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패스트의 <소설 스파르타쿠스>
정민호 (hynews20)
▲ <소설 스파르타쿠스>겉표지
ⓒ 미래인 로마
로마라는 나라는 찬란한 문명을 의미한다. 화려한 건축물은 물론 도로와 경기장 등 로마의 문명은 그 전의 어느 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 후에도 로마처럼 체계적이며 빠르게 발전한 문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 수준은 놀라웠다. 그렇기에 로마는 지금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 찬란함 뒤에는 '고통'이 있었다. '비명'도 있었고 또한 '절규'도 있었다. 노예들의 것이었다. 짐승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고 팔린 그들은 모진 학대를 받았다. 인간다움은 없었다. 자유라는 것과 인권이라는 것은 그들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목숨도 자신들의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로마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검투사들이다. 노예들은 검투사가 되어 로마의 화려한 경기장 안에서 싸웠다. 둘 중에 한명이 죽을 때까지 싸워야했다. 그것을 관람하는 것은 로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취미'가 된 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싸움을 시켰다. 그에 따라 그것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예는 사람이 아니라 또 다른 짐승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스파르타쿠스. 그도 검투사였다. 광산의 노예였던 그는 검투사가 되어 누군가 지명하면 경기장에 나가 싸워야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매일 얼굴을 보며 지내던 검투사와 죽을 때까지 싸워야하는, 그것을 환호성을 들으며 해야 하는 처지였던 셈이다. 비인간적인 것이지만, 로마에서 노예는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시키면 해야 하는 것이었다. 스파르타쿠스나 다른 검투사들 모두가 그랬다.
그러나 스파르타쿠스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인간답고 싶었다. 평등하게,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누군가의 위에 서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나라와 권력을 갖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비인간적인 모든 것이 싫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검투사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킨다. 기원전 70년경이었다.
검투사 앞에 로마의 병사가 죽었지만 로마는 반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반란이라는 말조차 쓰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압군이 계속해서 패배하기 시작하고 반란이 들판에 불이 붙듯 각지의 호응을 일으켜 로마 사회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소설 속 누군가의 말처럼 '카니발'이후 가장 큰 위협이 로마에 들이닥쳤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소설 스파르타쿠스>는 스파르타쿠스를 통해 인간답고 싶었던 어느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로마라는 사회에 가려졌던,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긴 채 짐승처럼, 아니 짐승보다 못하게 살아야 했던 노예들의 소망을 그리고 있는 것인데 이것을 묘사한 저자의 방법이 독특하다. 스파르타쿠스의 입장에서만 그린 것이 아니라 그와 싸웠던 장군, 전쟁을 정치적으로 마무리짓던 의원, 막연히 그를 상상하는 로마인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스파르타쿠스와 노예 반란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 스파르타쿠스>는 위인전처럼 뻔하지 않다. 스파르타쿠스의 영웅담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가 출현한 계기, 그의 반란이 호응을 얻은 이유 등을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모아 말하고 있기에 이야기는 생명을 얻어 빛을 발한다. 비록 소설이지만, 이 책은 옆에서 바라보듯 스파르타쿠스의 생을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더불어 저자는 로마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는데 일말의 주저함도 갖지 않았다. 노예들이 십자가형을 당하는 과정을 불편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외에도 노예들이 당해야 했던 비극들을 실날하게 그렸다. 그리하여 화려한 로마의 모습에 가려졌던 또 하나의 진실을 알려주고 그들이 자유를 찾아 싸웠던 것의 위대함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2천년이 넘는 시간의 공백이 있다. 스파르타쿠스가 살았던 시대와 오늘날은 너무나도 멀다. 그럼에도 건네는 말은 장엄하게 가슴 속에 와닿는다. 누구나 사랑하는 그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인간다운 것을 꿈꿨던 사람들의 이야기 <소설 스파르타쿠스>, 그 속에 담긴 검투사의 눈빛이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만날 수도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검투사, 인간다운 것을 위해 반란을 일으키다
리치코바 조회수 : 166
작성일 : 2008-09-16 06:36:52
IP : 123.215.xxx.8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682633 | 자유게시판은... 146 | 82cook.. | 2005/04/11 | 154,575 |
682632 |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 82cook.. | 2009/12/09 | 62,242 |
682631 |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 82cook.. | 2006/01/05 | 92,524 |
682630 |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 ᆢ.. | 2011/08/21 | 19,975 |
682629 |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 애니 | 2011/08/21 | 21,671 |
682628 |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 사랑이여 | 2011/08/21 | 21,380 |
682627 | 꼬꼬면 1 | /// | 2011/08/21 | 27,412 |
682626 |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 애셋맘 | 2011/08/21 | 34,605 |
682625 |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 명언 | 2011/08/21 | 34,791 |
682624 |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 애엄마 | 2011/08/21 | 14,850 |
682623 |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 차칸귀염둥이.. | 2011/08/21 | 16,993 |
682622 |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 너무 어렵네.. | 2011/08/21 | 23,214 |
682621 |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 해남 사는 .. | 2011/08/21 | 36,192 |
682620 |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 조이씨 | 2011/08/21 | 27,398 |
682619 |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 -_-; | 2011/08/21 | 18,310 |
682618 |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 | 2011/08/21 | 26,632 |
682617 |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 짜증섞인목소.. | 2011/08/21 | 74,078 |
682616 |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 이건뭐 | 2011/08/21 | 14,556 |
682615 |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 도어락 얘기.. | 2011/08/21 | 11,625 |
682614 |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 참맛 | 2011/08/21 | 14,360 |
682613 |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 | 2011/08/21 | 13,391 |
682612 |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 수영장 | 2011/08/21 | 13,646 |
682611 |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26,041 |
682610 |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 애플 이야기.. | 2011/08/21 | 23,540 |
682609 | 가래떡 3 | 가래떡 | 2011/08/21 | 19,758 |
682608 |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 슈슈 | 2011/08/21 | 21,819 |
682607 |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 늦은휴가 | 2011/08/21 | 13,808 |
682606 |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 도대체 | 2011/08/21 | 11,933 |
682605 |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18,081 |
682604 |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 | 2011/08/21 | 21,835 |