 때 외할아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 할아버지만 따랐다."
"핏줄이란 다 그런 거야. 괜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나오는 줄 아니."
외가는 아가 핏줄이 아닌가요.
어머니도 여자신데, 제 딸은 어머니 핏줄 아니겠네요. 돌아가신 시아버지 핏줄이겠지요.
저 그 사이, 어머님이 친구분들과 친척분들에게 제 아가 키워주고 있다 거짓말 하고 다니시는 거 알았습니다.
직장 다니는 며느리 힘들어서, 아이 키워주니 외출이 힘들다고 여기 저기 이야기하는 거 다 들었습니다.
제게 당부도 하셨죠. 누가 물어보면 시어머니가 아가 키워준다 이야기하라고요.
요즘 세상에 아이 안키워준다 뭐라 하는 친구분들, 친척분들도 없을텐데 왜 그런 말씀을 하고 다니시는 건지요.
그렇게 동네방네 며느리 위해 아이 키워주신다 자랑하시는 어머님이
왜 둘째도 낳으면 친정에서 못 키우냐 남편에게 운을 띄우신 건가요.
이번 명절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요즘 어머니가, 둘째 낳고 합가하고 싶어하시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저와 아들에게는, 며느리 몸 편하게 합가해서 살림 같이 해주면 좋지 않냐 하셨지요.
입주 조선족은 애들이 이상한 말 배우니 안된다 하셨죠.
어머님, 몸 편하게 살림해주신다는 말은 저 안 믿어요.
살림은 제 돈으로 사람 써서 하면 되겠지요. 그러니 어머님과 함께 살면서 살림할까 무섭진 않아요.
저는 다른 이유 때문에 이제 합가하기 싫어요.
제 딸이 어머님의 계속되는 남아 선호 노래에 치여 사는 거 원치 않아요.
어머님 지금도 그러시잖아요. 동생 낳으면 너는 엄마 관심도 못받고 살 거라고요.
제 딸이, 여자는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어머님의 반복되는 말 들으면서 자라는 거 싫어요.
낳아서부터 지금까지, 아이 붙들고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그거잖아요. 살빼고 예뻐져야 한다고요.
제 아이들이, 어머니의 다른 아가들과의 비교 속에서 자라는 걸 원치 않아요.
어느 집 아이는 이렇더라, 저 집 아이는 저렇더라, 너무 좋겠다, 부럽다.
저 임신해서 지금까지 1년 반은 족히 들은 이야기예요.
남편 클 때도 친척집 애들과 그렇게 비교 많이 하면서 키우셨다면서요.
저는 제 아이들이 예쁘고 날씬하고 똑똑해서 공부 잘하는 것보다는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제 딸이 여자는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말 듣는 것도 싫고
제 아들이 남자라서 이렇다 저렇다는 말 듣는 것도 싫어요.
저는 제 아이들에게, 엄마와 외할머니는 할머니에게 무시당하는 존재라고 가르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님, 이번 명절에 제가 많이 속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잊고 안부전화하고 예절바른 며느리가 되려 노력하겠지요.
자주 아이들 데리고 찾아가려 하겠지요.
그걸로 만족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핏줄이 소중해서 함께 살고 싶으시면 아들 데려가세요.
저는 남편도 아이 못지 않게 소중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어머니와 같이 키울 자신이 없어요.
저도 사람이고, 제 생각이 있어요.
'네가 아는 게 뭐 있니' '넌 애가 미련하다' '애는 내가 더 잘 안다' 저도 이제 지쳐가요.
어머니께서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안들으시는 거 알아요.
그러니 전, 제 공간을 갖고 살고 싶어요.
어머님, 제발 저를 어머님 밑의 소유물이 아닌
어머님과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으로 인정해주세요.
1. .........
'08.9.18 10:44 AM (125.208.xxx.82)님을 꼬옥 안아드리고싶어요.
손 잡고 같이 울고도싶구요.
남편분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나요??
남편분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님이 나셔봤자 일은 해결되지않겠지요.
내 가정이 중요한겁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만나 가꾼 내 가정 말입니다.
내 가정을 지키세요.
그깟 시어머니 안봐도 되는거지요.
제가 저희 친정때문에 힘들 때 저희 남편 그러더군요.
자기는 계획 다 세웠답니다.
내가 원하고 실천할 마음만 생기면 다 실행할 수 있다구요.
남편분을 믿고 의지하시고, 해결하세요.2. 아휴
'08.9.18 10:46 AM (121.188.xxx.77)많이 속상하셨겠어요..그래도 님께서 상황 판단을 잘 하시고 문제의 해결점을 잘 아시는 것 같아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그냥 고개 끄덕 끄덕 밖에 없네요
3. 세상의 모든 딸들
'08.9.18 10:55 AM (59.3.xxx.106)절로 눈물이 납니다
맨 위로 오빠 하나 있는 집에서 넷째 딸로 태어나 아홉살도 되기 전부터 오빠 시녀로 키워졌던 제 어린시절도 떠오르고 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 낳은 아랫 동서에게 첫마디로 큰놈이 아들이니까 참지 셋째는 못 참는다 얼른 일어나서 셋째 낳아라 하시던 어머니도 떠오르고
주변분들 친구들 이야기 다 합치면 여자는 태어나면서 죄인으로 모는 대한민국이 진저리 쳐질 지경입니다
글을 읽으니 원글님이 야무지고 똑바른게 보여서 정말 안심입니다 아이들 기 안죽이고 잘 키우시겠구나 싶어서요
저도 원글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절대 합가하지 마세요
만약 합가하면 시어머니 알게 모르게 원글님 피를 마르게 하실 것 같네요 (죄송.......하지만 진짜루 그렇게 여겨져요)
아들이 무슨 소용이며 딸이 무슨 소용이랍니까 그저 내 자식 내 아이들 소중하게 건강하게 잘 키워서 내 앞가림 하고 주변 돌아보고 잘 살아주면 그만이지 말입니다4. 이런...
'08.9.18 11:08 AM (203.247.xxx.172)함께 사실 지 아닐지는 원글님이 전적으로 결정하실 일입니다
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양가의 문화나 인품이 훌륭하신 분들이라 할지라도,
함께 사는 일 반대합니다
하물며...
속상하거나 미안한 마음을 놓아주시고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응대하지 않는 정도로 대하세요.
그 것도 어려우시면 명절 정도 최소한의 방문만 하시구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늘에서 받았나 싶은 기세 등등도 정치판 권력 만큼이나
끝.이 있습니다....5. 동병상련
'08.9.18 11:42 AM (221.139.xxx.141)제 얘기인줄 알았어요... 저도 지금 둘째 임신상태에서 스트레스 만땅이네요... 저는 맏며느리도 아닌데 자꾸 저와 살고 싶다고 그러세요... 사실 결혼전부터 첫애 낳기 전까진 저도 어머니랑 살아도 좋아고 생각했어요... 좋은 고부관계 만들고 싶었구요..
그런데 아이 낳고 나서 그마음 싹 가셨습니다. 애 굶긴다는 말은 예사 인삿말이고,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가는데도 주변사람들한테 얘네들은 놀러오지도 않고 얼굴보기 힘들다 하시고, 애 아플때 간호해준다고 오셔서는 제 일거리 더 만들고 애한테 안좋은거 하시고, 애기 간난쟁이때 너무 힘들어서 친정가는데 전화하셔서는 아범도 애 보고 싶을텐데 빨리 집에 가라시고(빈말이라도 힘들텐데 푹쉬고 와라 하면 덧나나요?) 요새는 둘째 입덧이 심해서 토했는데 첫째에게 니가 말안들어서 엄마가 아픈거라고 겁을주네요... 안그래도 요새 엄마 토하고 아픈모습에 걱정이 가득인 아이한테 왜 그런 공포심을 주는지... 뭐 쓰자면 한도끝도 없습니다.
요새 둘째 낳으니 경제적으로 힘들거니 1억주겠다 하십니다. 그돈 안받을겁니다. 그돈 주시고 같이 살자 하시기 때문이죠...
자신의 큰딸은 맏며느리로 제사 모시게 되었는데 그거 가지고도 괜히 큰집사서 벌써부터 제사 갖고와서 스트레스 많게다는둥 사서 고생이라는둥 그러시면서 결혼생활 자신 큰딸의 1/3도 안한 맏며느리도 아닌 둘째며느리인 저에게는 왜 시집살이 시키려 하시는지... 정말 이중잦대도 얘기하자면 삼박사일이고...
솔직히 아이가 없었다면 저도 같이사는거 이정도로 싫지 않았을거에요. 육아에 대한 의견차이로 말을 막하시는거 빼고 나쁜점은 없으시니까요... 그치만 그 말들이 아무리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래도 힘든데 같이살며 매일 듣기에는 고통의 나날일거 같네요...
전 남편에게 솔직하게 다 말했습니다. 미안하다고도 했구요... 남편도 솔직히 서운해하고 좀 맘상해 했지만 절대 안모실테니 걱정말라네요... 이말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도 부모님말씀에 네네하는 스타일이라...-.-;6. 속상해요
'08.9.18 12:15 PM (165.243.xxx.57)추석 전날 제사 음식 장만했어요.
제가 전주까지 입덧이 심해서 제대로 못 먹었어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제사 음식 준비 중인데 이런 저런 먹을 것 - 단 음식, 인스턴트, 탄산음료 -을 권하시더군요.
평소에도 안좋아하는데 임신 중이잖아요.
안 먹는다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못먹는다고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입덧이 심한 거 보니 둘째는 애가 날씬하려나보다.
큰 애 때는 입덧이 없더니 애가 잘 먹어서 소아비만 걸릴까 걱정이다.
둘째는 날씬 아가가 태어나려나 보다.
하긴, 첫째도 태어날 때는 날씬했는데, 엄마가 미련하게 먹여서 그렇다.
밥상에서도 또 그 말씀 하세요.
입덧으로 못 먹으니 애가 날씬하겠다. 날씬한 아가 낳겠다.
먹다 체할 거 같아, 결국 밥 못 먹었어요.
추석 연휴 동안의 몇 개의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남편은 어머니 그런 거 알아도 합가하고 싶어해요.
자기가 내 편인데, 어머님이 그러셔도 이해하고 참을 수 없냐 그래요.
그냥 듣고 흘려버리면 되는데, 제가 예민하다 그래요.
그런데, 제게 하시는 건 참는다 해도 제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막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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